특종의 비법
내 휴대폰에 저장된 번호가 몇개나 될까? 어느날 문득 궁금했습니다. 뒤져보니 3천개가 넘더만요. 물론 그 번호가 다 유효한 건 아닙니다. 연락하지 않는 번호가 더 많아요. 일단 연락처 받으면 저장부터 하는 건, 기자 때 생긴 버릇입니다. 저장 안 하고 미뤄뒀다가 후에 연락처를 못 찾아 애먹은 적이 왕왕 있어서.
기자는 참 낯이 두꺼운 직업입니다. 무언가를 알려주는 일보다는, 전해듣고 받아내는 일이 더 많거든요. 가급적 더 많은 사람에게, 보다 더 자세한 내용을 들으려고 애씁니다. 각자 터득한 오만 기술들을 사용해 정보를 얻어내죠. 기자에겐 결국 <정보>가 목표니까. 어찌보면 참 서글픈데, 사실이 그런 걸요 뭐.
모르는 이에게 정보까지
그래서 기자를 시작할 때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저는 기본적인 성향이 낯선 사람과 얘기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넓고 얕은 관계보다는 좁고 깊은 관계를 선호해요. 그런데 기자 일을 잘하려면 모르는 사람과 빨리 친해져야 합니다. 거기다 정보까지 받아내야 하니. 너스레를 떨며 친화력이 좋은 사람들이 너무 부러웠죠.
처음엔 조바심도 나고, 자괴감도 들었습니다. 그러다 생각을 고쳐먹었죠. 못하는 걸 가지고 자책하느니, 조금이라도 잘하는 걸 키워보자. 그리곤 그냥 하던대로 했습니다. 제가 잘하는 게 뜬금없이 전화하는 건데요. 그냥 전화해서 안부를 묻는 거죠. 대부분 당황하는데, 의외로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 게 여러번 반복되면서 사이가 돈독해진 경우가 꽤 있습니다.
기술은 티가 난다
다만 중요한 건, 뜬금없는 전화를 '스킬'로 사용하면 안 됩니다. 다 알아요. 진짜 궁금해서 그러는지, 뭔가 꿍꿍이가 있는 건지. 그니까 용건없는 전화의 핵심은, 진짜로 그 사람 근황이 궁금해야 한다는데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나는 다르다'를 강조하면서 빨리 친해지고, 빨리 깊어지려고 하는데. 기자 일 10년 하면서 내린 결론은 그겁니다. "세상에 공짜 없고, 시간 앞에 장사 없다"
정보는 결국 사람에게 나옵니다.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 정보도 얻어요. 하나 주고 하나 받는 식의 거래로는 특종이라 불릴만한 값어치 있는 정보는 받아내기 힘든 것 같아요. 꿍꿍이 없는 뜬금없는 연락, 지속적인 관심으로 사람 마음을 얻기 까지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때가 반드시 옵니다.
특종 뿐일까요. 세상 만사 다 그런 거죠.
전화하세요. 지금 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