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어른이 되면 대단한 누군가가 되어 있을 줄 알았습니다. 마흔이 넘은 지금, 아직 어른이 아닌데 하는 생각만 맴돕니다. 내가 생각했던 어른의 모습은 이런 게 아니었는데. 자전거나 타고 바닷가나 거닐던 대학 시절에는 그렇게 느꼈거든요. 적어도 불혹이라면 뭔가 대단한 고개를 한 두개 쯤 넘어 달관의 초입 쯤 이르렀겠지 하는.
택도 없어요. 지금 보니까. 여전히 철이 없고, 엉성하며, 들쭉날쭉 모자라요. 번듯하게 이룬 것도 없어 보이고, 언제까지 이렇게 맨땅에 헤딩만 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그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 때쯤 시계를 보면, 하루가 사뿐 넘어가 있어요. 아지트의 밤은 매번 그렇게 찾아옵니다. 익숙할 법도 한데. 매번 낯서네요.
그냥 계속 할 걸
지금껏 너무 많이 했어요. 저 생각. 저 말. 나름 대차게 시작했다가 조금 지나 힘에 부치면 스르륵 포기하고. 그리고는 한참 후에 돌아보면서 후회하죠. '에이. 그냥 그 때 계속 밀고 나갔더라면, 지금 쯤 꽤 농익지 않았을까?' 암요. 물론이죠. 그랬을 거예요. 뭐가 되더라도 되죠. 그 고리를 끊지 않으면, 앞으로도 계속 그러겠죠.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이런 얘기를 꺼내놓는 이유는, 나만 그렇지 않을 거라는 일종의 확신 때문입니다. 적당히 미루고 핑계대면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그래서 후회하고 그렇게 마음 쓰지만, 그냥 또 어물쩡 그렇게 지나가는. 이제는 좀 끊자고요. 지긋지긋한 그 패턴. 나나 이 글 읽으며 고개 끄덕이는 당신이나.
아무말 대잔치라도
아무말 대잔치를 할망정, 하루 한 편 글 쓰기로 한 목표를 지켜야죠. 이런 씁쓸한 기분 앞으로 또 느끼면 안 되잖아요. 맨땅에 헤딩하면 정말 일이 많거든요. 진짜 많아요. 뭔가 루틴을 정한다는 거 자체가 약간 어불성설인데, 사람이 또 죽으라는 법은 없으니까. 죽을 작정으로 달려들면 또 어떻게든 방법이 생기잖아요.
뜬금없이. 문득 드는 생각. 월급 받는 게 세상에서 젤 편한 거였다니.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