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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훈 Apr 07. 2024

『컬트』

맥스 커틀러, 케빈 콘리, 박중서 옮김, 『컬트』(을유문화사, 2024)


미친 사람들로 사회 보기

맥스 커틀러, 케빈 콘리, 박중서 옮김, 『컬트』(을유문화사, 2024)




나사가 빠진 모습으로

온 세상에 오물을 던지는 자들


을유문화사 출판사에서 『컬트』가 출간되었다. 미국의 인기 팟캐스트를 토대로 한 이 책은 20세기 이후 세상을 뒤흔든 집단 광기의 역사를 펼쳐 보인다. 총 다운로드 수  5500만 건을 기록한 9명의 범죄 사이코패스 집단(인물)을 다룬다. 찰스 맨슨부터 마셜 애플화이트까지 이상하다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악명 높은 컬트 집단에 관한 상세한 설명과 분석으로 흥미를 돋울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퍼진 사회 문제를 관찰하는 것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세상엔 미친 사람, 미친 척하는 사람, 미치기 직전인 사람이 있다. 미치지 않은 사람은 없는 듯하다. 좋은 쪽으로 미친 사람들은 어딘가 아우라가 밝다. 환하고, 자신의 일에 확신을 가진다. 다만, 나쁘게 미친 사람들도 자신의 일에 확신을 가지기에, 살면서 미친 사람들과는 조금 거리를 두는 편이다. 이왕이면 천천히 파악하는 것이 좋다. 미친 사람 옆에 있으면 미치기 때문이다. 근묵자흑은 틀린 말이 아니다. 좋은 사람 곁에서 좋은 사람이 되고, 나쁜 사람 곁에서는 나쁜 사람이 된다. 그 집단에 들어간 자들은 좋거나 나쁘다는 가치판단을 하지 못하지만 말이다.

『컬트』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나조차도 이 책에 이 정도의 이야기가 있는 줄 상상도 하지 못했다. 더럽고, 역겹고 이해하려 해도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죽이는 것은 기본이고, 사람을 탕에 넣고 끓이거나 납치하고 노예로 삼는 우두머리들. 악마가 있다면 이들이 악마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더럽고 펼치기만 해도 찝찝한 책을 왜 읽어야 하는가? 그것은 그들을 이해하고자 읽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분석해야 하기 때문에 읽어야 한다. 이들은 다 달라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첫째는 사이코패스성, 즉 후회의 결여였다. 

둘째는 악성 자기도취증, 즉 가학적 과대망상이었다.

셋째는 마키아벨리즘, 즉 자기 이익을 위한 타인 착취였다.


「제 2장 수치: 아돌포 데 헤수스 콘스탄소와 마약악마숭배파」, 살해 견습 생활 78P



이 책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사이코패스 집단의 주동자들에게 보이는 대표적인 모습들이 있다. 사이코패스성, 악성 자기도취증, 마키아벨리즘이다. 누구도 범죄를 저지르고 후회하지 않고, 어떤 현상을 확대 해석하며 이익을 위해 사람을 고려하지 않는다. 4장에 등장하는 짐 존스를 예로 들자면, 그는 공감할 줄 아는 사람이었으나, 가학적이었고 자신의 이득을 위해 성적으로 성별을 막론하고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심리적으로 힘든 사람들을 모아 착취하고 약속의 땅이라 말했던 존스타운에서 수백 개의 시신을 유기했다. 즉, 악성 범죄자의 대부분은 타인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컬트』는 악성 사이코패스 집단을 중심으로 인간성의 결여가 보여주는 가장 최악의 사태를 모아 아주 강한 목소리로 인간성이 중요하다는 말을 전달하는 듯하다. 사회를 망치지 않기 위해서는 타인을 고려하는 자세가 필요하고 무엇보다 이것이 존재하지 않으면 점점 사회에는 이런 사람들이 증가할 거라는 무언의 예언을 던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한국 사회에도 점점 공감과 관심이 부족해지는 것 같다. 여기서 말하는 '공감'과 '관심'은 무작정 안아주는 것과 다르다. 타인의 말을 경청하고 이야기를 다 들은 뒤에 자신의 말을 하는 어떠한 상호작용에 가깝다. 그래서 나는 '팩트'가 싫다. 정확히는 '자신만의 팩트'가 싫다. A를 말하면 꼭 다음에 B를 말하도록 강요하는 자세는 『컬트』에서 소개하는 사이코패스 집단의 기저와 다를 게 없다. 우리는 A를 듣고 A'를 말하거나 A의 각도, 형태, 어원 등 모든 걸 말하고 B로 넘어갈 여유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여유, 즉 틈을 견딜 수 없을 때 사회는 점점 사이코패스를 양성하는 양성소가 되어버린다. 그래서 우리는 『컬트』처럼 끔찍한 이야기 모음집을 읽고 생각해 보는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덜 병들 수 있는가. 이 책은 그러한 지점을 꼬집는다.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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