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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훈 May 05. 2024

『에디토리얼 씽킹』

최혜진, 『에디토리얼 씽킹』(터틀넥프레스, 2024)


익숙한 생각의 새로움

최혜진, 『에디토리얼 씽킹』(터틀넥프레스, 2024)



차이를 만들어내는 기획

익숙한 생각에서 새로운 지점을 찾다


문학동네 온라인 독서 커뮤니티 '독파'에서 진행하는 5, 6월의 독서로 터틀넥프레스에서 출간된 최혜진의 『에디토리얼 씽킹』을 읽게 되었다. 출간 당시 기획자들에게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책으로, 최혜진은 촘촘하고 단단한 기획을 할 수 있는 기반에 집중한다. 두루뭉술한 생각을 어떻게 구체화하고 이미 세상에 제시된 기획과 어떤 차별점을 만들 것인지를 고민한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출판 편집자가 된 지 벌써 4개월이 지났다. 이 직업으로 일을 하면서 조금씩 일에 적응하고 있지만 아직도 가늠이 안 되는 지점이 몇 가지 있다. 출판 편집자는 과연 기획자인가, 편집자인가? 현재 출판계에서는 두 부류의 편집자가 있다. 기획(편집)자와 (기획)편집자. 어느 것에 집중하느냐에 따라 다르고 아예 에디터로 불리며 기획만 하는 편집자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들은 모두 편집자라는 것. 어떻게든 편집을 하게 되어 있다. 이 점이 나의 걱정을 덜어준다. 기획자든, 편집자든 우선 편집이 우선이 되어야 하니까.

편집을 한다는 건 안에서 바깥으로 다루는 텍스트(또는 무언가)를 확장하는 일인 것 같다. 그래서 새로움에 집착하게 된다. 더 새로운 건 없을까, 내가 놓치고 있는 이슈는 없을까. 나는 이제 나올 건 다 나왔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것이 나올 수가 없다. 이미 많은 것이 나왔기 때문이다. 요지 야마모토는 "인간이 만든 물건 어딘가에서 흉터, 실패, 무질서, 왜곡을 발견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흉터, 실패, 무질서, 왜곡은 이미 있는 대상에서 발견하는 것이다. 그곳에서 무언가가 생산되고 만들어진다. 이제 현대 사회에서 사람이 발견할 수 있는 새로움의 정의는 바뀌어야 한다. 'New'가 아닌, 'Reproduction'에 가까운 것. 그것이 현대의 새로움이다.


『에디토리얼 씽킹』에는 내가 생각하는 복합적인 기획의 기반을 마련할 여러 소스가 있다. 창작자로서 차이를 만드는 기획이라는 뒤표지 카피를 보았을 때, 두루뭉술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목차에서 제시하는 기획 방법은 조금 체계적이다. 그리고 본문에서는 세세한 예시와 자료로 가득해 기획하는 방법을 이해하기 쉽게 제공한다. 아마 나처럼 처음 기획자로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사람이 가질 만한 고민은 이 책에 다 담겨 있고,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해 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베스트셀러가 된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중요하게 여긴 지점은 저자의 태도이다. 저자가 어떻게 자신이 기획을 대하는지, 기획을 타인에게 내놓을 때의 마음은 어떤 마음인지를 먼저 보여준다. 나는 좋은 기획은 배우면 어느 정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기획을 따로 배우고 공부하면 어느 수준의 기획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좋은 기획이라 부를 수 있을까. 저자는 좋은 기획을 위한 마인드를 보여주면서 미래의 기획자들에게 어떤 태도와 방향성을 보여준다. 나는 이 책이 이러한 지점에서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새로운 의미를 빚어가는 행위는 지각, 패턴 인식, 연상, 범주화, 기억 검색, 추론, 맥락화 같은 복잡한 인지 작용을 통해 이루어진다. '저는 이 사안/작품/현상/데이터를 읽고 이렇게 해석했습니다. 제가 가진 입장은 이것입니다'라고 선언하는 일이 쉽지 않은 이유다. 하지만 어렵기 때문에 소중하고 가치 있다."


「에디토리얼 씽킹을 시작합니다」, 37p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 것이 힘들지만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서 나오는 기획은 가치가 있을 것이다. 자신이 소중하다고 여기는 것을 고려한 기획은 빛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은 귀한 마음을 독자에게 보여준다. 다만, 그 마음을 가져갈 수는 없다.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마음을 본 미래의 기획자는 그 마음을 그대로 가져가진 않을 것이다. 스스로 유리를 깨뜨리며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마음을 스스로 가지게 될 것이다.






인스타그램: @book__hoon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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