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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훈 Aug 31. 2024

『스릴 너머』

도준우, 『스릴 너머』(글항아리, 2024)


미쳐서 미칠 수 있었던 나날들

도준우, 『스릴 너머』(글항아리, 2024)



온몸으로 부딪히고 솔직하게 파고드는

유쾌하고 진지한 피디의 시간들


글항아리 출판사에서 도준우의 『스릴 너머』가 출간되었다. 코미디언에서 래퍼, 래퍼에서 SBS 예능국 PD, 예능국을 떠나 교양국에 합류해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 팀에 들어가고, 교양국에서 범죄 전문 피디가 되어 활약하기까지의 기록이 담겨 있다. 자신이 바라고 원하는 것들을 이루기 위해 무모하면서도 당차게 애쓰고 파고든 기록 앞에서 독자들은 진지해졌다가도 웃음을 참을 수 없을 것이다.


나에게는 항상 꿈이 있었다. 가장 처음으로 되고 싶었던 건 동시통역사였다. 아마 성인이 될 때쯤에는 외계인과 대화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 싶어서, 동시통역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내가 초등학생이었던 2000년대에는 매번 과학의 날마다 어른이 되었을 때의 미래를 그리는 과제를 받았던 것 같다. 자동차가 날고 로봇이 뛰어다니는...). 중학생 때는 사진작가, 기타리스트, 양식 요리사였고 고등학생 때는 무역을 하겠다고 말했지만 시인이 되고 싶었다. 그러고 보니 시인이 되고자 한 게 벌써 8년이다. 앞서 언급한 이 꿈들 말고는 나는 꿈을 가져본 적이 없다. 그래서 저 꿈들을 이루려고 대부분 1년 정도 넘게 노력을 한 것 같다. 상상하고 바라고 파고드는 시간들이 어쩌면 지금 내가 꾸는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발판이 된 것은 아닐까, 가끔 생각한다. 


북클럽문학동네 티저북 서평단에 당첨되어 도준우 피디의 『스릴 너머』를 읽게 되었다. 일부분이긴 하지만 십 대부터 이십 대 그리고 피디가 된 과정과 이후의 일부분을 읽었다. 내가 꿈을 꾸고 그것이 꿈이라고 말하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들이 이 사람에게도 있었다. 생각해 보면 꿈이라는 소망만을 두고 보았을 때, 나보다 더 먼저 내가 가려는 길을 걸은 사람이 아닐까 싶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더 몰입하기가 쉬웠다.

『스릴 너머』는 저자가 직업을 갖기 전, 고향인 부산 만덕에서 코미디언이라는 꿈을 가지게 된 이유를 설명하면서부터 시작된다. 맞벌이를 하셨던 부모님의 빈자리를 채워준 텔레비전은 그에게 코미디언이라는 꿈을 심어주었다. 항상 타인에게 웃음을 전달하려던 그는 텔레비전 방송에 나오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상상은 상상에서 끝이 났다. 그렇게 도준우는 부산에서 서울로 상경해 대학을 다니고 서울대에서 중앙흑인음악동아리인 바운스 팩토리를 친구 둘과 함께 만든다(이 유명한 동아리를 만든 게 저자라니, 정말 신기하다). 힙합에 빠져 상도 받지만, 군대에 다녀온 뒤 그는 예능국 PD가 되기로 결심한다. 랩을 사랑하지만 래퍼가 되기에는 애정이 사그라들었기 때문이다. 이후 그 어렵다는 고시를 한 번에 되고(이 과정도 참 웃기다. 어케..? 이런 반응을 계속했다) PD가 되었지만, 수직 문화에 진저리를 치던 그는 그만두고 교양으로 옮겨 그알에 몸을 담게 된다.


내가 본 내용은 여기까지다. 뒤에는 더 무슨 내용이 있을지 모르지만, 400쪽이나 되는 전체 원고를 한 번에 쭉 훑는다면 내가 느꼈던 재미나 진지함을 배로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알 피디의 책이라고 그알처럼 진지하고 범죄로 가득할 거라 생각했던 내 생각을 단숨에 지운 티저북이었다. 가능하면 나중에 전체를 다 읽어보려고 한다. 미쳐서 미칠 수 있었던 사람의 미친 나날들이기 때문에, 그 미친 재미가 이 책에 있기 때문이다.


+ 문동은 티저북이나 이런 것도 후가공 해서 주는 게 신기하다. 역시 제대로 책을 나누고 해야 책을 팔 수 있고 팔리는 책을 내놓을 수도 있구나 싶었다. 본문 디자인도 해서 보낼 줄은 몰랐다. 폰트도 매력적이었고(하시라는 안쪽에 있어서 취향을 탈 것 같다) 특히 각주와 하단에 들어간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저렇게 해도 되는구나 싶기도 했다. 글항아리 참 책 잘 만든다.. 여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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