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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arti 아띠 Dec 18. 2020

마늘과 쑥

한달에 한번 꼴로 나는 나만의 동굴로 들어간다. 이 현상을 '기분이 우울하다'로 단순하게 판단할 수는 없다. 우울하고 슬퍼서 혼자 동굴에 숨는 것이라 할 수는 없다. 삶이 내게 다가와 날갯짓을 할 때, 거기서 나오는 작은 바람이 오늘 따라 나한테는 태풍처럼 느껴져 휘청 거리고 말았다. 나는 잠시 흔들렸지만 이내 다시 옷깃을 여미고 앞길을 당차게 전진했다. 그러나 다시 그 바람이 나의 뺨을 야무지게 갈겼다. 그리고 땅바닥에 나동글지고 말았다.


이때 나만의 전략이 있다. 나동글진 상태로, 억지로 일어나지 않기. 그리고 얼른 나만의 동굴로 기어들어가는 것이다. 


나의 동굴은 입구부터 짠내가 난다. 30여년간 흘렀던 눈물의 냄새가 남아있는 모양이다. 들어가면, 깊고 시커머니한게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 끝이 어딜까 소리쳐 메아리를 듣고자하면 메아리가 울리지 않는다. 그만큼 깊다는 뜻일까? 저 어두침침한 동굴 깊은 곳을 바라보면서 마음의 영양분을 채운다. 마치 단군신화에서 곰이 사람이 되려고 100일간 쑥과 마늘을 먹는 고행을 치루는 것처럼 말이다. 이 시기는 그 누구도 만나면 안된다. 가족도, 연인도, 친구도 만날 준비가 안된 상태다.  


오늘은 그런 날이었다.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잠시 안 받아도 되는, 아니 받지 말아야 하는 순간이 있다. 이 때는 조급해하지말고, 동굴로 조용히 들어가 마늘과 쑥을 조금씩 뜯어먹자. 삶은 내게 괜히 날갯짓을 한것이 아닐 것이다. 그의 따뜻한 손길이 때로는 매섭게 느껴지지만 분명 나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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