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 더 하우스>만큼이나 플롯이 단순하면서도 내게 복잡한 생각을 남겨준 영화는 없는 것 같다.
16살 남학생 '클로드'는 자신의 욕망을 소설 속에 투여한다.
어머니 없이 자란 클로드는 결핍된 모성애를 친구의 어머니 '에스더'로 향한다. 사회적으로 금기시되는 사랑을 에스더에게 느끼고 이를 소설화한다(허구의 상상이 아니라 실제로 느낀다. 이는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다).
한편, 글쓰기 재능이 있는 클로드를 남다르게 아끼고 키워주는 문학 선생님 '제르망'이 등장한다. 그는 이루지 못한 소설가의 꿈과 욕망을 클로드에 투영해서 점점 소설을 완성시키는 클로드의 모습에 들뜬다.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소설에 담는다고 한다. 경험담이나 생각을 수필 혹은 칼럼이 아닌 허구의 인물을 통해 내맽으면서 카타르시스(Catharsis)를 느끼는 것일까? 카타르시스는 정화 혹은 배설을 뜻하는 그리스어다. <인 더 하우스>에서 클로드가 친구의 어머니를 성적으로 욕망하고, 남의 집을 관음 하는 모습들이 처음에는 보기가 불편했다. 그러나 감독은 이러한 설정을 너무 심각하게 그려내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점점 갈수록 오히려 클로드는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내밀한 욕망을 인정하고 글로 표현함으로써 더 성정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클로드처럼, 때로는 작가는 글을 통해 욕망을 분출하면서 정화한다. 원래 카타르시스라는 용어는 연극에서 기원했다. 관객이 연극에 몰입하고 대리 만족하면서 느끼는 정화, 배설, 그리기 감정 분출이라는 것이다. 배우가 완벽한 미메시스(모방)를 하면, 관객이 배우와 역할이 하나가 되는 '환영'을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그러나 나는 배우들도 연기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낀다고 생각한다. 잠시나마 다른 존재가 되어 새로운 말투와 행동을 취함으로써 희열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Catharsis. 출처 Pinterest
나는 영화 <인 더 하우스>를 보면서 클로드의 글을 통한 욕망의 분출과 내가 경험한 연기를 통한 배설과 치유를 떠올려봤다.
이렇게 우리는 어떻게든, 각자의 방식으로... 우리가 짊어지고 있는 삶의 짐, 즉 각자의 십자가를 알아차리고 잠시나마 정화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