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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romeNa May 15. 2023

홀로서기

홀로 선다는 건.....

'통제 가능한 일과 통제 불가능한 일을 구분하는 능력입니다. 타인의 마음, 세상, 이미 지나간 과거 등은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통제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집착을 거두는 게 좋습니다. 반면 내 마음은 통제가 가능합니다. 따라서 유한한 시간과 에너지를 통제 가능한 내 마음에 두는 것이 바로 홀로서기입니다.'

- 라라 E. 필딩 <홀로서기 심리학>


'제 스스로 제 발로 서는 것이다.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누구의 부축도 없이 제 스스로 서는 것이다. 제 발로 혼자 우뚝 서서 제 힘으로 제 갈 길 걸어가는 것, 그것이 홀로 선 사람의 행보요 당찬 모습이다'

- 불교신문(http://www.ibulgyo.com)

                    

'홀로 선다는 건
가슴을 치며 우는 것보다 
더 어렵지만 
자신을 옭아맨 동아줄,
그 아득한 끝에서 대롱이며 
그래도 멀리, 
멀리 하늘을 우러르는 
이 작은 가슴.
누군가를 열심히 갈구해도 
아무도 
나의 가슴을 채워줄 수 없고 
결국은 
홀로 살아간다는 걸 
한 겨울의 눈발처럼 만났을 때 
나는 
또다시 쓰러져 있었다.'

- 서정윤 <홀로서기>


홀로서기를 준비합니다. 타인에게 보다는 오로지 나에게만 집중하고,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마음을 다 잡아 보고자 합니다. 홀로 서기까지의 시간이 어느 정도 걸릴지는 모릅니다. 기약도 없는 목적이고, 아프지만, 그래도 준비하려고 합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라는 말도 있지만, 빨리 가거나, 멀리 가려는 것도 없습니다. 서로 상처를 받으면서 멀리 가는 것보다는 천천히 혼자서 가는 게 더 좋을 지도 모릅니다. 


함께 가자고 떼를 쓰는 건 이기적인 집착일 것입니다. 서로가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기에, 함께 갈 수는 없습니다. 부모, 형제, 아내, 아이들.. 조차도 바라보는 시선이 다릅니다. 결혼식 주례의 단골 맨트처럼 '부부는 함께 바라보며, 서로 보듬고 사랑하고, 배려해야 한다'라고 하지만, 그냥 의례 좋은 말일뿐이고, 국어책에 나오는 덕담에 지나지 않습니다. 정말 주례를 보는 사람도 그렇게 지내고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서로를 알고, 서로의 길을 존중하고, 서로에게 기대지 말고, 서로에게 응원과 힘이 되어주는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정도가 가장 적당한 주례가 아닐까 합니다. 


서로를 안다고 해도 모르는 게 투성입니다. 부모와 몇 십 년을 같이 보내도 부모의 마음을 다 알지는 못합니다. 부모도 자식을 다 안다고 해도 다 알지는 못합니다. 서로가 안다는 건 이해한다기보다는 그냥 이런 아이구나 정도로 아는 것이 다입니다. 


누군가의 하나의 길에 끼어 맞추지 말고, 각자가 가고 싶은 길로 가는 걸 존중하자는 의미입니다. 한 사람의 길로만 무작정 따라가고자 한다면 길을 가는 사람은 더 부담이 될 거고, 따라가는 사람도 자신과 맞지 않는 길을 억지로 가는 것 밖에는 안됩니다. 굳이 부부가 같은 길을 갈 필요도 없고, 각자가 가고 싶은 길을 가면 됩니다. 그 길을 내 길로 편입시키려고 하지도 말고, 내 길을 그 길로 합치려고 하지도 말아야 합니다. 하나의 길이 되는 순간 '갈등'만 증폭됩니다. 


서로에게 기대기보다는 힘들 때 다른 길을 가더라도 옆에서 응원해 주는 동반자이면 됩니다. 아이를 낳아도 아이의 길이 다르기에 아이의 길을 존중하고 응원해 주면 됩니다. 굳이 가족이 같은 길을 가야 한다는 건 지나치게 이기적인 발상입니다.




지금껏 한 길로만 가고자 했지만, 함께 가는 게 더디고, 상처만 남았습니다. 도플갱어가 아닌 이상 나와 똑같은 생각, 똑같은 이상, 똑같은 감성을 가질 수는 없습니다. 똑같지는 않더라도, 바라보는 미래가 같으면 서로에게 각자의 길에서 힘이 되어 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 미래도 같지는 않습니다. 




홀로 서기를 준비한다는 건 상대방도 홀로 설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의미입니다. 지금까지 애써 나에게 기대면서 같이 왔던 길을 이제는 스스로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응원해 주고 지원하고자 합니다. 


상대방이 홀로 설 수 있을 때가 비로소 내가 홀로 설 수 있을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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