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번째 글/D9
오늘은 돈에 대해서 생각해봤습니다.
전 돈을 잘 씁니다. 잘 쓴다기보다는 세상엔 돈 쓸 곳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이런저런 취미를 즐기다 보니까 은근히 거기에 돈을 많이 쓰게 됩니다.
스노보드만 해도 스키장 한번 갈 때 기왕이면 숙박도 잡아서 이틀은 타고 싶고, 몇 시즌이 지나면 장비도 종종 바꿔줘야 하고요, 아이가 크니 스키 한번 가르쳐볼까 하면 유아는 1:1 강습만 여러 차례 하게 됩니다. 정말 스키장 한번 다녀올 때 돈이 슉슉 나가지요.
서핑은 스노보드에 비해 리프트를 타지 않고 장비가 적게 필요하다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바다가 서울에서 멀기 때문에 숙박은 필수이고요, 그나마 제일 가까운 양양은 파도가 없을 때가 많기 때문에, 제주까지 가거나 또는 휴가 차 발리까지 가기도 하는데 비행기를 탔다는 것부터 점점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그래도 뭔가 경험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여태까지 스노보드나 서핑을 하면서 쓴 돈이 아깝다, 그런 생각을 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하고 싶은 것을 했고, 그것을 즐겼고, 그것으로 인해서 성취감도 얻고 힐링도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배우는 것도 좋아하는 편이어서 여러 가지 학원도 종종 다녀보았고 (거기서 익힌 것들은 뭐 그다지 잘 써먹었다고 할 수는 없고, 배웠다는 데에 의의가 있지만요). 요새 우쿨렐레를 배우면서 악기를 한번 업그레이드하였습니다. 최고 좋은 것을 사지는 못했지만, 처음 생각했던 예산보다는 좀 올라갔습니다. 덕분에 당분간은 악기 업그레이드 욕망은 없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소리가 정말 다르더라고요!
그 외에도 요새 돈이 꾸준히 들고 있는 영역은, 바로 운동입니다. 필라테스 개인강습을 받고 있는데요, 비쌉니다. 재등록할 때마다 손이 떨려요. 그렇지만 수업이 매우 만족스럽고, 제 몸도 개선되는 것이 느껴져서 조금만 더 해보자라는 마음이 듭니다. 일주일에 한 번 수업을 하는데, 더 자주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정도면 효과를 높이기 위해 집에서 혼자 복습이라도 해야 될 텐데 귀찮아서 혼자는 못합니다. 하아... 스스로도 참 안타까워요.
맛있는 것을 먹거나, 물건을 사는 거 아니더라도 이렇게 돈을 쓸데가 많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반전은,
전 돈을 모으는 데는 차암 재주가 없는 편입니다.
아니 아예 없습니다.
경제적인 감각도 없고, 돈을 불려보려고 노력도 하지 않고요, 모르면 공부라도 해야 하는데, 관심이 잘 가지지 않아서 이 분야는 공부하기가 너무 어려워요. 항상 뒷전으로 밀립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제 남편도 저랑 동일한 증상입니다. 관심분야도 비슷해서 놀 때 같이 놀고요, 경제관념이 같이 없습니다.
지금은 회사를 다녀서 월급이 꾸준히 들어오니 이렇게 살고 있는데요, 노후가 정말 정말 정말로 걱정이 되고 있습니다. 아 어떡하지요... 뭐부터 시작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