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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 넘게 서촌 근처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서촌 산책을 참 많이도 했다.
날이 좋고 한가롭게 산책하고 싶을 때면
자주 들렀던 곳 가운데 하나가 박노수 미술관..
서울에서 이런 공간을 만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박노수 미술관이라는 공간에서 만나는 시간은
시간이라기 보다는 이미지에 가까웠던 것 같다.
박노수 화백이 40년 넘게 가족과 함께
살았던 집이기도 한 박노수 미술관..
빛바랜 시간이 축적된 것 같은,
정성스럽게 관리된 소박한 정원과
어린 딸과의 시간을 간직하고 있을법한
가옥의 물건들이 오래된 먼지처럼
품고 있을 사건과 기억들..
이제 남해에서 나는 자주
박노수 미술관의 이미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곤 한다.
그리고 문득 남해까지 함께 내려와
십년 가까이 좋은 음악을 연주해주고 있는
카페의 스피커를 보며
옛 물건과 사물들이 주는 이미지,
그리고 빛바랜 시간이 만들어주는
공간의 아늑함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