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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ahrang Feb 12. 2021

#가족이라는관계

#설날 #relationshipcalledfamily

가족은 좀 복잡한 인간관계다.


친구나 연인은 만들어진 관계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나이를 먹고 여러 경험들이 쌓이며 내 가치관과 함께 만들어져 온 관계. 하지만 가족이라는 관계는 내 선택은 단 하나도 없이 삶과 동시에 주어진다. 우정과 사람은 어지간하지 않으면 끝을 맺을 수 있지만 가족은 좀 더 얇고 긴 끈이 이어져 있는 듯하다.


특히나 한국 사회에선 가족 내에서 '당연히' 행해지는 일들이 정말 (정말) 많은데, 서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에서 많은 오해와 관계의 불균형이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친구나 연인관계에서는 비슷한 이유로 문제가 일어나면 '당연한 건 없었다'라고 말하며 서로 노력하길 약속하지만, 가족은 같은 이유로 싸우고 싸우고 곪는다. 싸우고 일어나면 또 얼굴을 봐야 하고 밥을 같이 먹어야 하는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참 서로의 속을 알 수 없는 복잡한 관계.


뭐가 되었든 하나는 확실하다. 맨몸으로 태어나는 인간에게 당연한 건 하나도 없다.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식, 친척들 간에도 마찬가지다. 의식주를 어떻게든 제공하는 부모님과 공부하고 대학 가고 취준 하고 이후로도 사회적 숙제를 풀며 살아가는 자녀. 돈 벌어다 다달이 날아드는 공과금들과 식비를 책임지는 남편과 집 청소 빨래 식사 설거지 육아 등 돈 말고는 모든 걸 책임지는 아내. 그 어디에도 당연한 건 없다.


'낳았으니 당연하다', '키웠으니 당연하다', '돈 갖다 주면 됐지', '나는 집에서 노니?' 칼같이 자를 수도 없고, 숫자로 환산해 계산기 두드릴 수 없는 것 일수록 가치는 크기로 따질 수가 없다. 가족같이 더 많이 대화하고 더 많이 이해하고 더 많이 노력해야 하는 관계도 없을 것이지만, 우리는 여전히 가족은 당연하기만 하다.


그저 미안한 건 미안하다 고마운 건 고맙다고 제대로 말만 해줘도 서운함은 1g 줄어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당연하니', '하루 이틀 하는 것도 아니고', '매해 저러네' 보다는, '수고했어요', '고생했네', '힘들었지', '고마워요'라는 말을 전할 수 있는 설날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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