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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ahrang Mar 07. 2021

#결혼과비혼사이

#marrigethesedays

"요즘애들은 왜 결혼 안 하고 혼자 산다고 하니?"

설날에 만난 고모와의 대화중에 나온 말이었다. 이십 대 후반 어디쯤부터 들어오던 말이었지만, 이상하게도 이번만큼은 조금 다르게 다가왔다.

'지금 시대의 젊은이들은 정말 결혼을 안 하고 싶은 걸까?'

생각해보면 현재에도 주위 사람들의 결혼 소식은 끊어지지 않는다. 코로나 시국임에도 결혼 준비하는 지인들의 소식이 카톡 소리로 울리고, 결혼한 친구들의 일상이 인스타에 포스팅된다. 지금의 젊은이들은 결혼을 하고 있다. 더 정확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정을 꾸리고 있다. 우리는 결혼하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하고 싶은 사회를 원하고 있다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현실이 그렇다. 악착같이 모아 온 돈을 다 털어 결혼식을 치르고 빚을 내어 집을 사야 한다. 여전히 집은 남자가 해와야 하고 살림은 언제나 여자의 몫이다. 정부는 결혼을 장려한다며 집 대신 대출을 건네고 사회는 결혼 속에 젠더 롤을 부여한다. 그 흐름을 거스르는 데에는 돈만큼 좋은 해법이 없다고 느껴지는 현실 속에서 결혼은 상상만으로도 피곤한 일인 것이다.


그렇다면 '가정'이라는 본질은 어떠하냐 물을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그 부모를 통해 결혼과 가정을 배우고 그 제도를 판단하게 된다. 희생이 자연스러웠던 부모님과 나눠 가지는 게 당연했던 형제자매간의 관계 속에서 밀레니엄 세대들은 가족이란 참 피곤하고 힘든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러니 부모님들의 결혼에 대한 말들도 사실은 지옥으로 걸어 들어가라는 것처럼 느껴지게 된다.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이라는 말이 큰 공감을 얻게 된 것에서는 결혼의 무게감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자아실현의 욕구가 우선되고 즐거움을 쫓아사는 현시대의 젊은이들에게는 결혼은 그저 미뤄도 되는 숙제가 되어버렸다. 결혼이라는 프레임 속의 젠더 롤을 없애고, 정부가 결혼하고 싶은 기반을 다져주지 않는다면 혼자도 괜찮다는 '요즘애들'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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