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섯씨 Apr 21. 2020

키즈용 TV 인터페이스 제작기 (1)


이 글은 2017년 신규 출시 당시의 경험을 적은 글입니다. 지금의 모습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




시작


구독 방식이 아닌 IPTV에서 수입이 주로 발생하는 분야 중 하나는 유아 콘텐츠다. 키즈를 위한 TV는 여기서 시작되었다. UX 개편만으로는 부족한 마케팅 엣지가 되어줄 수 있도록 이 진짜 키즈용 TV를 만들자는 아이디어.


당시 경쟁사들은 키즈 시장에 그다지 신경을 쓰진 않고 있었다. A사에서 뽀로로를 앞세워 광고를 하고 한 번 출시하긴 했지만 그 후의 계획은 없어 보였고, B사에서는 건너 아는 분이 '너네 키즈 한다며, 그걸 왜 해?'라고 반응했을 정도.


당시 경쟁사들의 키즈용 TV 화면



그래서인지 모바일 앱 중에는 키즈용 미디어 서비스들이 꽤 있는 편이었지만 리모컨을 사용하는 TV 서비스 중에는 완성도 높은 레퍼런스가 없었다. 넷플릭스, 유튜브에도 키즈가 있긴 했지만 단순히 흰 화면에 (까만 화면은 어른용, 흰 화면은 키즈용. 간단한 접근이다.) 타일 형식으로 어린이 콘텐츠가 모여있는 모습이었다. 그래서인지 타 부서에서도 대충 비슷한 모습을 상상하고 있었다.



당시 넷플릭스, 유튜브 키즈 TV



난 IPTV 리뉴얼 프로젝트의 대표 화면이 어느 정도 마무리될 때쯤, 뒤늦게 시작된 이 키즈 TV 프로젝트의 담당자가 되었다. (이제 정리했는데.. 이제..!) 문제는 아이가 있기는커녕 미혼이고, 주변에 조카 같이 가까운 아이도 없어 타깃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은 상태였다는 것이었다.


물론 사용자 조사를 하면 되지. 하지만 학교에서 아무리 이론적인 공부를 많이 했어도 현실에서는 정석적인 UX 방법론을 따를 수 없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케이스가 특히 그랬다.


보통은 급할 때 온라인 설문을 돌리거나 몇 차례의 FGD라도 할 수 있지만 2~6세 어린이가 타깃이라면 상황이 다르다. 모으기도 힘들뿐더러 타깃을 모은다고 해도 4살 어린이에게 'A 안을 선택하신 이유가 뭔가요?' 물어볼 수도 해석하기도 어렵다. 장기간의 옵저베이션(관찰) 방식이 필수적인 타겟이었지만 우리는 그럴 시간도, 리소스도 없었다. 다행히 몇 년 전 다른 팀에서 TV 사용을 관찰했던 데이터가 있었고 그중 일부 유아가 포함된 가구가 있어서 참고할 수는 있었는데, 그것 만으로는 부족함을 느꼈다.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우리만의 새로운 방식으로 유저 공부를 (급하게) 진행하게 되었다. 이 때의 기억을 되살려 일기처럼 적어보자 한다.



유저분들,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신가요?




키알못의 키즈 공부


1. 데스크 리서치 : 구글신이 도와주실 거야


키즈라는 특수한 타겟을 이해하고 알아보기 위한 인터넷 서치. '유아 성장발달'에 대한 기초적인 논문과 'Kids UX/UI'를 주제로 한 아티클들을 국내/국외 상관없이 이것저것 긁어모아 공부하고 정리했다. 더불어 '유아 미디어/TV 사용'에 관해서도 간단하게 읽어보았다. 


이 때 개인적으로 정리한 내용은 아래 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2. 레퍼런스 분석 : 쥐어짜 보자


당시 '키즈'용 'TV' 서비스는 레퍼런스가 그다지 없었다. 사실 아직까지도 TV 앱은 다른 분야에서도 레퍼런스가 많지 않은 편인데 키즈용으로 좋은 레퍼런스가 많기는 힘들었다. 나는 범위를 넓혀 모바일, 패드 앱들과 PC용 웹(네이버 주니어 같은)까지 모든 어린이 대상 서비스들을 다양하게 살펴보았다.



3. 필드 아닌 필드 리서치 : 안 되겠다, 밖으로 나가자


데스크에서는 한계가 느껴져 회사를 박차고 밖으로 나가보았다. 직접 문구점의 어린이 코너로 가 유아용 동화책을 포함한 각종 도서와 장난감과 학습 도구들을 구경하고 영감을 받았다. 근래엔 전혀 관심을 주지 않았던 코너인데 막상 가서 살펴보니 굉장히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누르면 말하는 책뿐 아니라 다 큰 나도 혹하는 요술지팡이들을 구경했다. 디자이너로서 눈이 즐거운 다양한 디자인과 모티브들이 넘쳐났다. 덕분에 내 작업 모드가 '키즈모드'로 전환  있었다.



그 후로 지금도 가끔 구경하는 키즈코너



4. 전문가 의견 듣기 : ...그리고 아이들을 울리지 않기.


사내 어린이집에 메일을 보내고 전화를 걸었다. 한 번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어린이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주십사. 덕분에 어린이들을 두 차례 만나도 보고 (간단한 조사를 시도했다가 이때 실패했다. 울리지 않기에 급급했다.) 선생님과 어린이집 원장님의 고견을 들을 수 있었다. 아이들을 만난 것은 테스트/관찰 환경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기에 그다지 도움이 되진 않았는데 원장님의 의견이 큰 도움이 되었다.

업무 중간엔 옆 팀 (그때 우리 팀에는 부모가 없었다) 부모님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스터디 단계는 아니지만, 나중에 사업/기획팀의 주도로 유아 전문 박사님을 만날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이 때는 디자인 대표컨셉이 나오고 영상으로 프로토타입을 제작한 이후라 영상을 보여드리며 보다 직접적인 코멘트를 들을 수 있었다. 여기서 자잘한 가설을 기초로 한 결과물들이 실제로 꽤나 괜찮다(?)는 것을 전문가 의견을 통해 검증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배경에 작은 애니메이션들을 숨겨뒀었는데, 먼저 그걸 발견하시고 "어린이들은 같은 장면에서도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즐긴다."며 좋은 부분이라고 집어주셨다. 같은 동화책의 같은 페이지 그림이지만 계속해서 새로운 요소를 발견하는 것처럼. (이런 어린이 특성을 전문적으로 알고 집어넣은 요소는 아니었지만.)



5. 경험 나누기 : 모두 한 때는 키즈였어.


앞서 키즈를 이해하기 위해 이것저것 시도를 해보긴 했지만 그럼에도 부족함을 느꼈다. 키즈를 제삼자 입장에서 보고 그들에게 맞는 디자인을 제공하는 것에 한계가 느껴진달까.


그래서 우리는 어린이 책과 장난감과 앱과 웹들을 들춰보면서 떠오르는 아이디어들을 포스트잇에 적어 붙여보고 관련된 경험과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잊고 살고 있던 어릴 때의 경험들이 떠올랐다. 야근하면서 어릴 때 각자 어떤 콘텐츠를 좋아하고 빠져있었는지, 만화, 영화, 게임, 동화책들 이야기를 하고 왜 빠졌었는지, 지금의 나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등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그렇게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며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누다 보니 공통적인 키워드도 나오고 목표도 생기게 되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적겠지만 결국  과정이 가장 주요한 컨셉을 뽑아내는데  역할을 했다.


이 때 회의를 하면서 담당자들과 나눈 이야기 중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다.



"이 서비스가 나오면, 나중에 그 아이들이 커서 '그때 이런 걸 재미있게 봤었지' 하고 지금의 우리처럼 떠올리고 기억해주면 좋겠다."



그냥 키즈 콘텐츠가 모여있는 TV가 아니라,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좋은 인상을 남기는 그런 디자인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Kids TV UX/UI Design' 결과물은 아래 비핸스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https://www.behance.net/gallery/89047721/Utv-Kids-World-TV-UXUI-for-Kids


그 외의 다른 작업들은 제 포트폴리오 홈페이지에서 보실 수 있어요!

https://www.ataroundfive.com/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