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연 Nov 21. 2023

“양궁 초급반 등록을 하고 싶은데요”

드디어 양궁 클래스에 등록했습니다

내가 사는 집 바로 앞에는 커다란 공원이 있다. 규모도 나름 크고 오래된 곳이라 스포츠시설도 잘 갖추어져있다.

특히 가장 눈을 끌었던 것은 양궁장(일본은 양궁장을 아체리장이라고 부른다)이었다. 집 앞에 양궁장이 있으니 혹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알아보았지만, 개인이나 단체 연습만 가능하지, 양궁을 가르쳐주는 클래스는 따로 운영하고 있지 않았다.


집에서 약간 떨어진 공원에도 양궁장이 있었지만, 역시 양궁 클래스는 없었다. 오기가 생겨 개인이 운영하는 곳도 찾아보았지만 가격도 가격이거니와, 회사 근무시간과 겹쳐서 눈물을 머금고 포기해야했다.


그러던 어느날, 구청 외국인 생활 지원센터에서 활쏘기체험을 할 사람을 모집한다는 메일이 왔다. 양궁은 아닌 궁도, 일본 활쏘기이지만 활쏘기를 너무나 하고 싶었던 난 당연히 참가 신청을 했고, 주변 친구들에게 엄청나게 자랑을 했다. 나 궁도 배운다! 구청에서 공짜로 가르쳐준대! 하고 말이다.


그리고 기대한 궁도 체험 전날, 내일은 궁도 체험의 날입니다. 이런 준비를 하고 여기로 모여주세요 하는 메일이 왔다. 이 때 난 메일 아래 달린 주석을 무시했다.

‘우천시에는 취소됩니다’


우천시 강습회는 중지됩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부터 비가 내렸고, 궁도 체험은 취소되었다. 그렇게나 비가 오더니, 궁도 체험이 시작되었어야 할 시간에는 해가 멀끔하게 얼굴을 드밀었다. 이 눈치없는 날씨같으니.


이렇게 내 일본 첫 활쏘기 체험은 우천으로 취소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 일로, 각종 체험을 고지하는 생활정보지나 메일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매달 내가 사는 구에서 구 소식 신문이 발간되는데, 거기를 보면 동네 산책 여행이나 각종 스포츠에 참여할 사람들을 모집하는 정보가 실리곤 한다. 그리고 드디어, 드디어 고대하고 고대하던 그 소식이 올라왔다.


초심자 양궁 강습회


시간도 일요일! 직장인인 내게는 너무나 감사한 날짜다. 거기에 등록비 500엔, 매 회당 200엔을 지불하고 전 클래스 이수 이후 시험에서 통과하면 구에서 운영하는 시설에서 양궁을 할 수 있는 자격을 준다고. 가격마저 너무나 착해서 감동을 하고, 그 강습회 공지를 사진으로 찍어 근처에 사는 절친에게 보냈다.


“우리 함께 레골라스가 되지 않겠는가.”


친구는 고민고민하다 이 가격에 양궁을 어디서 배우냐, 천오백엔에 양궁을 배우는건 거저다 하는 내 꼬임에 넘어가 함께 등록을 하기로 했다.

너무나 좋은 정보, 선착순 16명. 조급한 한국인의 특성이 발휘되어 바로 강습회 등록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양궁 초급반 등록을 하고 싶은데요, 어떻게 하면 되나요?”


하나님이 bow하사 우리 나라만 세. 양궁의 나라에서 온 나는 드디어 종특을 발휘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떤 스포츠를 좋아하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