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로 돌아가다.
“양궁 초급반 등록을 하고 싶은데요, 어떻게 하면 되나요?”
전화기 너머의 남성이 대답했다.
“전화로는 등록이 안되니 직접 노동복지회관에 와서 등록해야 합니다. 메구로구 거주자거나 여기서 학교 또는 회사를 다니시는 거 맞죠? 신분증과 등록비 500엔을 가지고 와 주세요.”
“선착순 16명이라고 적혀있는데 아직 마감 안되었나요?”
“네, 아직 여유롭습니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모집을 시작한 당일, 선착순 등록이기에 급하게 전화를 걸었으나 아직 여유가 있다는 대답에 마음을 놓고 노동복지회관 위치를 찾아보았다. 집에서 걸어가기는 애매하고, 자전거로 가기 적당한 거리였다.
함께 강습을 듣기로 한 한국인 동네 친구에게 직접 구민센터에서 등록을 해야 하니 주말에 만나서 같이 가자는 연락을 했다.
등록 당일, 역 앞에서 공용 킥보드를 탄 친구와 만나 노동복지회관으로 향했다. 봄 벚꽃으로 유명한 메구로강변을 따라 죽 가다 보니, 언덕 위에 노동복지회관이 보였다.
자전거 주차장(일본은 주륜장이라 부른다)에 자전거를 세우고, 건물로 들어갔다.
타일이 발라져 있는 세 동의 건물은 내가 아주 어릴 적에 본 듯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쇼와 49년(1974년)에 지어진 건물이라는데, 연주홀과 체육관, 수영장, 양궁장, 테니스장과 탁구장, 야구장, 도서관뿐 아니라 미술관까지 있는 멋진 장소였다.
각 시설을 상징하는 픽토그램도 정말 멋졌다. 70년대에 이런 시설을 만들었다니, 버블시대 직전의 풍요로운 일본이 조금은 부러웠다.
건물 1층에 걸린 오래돼서 변색된 아크릴 액자와, 거기에 끼워져 있는 메구로구의 상징물 설명 포스터가 어릴 적 초등학교에 붙어있던 교목과 교화 설명을 떠오르게 했다.
그리고 벽에 붙어있는 시설 안내도 정말 오래된 폰트로 만들어진 것들이었다. 지금은 보기 힘든 아날로그 시대의 유산이 주변이 가득했다.
오래된 글자들을 감탄하며 바라보다, 1층 입구 앞에 앉아있는 직원에게 양궁 등록을 하고 싶다고 물어보니, 2층으로 올라가라는 답을 받았다.
2층 또한 오래된 느낌이 그득했다. 부스에 앉아있는 나이가 지긋한 남자 직원에게 양궁 등록을 하러 왔다고 하자 여러 설명을 해 주었다.
첫 강습은 안전교육이므로 반드시 참석해야 하고, 수강증은 매번 들고 와야 하니 빠뜨리지 말라며 수강증을 건네주었다.
수강증에 적힌 번호는 2. 내가 두 번째 신청자였다. 친구는 3번째 신청자였고 말이다.
드디어 양궁을 시작하는 날이 정해졌다. 약간은 흥분된 마음으로, 수강증을 지갑에 넣으며 70년대의 건물을 빠져나왔다.
아, 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