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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 Mar 11. 2021

덴마크 | 코펜하겐 교외

햄릿의 성 Kronborg slot 그리고 스웨덴 Helsingborg


2014년 5월


그가 살고 있는 코펜하겐에서 기차를 타고 1시간 정도 가면 있는 Helsingnør는 그가 유년시기를 보낸 곳이기도 하고, 그의 부모님이 살고 계신곳과 가까운 도시입니다. 코펜하겐을 벗어나 교외로 기차를 타고 떠나 봅니다.


피곤하지만 일분 일초가 아까운 이 시점을 이겨내기 위해 레드불 한 캔


날씨가 맑은 틈을 타서, 우선은 페리를 타고 스웨덴에 다녀와 보기로 합니다. 페리를 타고 30분이면 다른 나라에 갈 수 있다니! 이게 바로 유럽의 매력이 아닐까요.

우리가 탄 이 페리는 여기 덴마크 해변에서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스웨덴 헬싱보가 목적지이지만, 더 먼 도시를 도착지로 밤새 파도를 헤치고 다음날 새벽에 도착하는 페리도 있다고 하네요. 보통 젊은 사람들이 밤새 마시고 즐기는 파티 페리라고 하는데, 남편도 어린 시절 몇 번 다녀왔다고 하네요.


페리를 타고 가는 길에 저 멀리 보이는 햄릿의 성 크론보 성


저 멀리 멀어져 가는 햄릿의 성을 바라보고 있으니 어느덧 반대편 스웨덴에 다다랐습니다. 아주 잠시 페리를 타고 왔을 뿐인데도 이곳은 스웨덴. 분위기가 덴마크와는 사뭇 다르네요. 아쉽게도 스웨덴에 도착하니 날씨가 흐려 저서 날씨를 마음껏 즐기지는 못했지만 깜짝 스웨덴 체험도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곳저곳 목적지 없이 길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니, 한국 식당이 있어서 여기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습니다. 아직 한식이 그리울 타이밍은 아니었지만, 한국을 떠난 후로 한국 음식을 먹지 못했던 남편에게 한국의 맛을 다시 상기시켜 주고, 스웨덴에서의 한식은 어떤지 엿볼 수 있는 기회이니까요.



우선은 스웨덴에서 마주친 한식당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소주 한잔으로 시작해 봅니다. 된장국, 김칫국, 만두 등 메뉴가 다양하네요. 우리는 저녁을 거하게 먹을 예정이었기 때문에, 간단하게 김밥과 군만두를 주문했습니다. 물론 한국의 김밥집 가격과 비교하면 헉하고 놀랄 가격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외국에 나와서 한국 음식을 접하면 괜히 반갑고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 선물로 준 원숭이 핸드폰 케이스로 나온 음식들 사진을 찍는중


한국에서 짧게나마 살아 본 그 인지라, 김밥은 어떤 부분이 다르고 군만두도 한국에서는 어떻게 서빙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이 귀엽습니다. 만약 그가 한국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이었다면 내가 말하는 한국과 그가 생각하는 한국을 어느 정도 일치시키기 위해서 진땀을 뺐을 텐데,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곤 하니, 얼마나 편한지요. 서로 공감하고 공유하는 경험이 있다는 건 정말 감사하고 행복한 일입니다.



밥을 먹고는 다시 도시를 구경해 봅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스웨덴은 조금 더 빽빽한 느낌이 듭니다. 아직 스웨덴의 다른 곳을 가본 것은 아니기에 ‘개인적인 생각’인 것이지만, 이번에 본 이 도시의 모습만 보면 건물들이 조금 더 들어차 있는 것 같고, 건물들도 더 층수가 높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실 확인은 아직 하지 못했기 때문에 언젠가는 근거를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해 봅니다.



그렇게 가까운 이웃나라 나들이를 떠났다가 다시 덴마크로 돌아왔습니다. 비가 오기도 하고 하늘이 잔뜩 흐리더니, 또다시 구름 사이로 해가 반짝 뜨는 듯합니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크론보 성을 들렀다가 가기로 했지요.


크론보 성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인 햄릿의 무대가 되는 엘시노어 성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곳으로, 햄릿의 무대여서 유명해진 것도 있지만 바다 건너 스웨덴이 보이는 전략적인 위치 때문에 16~18세기 북유럽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곳이라고 합니다. 2000년에는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 도 했고요.


여러 문을 지나쳐야 성에 다다를 수 있다.


바닷가에 있는 성이라서 바람은 매섭게 불지만, 참 조용한 크론보 성입니다. 사실 아직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읽어보지 않았는데,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곳을 방문했으니 이 배경을 머리에 담고 책을 읽어보면 더 실감 나겠다 하고 생각해 봤었지요.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은 이미 여러 해가 지난 후이지만, 지금이라도 어서 햄릿을 찾아 읽어야겠습니다.



덴마크에는 물이 있는 곳이면 백조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우아한 모습에 가까이 다가갔다가 백조들에게 쪼임을 당할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저도 백조를 놀라지 않게 하기 위해 엉금엉금 다가가서는 수줍게 손을 내밀었다가 갑자기 달려들까 봐 무서워서 멀찍이 떨어져서 눈으로만 보기로 했습니다. 역사가 깊은 성과 그 옆을 유유히 헤엄치는 우아한 백조, 참 잘 어울리는 조합이네요.



성을 둘러보고는 주변의 항구도 거닐어봅니다. 날이 좋은 날이면 사람들이 요트를 타고 항해를 할 텐데,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불어서인지 바다에 나간 요트는 없네요. 이런 곳에서 수영도 하고, 요트도 타면서 시간을 보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잠시나마 마음의 여유를 찾아봅니다.



물론 한국에서도 이런 하늘, 이런 바다를 접할 수 있지만, 유독 휴가 중에는 모든 것이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아마도 반복적인 일상과 매일매일의 고민거리를 잠시 내려놓고, 내 주변의 환경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우리에게는 휴가가 필요하고, 내가 사는 곳이 아닌 낯선 곳으로의 여행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꼭 그곳이 바다 건너 다른 나라가 아니어도, 잠시나마 일과 걱정거리를 내려둘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요.


여행은 무엇보다도 지금의 나를 깊게 들여다 보고, 내가 있는 이곳을 더 찬찬히 둘러보게 해 줍니다. 그리고 그런 여유로운 시간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지요. 그런 점에서 나는 정말 행복하고 운이 좋은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그와 함께 할 수 있었던 덴마크 여행을 통해 또 소중한 것을 하나 더 깨달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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