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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 Apr 01. 2023

24. 바쁘고 지친 삶에서의 탈출

새로운 곳에서 여유롭게 시작하기

나는 항상 바쁘게 살아왔다. 대학생이 되기 전 까지는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밤낮으로 공부하는 것이 일상이었고, 대학생이 된 후에는 학점 관리에 더해서 이력서를 화려하게 만들어줄 다양한 대외 활동과 토익 고득점을 위한 영어공부를 하느라, 그리고 취업을 한 후에는 회사에서 인정받고 더 나은 일자리로 이직을 위해서.


서울에서의 삶은 치열해도 야경은 참 멋있다.

인생의 매 순간마다 이뤄내야 할 목표가 있었고, 그곳을 목표로 하고 계속 달려왔는데, 슬프게도 목표지에 다 달았을 때 '휴, 이제는 여기서 좀 쉬어도 될 것 같아'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매 번 목표지에는 다음 목표지가 어딘지 푯말이 적혀있고, 그 방향으로 지금 바로 출발하지 않으면 뒤처질 것 같은 마음에 가쁜 숨을 또 몰아쉬며 억지로 발걸음을 또 옮겨왔다.


아마 그것 때문이었던 것 같다. 쉴 새 없이 무엇인가를 이루어야 했고, 목표를 가지고 바쁘게 살아야 잘 사는 인생이라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있던 내가 미련 없이 한국을 떠나게 된 이유 말이다. 물론 여기서 함정은 그 누구도 나에게 그렇게 숨 쉴 틈 없이 바쁘게 살라고 한 적이 없다는 것이긴 하다. 오죽하면 어떤 친구들은 '너는 이제 좀 천천히 가도 될 것 같지 않아? 너무 너 자신을 몰아세우지 말았으면 해'라고 말할 정도였으니까.


그래도 나는 참 운과 기회가 좋았던 사람이었던 게 아닐까 싶다. 열심히 노력해서 하면 어떻게든 뭔가 이루어졌었고, 거기에 동기를 얻어서 계속 앞으로 전진하면서 살아왔었으니까.


적어도 덴마크의 첫인상은 여유 그 자체였다.

그러던 내가, 겉에서 보기엔 그럭저럭 기반을 잘 다지고 살고 있던 내가, 그동안 쌓아온 것을 두고 이제 덴마크로 왔다. 사실 아쉬움보다는 짐작할 수 없는 미래가 조금 설레기도 하고,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인데 많이 다르겠어하는 괜한 자신감도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제 나도 조금 쉬어가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수십 년 직장생활을 한 분들 앞에서는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모습이기도 하겠지만, 입시에 지친 학창 시절과 야근, 업무 스트레스가 가득한 10년간의 회사생활로 나의 몸과 마음은 너무 지쳐있었던 것 같다.


여유로움을 찾은 내 삶을 위해 cheers!
한동안은 길거리 사진을 엄청 찍었다. 여유로움이 좋아서.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일상. 아침에 억지로 피곤한 몸을 일으켜 세워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되고, 밀린 이메일과 답이 없는 프로젝트 걱정에 밤잠을 설치지 않아도 되는 일상. 느지막이 일어나 햇살 드는 창가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바닷가로 숲 속으로 산책을 다녀오고, 빈 벤치에 앉아서 산책하는 개들을 한참 동안 무념무상하게 바라보고 앉아있어도 아무 문제없는 여유로운 일상.


집을 나서면 어디서든 자연을 접할수 있다.
길거리에 사람이 없어서 여유로운걸까? :)

덴마크에 오자마자 나는 여유를 찾았다. 럭셔리하고 특별한 그것이 아니라, 그냥 소소한 행복이 있는, 가만히 있어도 온몸으로 느껴지는 여유로움.


이제 이 낯선 나라에서 어떤 삶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모르겠지만, 우선은 이 여유로움이 지겨워질 때까지 한번 즐겨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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