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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a Oct 21. 2022

방과 후 훌라

E huli makou

로얄하와이안센터에서 공연하는 훌라 걸.


오직 와이키키 한복판에 있다는 이유로 고른 랭귀지 스쿨. 매일 수업이 끝나기 무섭게 커다란 타올을 메고 비치로 향하며, 내 탁월한 선택에 감탄하고 또 감탄했다.


처음 와이키키 비치를 보고 조금 실망한 것도 사실이다. 생각보다 좁은 모래사장,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 비치를 따라 늘어선 명품 브랜드 숍들은 낭만을 깨부수는 느낌이다. 하지만 이 화려한 거리를 비키니 차림으로 활보하는 것이, 어디 아무 데서나 가능한 일이던가. 그래, 이것이 바로 와이키키 스타일이다! 좀 붐비면 어떤가, 우린 모두 파라다이스를 찾아 세계에서 몰려든 동지들인데! 거리를 걷는 이들의 표정을 보라. 하나같이 행복한 미소들이다.


아무튼 이 랭귀지 스쿨에는 매주 월요일 무료 훌라 수업이 있었다. 이곳을 선택한 또 하나의 이유는 학생들을 위한 액티비티가 많다는 것.




나의 첫 훌라 선생님은 남자였다.

처음에는 교실을 잘못 찾아온 줄 알았지만, 지식 부족이었다. 전통적으로 훌라는 원래 남자들의 춤이었다고 한다.

오늘 배울 멜레(mele, 하와이 노래)는 '에 훌리 마코'. 빙글빙글 도는 동작으로 이루어진 쉬운 춤이다. 교실은 금세 스무 명도 넘는 학생들로 가득찼다. 한국인은 나 하나뿐. 우쿨렐레 연주와 함께 가수의 구성진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E huli, e huli mākou

E huli, e huli mākou"


흔히들 '훌라' 하면 코코넛 브래지어를 입은 여인의 요염한 웨이브를 떠올린다. 나 역시 그랬고. 하지만 훌라는 섹시해서는 안 된다고, 선생님은 잘라 말했다.

엉덩이를 과도하게 흔들지 말아라. 손가락을 살랑거려서도, 까치발을 들어서도 안 된다. 다만, 환하게 미소 지을 것! 움직임 하나하나에 내면의 아름다움을 최대한 끌어올리려고 노력할 것.


훌라의 모든 손동작에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그건 달이나 바다, 꽃과 같은 자연물을 나타내기도 하고, 때론 사랑 등의 추상적인 단어를 설명할 수도 있다. 꼭 수화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작은 생각보다 단순하지만, 잠깐 딴생각이라도 할라치면 금세 자세가 흐트러지고 박자를 놓치게 된다. 때문에 은근히 집중력이 필요하다.그렇게 멜레에 맞추어 한참 훌라를 추다 보니 신기하게도 머리가 맑아지는 듯했다.


“I mua~”


일본인 학생들 몇몇이 뭐가 우스운지 킥킥 웃는다.

그러고보면 하와이에는 훌라를 배우기 위해 유학 온 일본 학생들이 참 많다. 영화 <훌라 걸스>의 영향일까? 여담이지만, 이 영화에서 아오이 유우는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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