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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인생노트

그 해, 어른

by 오롯하게

그 해, 한참을 무더웠을 그 여름을 나는 기억하지 못한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더운 줄 모르고 맨발로 모래바닥을 뛰어놀던 시절이 분명 나에게도 있었을거다. 복잡한 세상살이 걱정 하나 없이 가벼운 머리로 그저 비루한 모래성을 짓고, 흰 눈과 질은 흙으로 달고나를 만들며 헤헤거리던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을거다. 마음을 조절하지 않고 몽땅 쏟아붓는 법 밖에 몰라도 되는, 앞으로 질주하는 법 밖에 모르던 경주마같던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겠지.


지난히도 더운 그 해 여름이 기억나지 않는 것 처럼, 밖을 나갈 엄두도 나지 않는 지금 이 여름도 언젠간 내게서 잊혀지리리 믿는다. 십오년쯤 흐르면 잊혀지려나, 이십년은 족히 지나야 흐릿해지려나.


어른이란 왈칵 쏟아붓고싶은 마음을 생각이라는 창으로 막고 또 막아 그 틈으로 슬쩍 흘러나온 감정조차도 주워담기 바쁜 존재이지 않을까. 사랑하는 마음도, 하고싶은 것을 하려는 마음과 영원을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조차도 삐져나오는 작은 조각조차 추스려야하는 비루하고 남루한 일을 끝끝내 하고 말아야하는 안쓰럽고도 참 안된. 그런 날개 부러진 참새같은 존재가 바로 어른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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