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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기동 Aug 31. 2024

분유와 이유식

퀴어엄마는 꽝초보(?) 요리사

삐약이가 벌써 1년 하고도 2개월이 되었습니다. 이 녀석 몸무게를 재 보았더니 10킬로를 돌파했더라고요. 달이 넘어가면 아가의 식사량도 조금씩 늘려가고 있습니다. 키와 체중이 늘어남과 동시에 인지의 발달도 눈에 띄게 늘어났습니다. 

아이 발달은 다름 아닌 엄마 아빠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는 시늉을 많이 합니다. 옷을 보면 옷 속에 머리를 넣고, 손으로 바가지에 물을 담아 몸에 뿌리는 샤워 흉내를 냅니다. 엄마 아빠랑 놀이를 하다가 자신이 못하면 엄마 손을 잡아당겨 놀이를 해달라고 요구할 줄도 아네요. 이밖에도 사진을 보고 가리키기, 위험하게도 선풍기 틀기 등 이런 모습이 참으로 신통방통 하기만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갖고 싶거나 하고 싶은 것을 못하게 하면 온몸을 비틀며 우는 뗑깡도 슈퍼 울트라급으로 등급 하셨습니다 ~휴.


*분유


필리핀에서도 분유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분유 선정의 가장 중요한 점으로 우선 영양의 함유와 만드는 회사가 믿을만한가입니다. 신생아 때부터 수유는 시간 간격을 정하지 않고 아기가 배고파 울 때마다 분유를 먹였습니다. 그리고 생후 6개월부터는 분유와 이유식을 혼합하여 먹였습니다. 


*돌이 되면서 이유식을 주식으로


이민은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옵니다. 그중의 하나가 요리를 직접 해서 먹어야 합니다. 이민 오기 전까지 모국에서 요리와 집안 청소를 해본 적이 없었지요. 왜냐하면 기득권자 남성으로 살면서 요리, 청소, 빨래를 하지 않아도 부모님과 누나들에게 야단을 맞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민을 온 후, 저는 김치 담그기, 된장국이나 미역국 같은 국 끓이기 그밖에 몇 가지 요리를 해서 먹고 있습니다. 요리는 장 보면서, 손질하면서, 마지막으로 요리하면서 완성되는 다단계 절차라는 것을, 그리고 요리는 가족을 먹여 살리는 위대한 노동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남편과 아기를 위해 음식을 만들 때 그리고 먹일 때 나의 요리는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는 정말 요리를 싫어하고 못합니다. 요리엔 영 꽝이죠. 그런데 말입니다, 요리 꽝초보인 저에게 이유식은 또 하나의 도전이었습니다. 우선 출산과 육아를 선 경험하신 여성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았고 인터넷으로 자료를 모았습니다. 그리고 유튜브 채널을 통해 맛있고 영양가 있는 이유식을 만들었습니다. 


*퀴어 엄마의 이유식 레시피는요 ~짜짠.


흰쌀에 잡곡을 넣어 밥을 지어 준비합니다. 쌀가루, 옥수수 가루와 오트밀도 함께 넣어 죽을 만듭니다. 죽에 함께 넣을 육류는 닭가슴살과 소고기를 그리고 참치와 같은 생선류도 끓는 물에 데쳐냅니다. 마지막으로 청경채, 당근, 감자, 단호박과 같은 야채를 찝니다. 


이렇게 준비한 밥, 고기, 생선 그리고 야채를 모두 함께 넣고 죽을 끓여 완성한 후 냉동실에서 큐브 형태로 만들어서 놓고 먹을 때 해동하여 먹이고 있습니다. 


아가는 돌이 되면서 이유식이 주식이 되어 아침, 점심, 저녁으로 먹이고 분유는 간식과 밤 동안 수유에만 먹습니다. 그리고 간식은 아보카도, 단호박을 먹였고, 앞으로 과일도 조금씩 먹일까 합니다.


그동안 저는 건강을 공부하는 나이롱(?) 간호학자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아기를 키우기 전까지 건강에 아주 중요한 균형 잡힌 식단은 저의 머릿속에 만 있었습니다. 육아를 통해 저는 아이의 먹거리와 건강에 대해 깊이 생각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저는 이유식을 직접 만들면서 밥, 고기, 생선과 야채, 우유와 과일 등을 골고루 먹을 수 있는 식단이 균형 잡힌 식사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지요. 이유식을 통해, 이론이 저에게 체화(體化) 되었고, 아가는 저의 스승이 된 샘입니다. 


내 새끼에게 이유식을 만들어 먹이면서, 우리 부모님이 저에게 ‘좋고 맛있는 것을 먹이셨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르신들의 ‘자식 입에 음식 들어갈 때 가장 행복하다’라는 말씀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부모님의 살아생전에 제 손으로 음식을 만들어 드리지 못한 것이 가슴 아픕니다. 그러니 사랑은 내리사랑이라고 아가에게 가고 있나 봅니다.


요리 경험이 부족하여 요리가 낯설고 힘들었지만, 점차 요령도 생기고 익숙해졌습니다. 요리가 저에게 선물해 준 것은 이다음에 남편과 아이가 아플 때 먹을 수 있는 죽을 맛있게 끓여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제가 동성결혼 생활과 입양한 내 새끼를 키우면서, 저는 카드 하나를 가슴에 품고 있습니다. 그 카드는 《 나의 사랑은 친절입니다》라는 카드입니다. 가끔 내가 힘겨움에 봉착할 때 ‘친절하게 대하자’를 되새김하곤 합니다. 그런데 이 결심이 아가에게는 참 잘 되지만, 남편에게는 영 친절하고 싶지 않을 때도 있답니다(남편이 큰아들처럼 굴 때 정말 밉지요 ㅋ). 


이제 마무리를 할 시간이네요. 우리 아가 이유식도 잘 먹고 분유와 간식도 맛있게 먹자, 그리고 무엇보다도 요즘 행동반경이 넓어져, 걷다가 넘어져도 괜찮은데 (병원 가야 하는) 큰 사고는 입으면 앙돼요!


다음 편에서는 간호사 출신 퀴어엄마의 아기 《백신접종과 건강관리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고맙습니다.


키워드: #동성부부, #입양, #육아, #이유식


*본 글은 필자가 소속된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행성인)의 웹진에 기고한 글입니다 (게재일: 2022년 7월 25일). 행성인 웹진 https://lgbtpride.tistory.com/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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