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변화의 흐름 속에서 본 VR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맞든 틀리든 각자 저마다의 미래에 대한 신념이나 철학, 상상을 가지고 있어야지 다가올 미래를 준비할 수 있습니다. 만약 그러한 고민 없이 그저 변화가 다가오고 나서야 "이야~세상 참 좋아졌다"라고 말하기만 한다면, 비즈니스에 종사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늘 변화에 맞춰 쫓아가기에 바쁘기만 할 것입니다.
그러한 생각에서 저는 대학교를 다닐 때부터 세상은 어떻게 "시나브로"(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 바뀌어 가는지 궁금했고 관심을 가져왔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한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인간은 제각기 욕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욕망에도 분명 공통점이란 것이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렇다면 인류의 발전 양상도 그러한 공통적 욕망에 따라서 인류의 발전도 이루어지지 않을까? 만일 그러한 과거의 양상을 이해할 수 있다면 앞으로 사회가 나아갈 방향이 어떤 지 알 수 있을까?라는 생각과 가설을 바탕으로 글을 써보았습니다.
인간의 욕망에 대해 설명한 대표적인 학자로는 에이브러햄 매슬로(Abraham Maslow, 1908년 4월 1일~1970년 6월 8일)가 있습니다. 그는 1943년에 인간의 욕망을 5단계로 나누어 설명하는 매슬로의 욕구 단계설을 논문으로 발표하였고 이는 심리학과 경영학에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인간의 욕망이란 것인 순서대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는 논란과 현대의 복잡하고 다양화 된 모습을 설명하기에는 이제 적절치 않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제 3의 물결, 1980년>, <권력이동, 1996년>, <부의 미래, 2006년> 등으로 세계적인 미래학자로써 명성을 떨친 엘빈 토플러(Alvin Toffler, 1928년 10월 3일 ~ 2016년 6월 27일)는 인류의 발전양상을 잘 설명하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잘 설명한 세계적인 미래학자입니다..
그중에서 토플러의 물결이론은 인류사의 흐름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이론 중 하나라고 평을 받고 있습니다.
이 다른 두 이론을 보면서 저는 한 가지 "가설(假說)"을 세워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만약에 인간이 5단계 욕구를 가지고 있다고 가정을 한다면, 그 단계별 욕구를 먼저 해결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인류의 흐름도 흘러가지 않았을까? 그러한 가설에 따라서 토플러의 물결 이론을 보았습니다.
최초의 인류는 채집과 수렵 생활 등을 통해서 동물을 자연으로부터 먹을 것을 조달해가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농업혁명을 통해서 농경사회로 전환되어 정착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이는 자연에 대해 "수동적"이던 인류가 처음으로 자연에 대해서 "능동적 의지"를 부여한 것입니다. 매슬로우의 1단계 기본적 생존욕구를 채우기 위해서.(원시적으로 자연이 주어지던 열매나 곡물 등을 따먹는 것이 아닌, 인류가 도구를 활용해 씨앗을 심고 기르고 수확하는 등 자신의 의지를 가지고 능동적 행위를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제 1물결, 농업 혁명입니다. 이를 통해 인류는 이전보다 더 많이 그리고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었고 이는 잉여생산물의 등장과 그에 따른 계층사회의 등장까지 이어집니다.
그다음의 욕구는 안정감(Safety)입니다. 이 안정감이란 안전한 거주지로 인해 보장받는 육체적 안정감도 있지만, 포괄적인 개념에서 보자면 고용되어져 있는 것으로부터 오는 심리적 안정감, 부의 안정감, 자원의 안정감 등 다양한 의미를 내포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단계에서의 핵심은 바로 "안정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전 문단에서도 말을 했지만 인류는 농업 혁명을 통해서 생산량의 증대를 이루었지만 여전히 절대 빈곤의 시대였습니다. 절대적인 물량의 부족한 상태인 것이죠. 때문에 오직 소수의 지배계층들만이(귀족, 성직자 등) 안정감을 느끼고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 절대적 빈곤의 상태를 벗어나게 해 준 것이 바로 제2의 물결, 산업혁명입니다. 여기서 핵심 키워드는 "대량 생산"의 등장입니다.(물론, 많은 정치적 변화와 신대륙 발견, 과학의 발전 등 복합적 요소들이 오랜 시간 동안 쌓여오다 임계점을 돌파하였기에 나타난 것입니다.) 산업 혁명을 통해서 인류는 수많은 발전을 이루게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대량생산" 시스템으로 여태껏 경험해보지 못했던 질적/양적 풍요를 누리게 됩니다. 일례로 15세기와 21세기를 비교하자면 인구는 5억 명에서 70억 명으로 늘었고, 전 세계 총생산은 2500달러에서 60조 달러로 늘어나게 됩니다. 산업혁명은 인류에게 이전의 물결이 주지 못한 "안정감"을 준 것입니다.
20세기 말에 들어서면서 인터넷이 연결된 컴퓨터가 빠르게 보급화 됩니다. 그리고 이어서 휴대폰, 태블릿 PC, 스마트폰 등 각종 첨단기기들이 우리의 일상에 습관처럼 녹아들고 인터넷뿐만 아니라 각종 SNS (소셜미디어) 등의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정보화 시대가 도래하는데 이것이 바로 제 3물결, 정보화 혁명입니다. 그리고 아직까지 우리는 정보화 혁명이 진행 중인 사회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직 정보화 혁명이 일어난 지 수십 년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비록 몇몇 학자들과 다보스 포럼에서는 제 4의 물결이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가 있다고도 하나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직까지 제 4의 물결을 오는 시간은 100년은 지나야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인류의 진보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서 순식간에 올 수도 있겠지만요.) 이 3물결의 핵심 키워드는 바로 "연결성(Connection)"입니다. 대응되는 매슬로우의 단계는 애정(Love), 소속(Belonging) 욕구입니다. 애정과 소속 등의 개념은 사람과 사람이 이어져있을 때 실현이 가능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다음 단계 욕구인 존중(Esteem)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과 인간이 이어져 있을 때 우리는 그러한 욕구를 충족되어집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PC와 스마트폰, 사물 인터넷(IoT) 등은 이러한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며, 이러한 연결성, 수평성을 기반으로 정보기반의 사회가 시작되면서 탈중앙화, 탈대량화, 다양화가 키워드인 시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VR은 바로 이러한 3 물결 시대에서 "연결성(Connection)"이 극대화된 버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류 역사상, 인류는 서로 간에 연결되기 위해서 수많은 노력을 해왔었습니다. 고대에는 말이라는 짐승을 길들여 교통수단으로 삼기도 하였고 빠르게 이동하기 위해서 길을 닦기도 하였으며, 배, 비행기, 기차, 자동차 등 여러수단이 발전해왔고 결국 20세기 말에 이르러서 인터넷이라는 위대한 연결의 발명까지 하였었습니다. VR은 이러한 "연결성(Connection)"이라는 맥락의 끝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로 동시다발적인 시공간의 연결이 가능한 것입니다.(물론 그 공간은 실제적 물리공간이 아니라 가상의 공간입니다.) 지금껏 우리는 어디에 여행을 가거나 방문을 했을 때 사진을 찍거나 동영상을 촬영해서 밖에 그 장소의 느낌이나 풍경 등을 공유하고 기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만일 360° 카메라를 활용하면, 좀 더 생생하게 그 장소와 추억을 VR로 기록할 수도 있을 겁니다. 단순히 2차원적인 기록에서 벗어나서 3차원적 기록의 시대로 돌입하는 것입니다. 이는 그림에서 사진으로, 사진에서 영상으로 넘어가는 시대의 변화만큼이나 커다란 영향력을 세상에 키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사진이란 기술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우리는 모나리자를 보려면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가야만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진 기술의 등장으로 우리는 모나리자를 편히 볼 수 있습니다. 즉, 대중과 예술과의 거리가 가까워진 것입니다. VR기술은 사진과 영상기술(영화 등)이 가져온 변화나 영향력 이상으로 많은 것을 바꿀 것입니다.
VR이 가져올 세상의 변화들을을 이해할 때 이러한 지금까지의 흐름들을 참고하여 상상을 해본다면 좀 더 생생하고 멋있는 미래의 사회를 상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