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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as Aug 19. 2023

제 1화 내가 성폭행을 했다고?

여자의 착각은 유죄?  

제1화

여자의 착각은 유죄?

 

제 1화 내가 성폭행을 했다고?

'빠~빠 빠빠빠, 빠~빠빠빠~~~'

알람이 여섯 시라며 짜증 나게 울린다.

 ‘에이~씨, 조금만 더 자자’

알람을 끄고 잠시,

 ‘전화 왔슈, 전화 왔슈’ 벨이 울린다

아침부터 이건 뭐야 정말 짜증 나네, 조금 전까지 만졌던 핸드폰이 없다. 더듬거리며 찾다가 바닥에 떨어뜨린다. 잠이 덜 깬 게슴츠레한 눈으로 보니 대대장님이라고 뚜렷이 보인다.
“충성 9급 홍재수입니다. 전화 늦게 받아 죄송합니다”

“자는데 미안해요, 출근하면 사무실로 잠시 오시오”

“넵! 알겠습니다”

‘뭐지? 뜬금없이 아침부터 오라하고 내가 뭐 잘못했나?’

혼자 중얼거리며 헝클어진 머리를 뒤로 재긴다. 거울에 힐끈 비친 모습이 엉망이다. 머리는 왜 이리 빨리길지? 또 이발할 때가 되었나? 팬티만 입은 채로 화장실로 간다. 역시 몸 하나는 최고야. 이리저리 거울에 비추어보며 자기의 근육에 만족을 한다.

'빠~빠 빠빠빠, 빠~빠빠빠~~~'

 
또 알람이 울리다. 여섯 시 십 오분이다.

세상 모든 알람은 짜증 나게 한다. 서둘러야 한다. 정식 출근 시간은 여덟시 삼십분인데 다들 빨리 출근한다. 대대장이 일곱시 오십 전후, 중대장, 참모들은 그보다 빨리, 그 밑은 그보다 더 빨리, 이렇게 계속 내려 온다. 막내인 재수은 일곱시 이십 분까지는 가야 한다. 만약 일곱시 삼십분만 넘으면 눈치가 보이는 분위기다.  주차장을 보니 벌써 고참들 차는 보이지 않는다. 과일 한 조각, 빵 한 조각, 커피 한 잔 마시다보니 늦어버렸다.

시골 길은 역시 한 적하다. 625때 쓰던 낡은 트럭들이 어디론가 줄지어 달린다. 짐칸에는 어느 부대인지 모르지만 졸고 있는 군기빠진 병사들이 타고 있다.

'훈련인가? 자슥들 빠져가지고 졸기는, 민간인들 보면 뭐라겠노? 하기야 여긴 시골이니 보는 사람도 없지'

'2차선 도로에서 40키로가 뭐냐? 하기야 고물차 성능이니, 그래도 좀 심하다. 국방비 다 어디쓰노!'

엉금엉금 기어가는 군대 트럭들을 보며 뒤따른다. 투덜가리다보니 갈림 길에서 한 적한 부대 방향으로 길을 접어 들었다.

 '근데 갑자기 왜 오라하지? 평소 우리들한테는 본채도 안하다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새 위병소가 보인다.
철문은 열려있고 노란색 민방위복이 보인다. 오늘도 군무윈이 부대를 지킨다.

'안녕하세요

아 피곤하네요. 현역때 안 산 본 위병 근무를 다 서 보네요.

빨리 마무리 하고 근취 하십시오

그게 되나요. 공문 처리하고 검열 준비도 해야하는데

에구, 고생하십니다. 그래도 즐거운 하루되십시요

잘 들어 가세요

요즘 위병소 야간 근무는 군무원 전담이다.

당직은 당직비라도 있지, 위병근무는 근취로 대체다. 그것도 제대로 못하니, 12시간 근무하고 8시간 휴식이라니

도로는 아침 뜀걸음이다. 대열을 맞춘건 한 20여명, 그 뒤로 세네명씩 걷는다. 100kg도 더 될 것 같은 아병사도, 멀쩡해 보이는 병사도, 절둑거리는 척 하는 병사 등을 포함하면 낙오가 반이다.
연병장을 지나는 풍경이 이건 당나라 군대도 아니다.

주차를 하고 사무실로 간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주임원사가 기다렸다는듯 다가 온다.

홍주무관, 굿모닝.

아 예 안녕하십니까?

예, 대대장님께서 기다리십니다. 바로 가시죠
예? 사무실에 잠시만 들렸다가...

그냥 가시죠. 바로 나오실건데  뭐 번거롭게

뭐가 이상하다. 정말 기다리고 있었던 같다.

대대장실이 보인다. 주임원사가 노크를 한다
안에서 예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주임원사가 문까지 열어 준다. 난에 분무기로 물을 주고 있다.

찾으셨습니까?

으음...  홍주무관?

넵.

한 참 침묵이 흐른다. 주임원사의 숨소리가 들릴 정도이다. 밖에서는 멀지막히 발자국 소리도 들린다. 점호가 끝나고 들어오는 모양이다.

잠시 좀 가 있어야겠어요.

네? 어디를?

인사과장이 안내할 거요 주임원사!

예, 알겠습니다. 홍주무관  가죠

대대장님 뭔 일입니까?

대답 대신에 손짓으로 얼른 나가란다. 더 이상 물을 분위가 아니다. 주임원사 열린 문을 눈짓으로 가리킨다. 다시 주임원사를 따라 인사과로 향한다. 인사과에 들어섰다.

너희들 나가서 담배나 하나씩 피고 좀 있다 와라

예. 알겠습니다.

모니터만 뚫어져라 보고있던 간부들 몇 명이 뮈지 하는 표정으로 나간다. 자리에서 나오더니 커피보트쪽으로 간다. 주임원사가 소파쪽으로 안내한다.

차 한잔 하시겠습니까?

네. 한 잔 주십시오
뭔 일 있습니까? 아침부터?

자~자 우선 한 잔 드시죠

1337국방헬프콜 마크가 선명히 찍혀진 종이컵에 믹스커피를 내민다. 주임원사는 믹스는 안 마신다며 녹차 티백을 따로 챙긴다

잠시 파견 좀 가셔야겠습니다.

파견요? 무슨 파견입니까?

신고가 들어와서요?

네?

가해자로 신고가 되었습니다.

제가 가해자요?

맞습니다.

무슨 가해를 했다는거죠?

조사를 해보면 알게되겠지요

도대체 무슨 말입니까?

지금부터 부대원들 만나지 마시고 짐 정리해서 1시간내로 부대 밖으로 나가시면 됩니다. 수사기관에서 따로 연락 갈겁니다.

갈  때 가더라도 사유라도 알고 가야겠습니다.

2차 가해는 안됩니다. 성 폭행으로 피해 신고가 접수되었습니다. 저도 여기까지만 알고 있습니다.

재수은 황당했다.

제가 짐 싸는 것 도와줄게요. 갑시다.

주임원사에게 인사과장이 눈짓을 하자 일어서며 하는 말이다.

성폭행이라고? 내가 누구를? 그래서 아침부터 전화가 왔구나. 주임원사는 기다리고 있다가 낚아채듯 끌고다니고

이상하게 계속 따라다니던 주임원사가 이제는 호송인처럼 느껴졌다. 다른 사람과 접촉을 못하게 하려고 감시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기다리고 있었고 대대장실, 인사과장실로 오는 길에 다른 누구와도 못 만나게 했던 것이다. 사무실에 도착하자 평소처럼 모두가 인사를 한다.

굿모닝? 좋은 아침~~  주임원사님 아침부터 저희 사무실에 어쩐 일이세요?

다들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이다. 이제 막 허겁지겁 출근해서 콤퓨터를 켜고 커피를 마시고 모니터를 보고있는 모습들이 그대로이다.

지금 짐 다 싸야 합니까?

한 시간 내로요. 꼭 이렇게 계속 옆에 따라다녀야 합니까?

부대원들과 접촉하면 안됩니다.

말도 안섞을테니 걱정 마시고 좀 떨어져 계시면 안됩니까?

알겠습니다. 빨리 정리하세요

둘의 대화를 들었는지 사무실에 정적이 흐른다. 재수은 책상으로 가서 앉는다. 잠시 눈을 감고 지금의 상황을 정리해 본다.

누가 신고 했을까? 성폭행이라고? 내가? 그런거 없는데...  근데 갑자기 지난 주에 몸이 안좋다며 휴가를 낸 수경이 떠 올랐다. 지난 주부터 뭔가 이상했다. 그전과는 다르게 거리감을 두기 시작했다. 머리 속이 갑자기 바쁘게 돌아간다. 예진이 설마 신고를? 아니지. 그건 둘이서 좋아서한건데, 그리고 어제 저녁까지 통화도 했고 이번주도 온다고 했는데...  

주임원사가 헛기침을 한다. 눈을 뜨고 사무실 짐을 허둥지둥 챙겼다. 급한대로 대충 챙겼다.
빠뜨린거 없어요? 짐도 별로 없네? 교관 연구실은?

문을 보니 긴소파가 보인다. 비상 대기할 때 침대처럼 쓰던 낡은 것이 오늘 따라 더 후질근해 보인다. 테이블 위로 컵라면 빈통과 헷반 통이 나뒹굴고 있는 평소 모습 그대로이다. 한 쭉에 아령 등 운동기구가 있다. 모두가 그대로인데 재수만 멍하니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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