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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as Jan 29. 2024

죽음 = 삶

부고장 =김대연

내가 쓰는 나의 부고장 20210617


#나의직업은군인입니다

#군인도 잘 모르는 군대이야기청원출판사

하나님께서 자유의지를 주심에 감사하면서도 투덜거렸다. 자유를 동경하고, 책임과 절제, 균형을 늘 되새기며 어떤 일에라도 감사를 하던 그가 이제 잠들다.

군인이었고 모든 것에 본질을 추구했으며 자발적 군기로 무장하고 스스로의 도리를 다하기 위해 늘 하던 고심과 번뇌를 유머와 해학, 비유로 표현하던 그가 없음에 아쉬움과 안타까움, 축하하는 마음이 혼돈스럽다.

강한 자에게 굴하지 않고, 약한 자에게 교만하지 않았던 모습이 생생하다. 영혼 없이 부하를 부리던 상관과 군대 문화, 시스템에 맞서는 무모함은 돈키호테 같았고, 노래와 사색, 글쓰기를 즐기는 군자가 되고자 했던 그...

인생에서 스스로의 삶을 착한 척, 선한 척하다 눈을 감겠다고 했던 그의 말에 어리둥절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고 보니 마지막까지 유머를 잃지 않고 죽을 수 있어 감사하다며 다음에는 몰래 가겠다던 장난기 섞인 진심이 그의 참된 모습이다.

매 순간순간에 품위와 격을 부담 없는 웃음으로 감싸던 그,

누구보다 잘 어울리던 군복이 철갑처럼 무겁다던 그,

군복을 좋아하면서도 언제나 벗을 수 있음을 잊지 않던 그,

세상에 모든 것, 돈, 명예, 권력, 사랑 따위도 잠시 맡아둔 것이라며 계급과 인격을 구분해야 한다며 실천하면서도 너무 늦게 깨달았다고 늘 반성하던 그,

이제는 그런 반성 안 해도 되니 편히 쉴 수 있을까?
아마도 새로운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주변을 꼼꼼히 살피고 있지 않을까? 아니면 그를 추모하기 위해 여기 모인 우리에게 '슬퍼하지 말라! 있을 때 잘했어야지! ' 라며 웃고 있지 않을까?

멀리 있는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는 행복과 행운을 쫒기보다는, 마지막에 웃고자 하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 웃고, 즐거워야 한다며 말하던 그,

매일매일을 아쉬움 없이 살아야 전쟁이 나더라도 두리번거리지 않고 망설이지 않고 나갈 수 있다던 그,

지금은 다른 세상을 향해 걸어가고 있지 않을까?
여기에 모인 우리를 혹 잠시 본다면 마지막으로 그 활짝 핀 미소를 보여주실 수 있나요?

육신은 생을 떠나도 당신만의 사람 냄새는 우리의 영혼 속에 향기롭게 남을 겁니다.

끝으로 평소 삶을 달리할 때 불러 달라고 하시던 찬송의 한 구절을 올립니다.

'내 영혼이 은총 입어 중한 죄짐 벗고 보니
슬픔 많은 이 세상도 천국으로 화하도다!'

새로운 출발을 축하드립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묘비명

잘 살다 갑니다.
좀 있다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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