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여자가 아름답다 광화문교보에서 241027
반대편, 정확히는 우측 2시 방향이다. 교보문고 스타벅스 카페에 자리 잡고 문우들을 위한 글쓰기 교재를 만든답시고 뒤적거리고 자료를 찾다가 목을 들어 보았다. 이리저리 젖히고 돌리다 눈에 들어왔다. 딱 내 눈이 글을 보기에 최적화된 조명이 고맙다.
그 빛의 밝기가 좋아서일까 책 읽는 그 처음 보는 여성도 아름다워 보인다. 아주 오래전에 논문을 쓴다며 자료를 찾아 국회도서관에 갔을 때 받았던 기억이 뚜렷이 떠오른다.
TV나 영화에 나오는 한국 여성들은 대부분이 이쁘고 매력적이다. 그러나 주변이나 길거리를 다니다 보게 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그런데 이상하고 신비롭다. 도서관에서 집중해서 책을 읽고 있는 여성들은 하나같이 아름답고 매력적이다.
그런 사실을 오늘도 새삼 깨닫고 있다. 반듯한 자세, 반짝이는 검은색 구두, 단정하게 빗어 내린 머리카락, 그것을 배경 삼아 반짝이는 조명빛, 다소곳이 살짝 균형을 잡고 책을 들고 있는 손가락, 마치 핑거 모델을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수채화 같다. 그 눈빛은 아직까지 훔쳐보는 나를 의식하지 못한다.
다행이다. 계속 그 그림을 감상할 수 있으니, 역시 지적인 여성은 센스도 만점이다. 만약, 가능만 하다면, 말이 라도 걸어 보고 싶다. 한 30년만 어렸어도 충분히 도전해 볼 건데 하며 미소가 지어진다.
검은색 스웨터에 가로로 새겨진 하얀색 줄무늬, 반짝이는 금빛 반지, 왼손에 깜찍하게 둘러진 시계, 작은 테이블 위에 올려진 흰색 컵 하나와 간식용 먹거리를 포장했던 비닐 등이 조화롭다. 가능하다면 사진이나도 찍어 내 책 표지를 삼고 싶다. 제목은 책 읽는 여인이 아름답다.
이제는 가지런히 놓여있던 길고 반듯한 다리가 겹쳐 있다. 검은색 치마는 무릎 위까지 살짝 덮고 있다. 혼자 온 모양이다. 테이블 건너편 나머지 의자 하나엔 검은색 가방이랄까 핸드백 위로 베이지색 외투가 걸쳐있다.
오늘 같이 흐리고 약간의 흩날리는 가을비가 내리는 날에 제격이다. 패션 센스도 부족하지 않다. 뭐 나야 늘 입는 대로 청바지에 하얀 라운드 티, 살짝 걸친 바람막이 용 재킷, 운동화를 신었으니 여인과 전혀 조화롭지 않다. 카메라가 있었다면, 사진작가라고 거짓말하고 한 컷 찍겠다고 말이나 걸어 볼 것을... 아쉽다.
문득 무슨 책을 저리 열심히 집중해 읽는지 궁금해진다. 저 작가가 부럽다. 나도 작가인데... 이제는 아름다운 사람이 집중해서 읽는 책, 나같이 못난 인간이 훔쳐보는 줄도 모르게 할 수 있는 글을 써야겠다.
나의 가을 오후는 이런 헛 망상에 빠져 허우적거리면서도 빠져나오려고도 하지 않는다. 참 한심하다. 그래도 좋다. 여기 오길 잘했다.
다음 내 책 표지 콘셉트는 책 읽는 여성이 아름답다로 정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