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불고 어수선한 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계절이다. 세상살이를 보는 것도 어지럽다. 나와는 무관한 사람들의 아귀다툼을 보는 것 자체가 시간 낭비이다. 언제 끝날 줄 모르는 인생에서 나의 모래시계는 지금 이 순간도 계속 떨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 생각이 간절하다. 이렇게 추운 씨에는 엄마가 해 주시던 고등어조림과 그 속에 무 맛이 더욱 그리워진다.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는 맨 흙 시장길을 따라 손을 호호거리며 자식 좋아하는 고등어를 사 오신 엄마가 생각난다. 아마도 3대 초, 중반 정도 되었을 것이다. 학교 끝나고 집으로 오는 길에 시장 쪽에서 오시는 모습이었다.
지금은 팔십 대 중반의 할머니이지만 그때 엄마는 어린 새댁이었다. 그 새댁의 저녁 식사 준비는 일찍도 시작되었다. 바다를 끼고 있는 도시라 그런지 생선은 싱싱했다. 한 참 지난 후에야 알게 된 사실이었다.
그 고등어조림 맛이 가끔 그립다. 어제는 출근길에 어머니와 고등어라는 노래를 우연히 듣게 되었다. 퇴근 후 그 길로 가까운 고등어조림 집을 찾아 먹었다. 평소 공기 하나면 되는데 두 개나 후루룩 비웠다. 일행들이 깜짝 놀란다. 아무리 비싸고 좋은 음식이라도 공기 두 개를 먹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뭔가 부족했다. 그때 우리 집에는 냉장고가 없었다. 그 노래처럼 냉장고에 고등어가 들어 있을 수는 없었겠지만 그 맛은 아직도 찐하게 남아 있다. 살찐 고등어와 겨울 무의 조합, 거기에 엄마의 손맛, 시간이 흐르고 또 흐르더라도 찐하게 남아 있을 그 맛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