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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as Dec 21. 2024

자서전 쓰기

사례 #1 (40대 후반 남성)
결혼을 빨리해 두 딸이 이미 성인이 된 남성 이야기이다. 자선을 써 보기로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군대에 갔다. 아마도 공부와는 썩 친하지 않았던 것 같다. 입대 전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어차피 공부와는 거리가 있으니 군대나 빨리 갔다 와서 애비 사업이나 배워라!”
그가 생각하기에도 수긍이 가는 의견이었다. 그래서 졸업과 동시에 바로 신청해서 갔다. 나이도 어려서 선임, 고참들이 모두 형들이었다. 그들을 따르며 재밌게 군 생활을 했다.



어느덧 병장이 되고 달력에 빨간색 X 표시하며 허송세월했다. 제대 후에는 아버지 회사에서 사장님 아들로 엄마가 해 주시는 밥 먹으며 놀기만 하면 되니 생각만으로도 해피 했다. 여자 친구가 면회를 자주와도 눈치 주는 사람도 없다.
지금도 그때가 인생에서 최고의 기간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세상일은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뉴스에서 IMF라는 단어가 자주 들리더니 부대 분위기도 이상하게 흘렀다. 선배들이 전역을 안 하고 하사로, 장기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말년 휴가를 나가 집에 갔다. 여자 친구와 술 한잔 하며 회포를 풀고 어두워져서야 집에 갔다. 집 안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았다. 엄마는 말이 없었고 어두운 표정이었다. 뒤늦게 아버지는 술에 취해 들어오셨


다. 딱 한 마디만 하셨다.
“이사 준비하고 너는 말뚝 박아라!”
그렇게 시작된 그의 군 생활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그 사이에 첫째는 시집가서 아이 낳고 둘째는 이제 졸업과 동시에 취업한다. 먹고사는 문제는 해결되었다. 아내도 심심하다며 직장을 다니기 시작했다.


모든 게 알아서 잘 돌아간다. 그동안 걸림돌이었던 진급도 했다. 그런데 공허하다. 왜일까? 이때 비슷한 또래와 이야기를 하다 보니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인생이 허전하다고 한다. 그의 이야기에 동감이 되었다.


우리가 가깝다는 가족끼리 잘 아는 것 같지만 사실은 아니다. 아내? 잘 모른다. 나도 지금까지 한 30년을 같이 살았지만, 잘 모른다. 하물며, 장인, 장모님은? 우리 아버지, 엄마도 잘 모른다.
그분들의 어린 시절, 어떤 동네 살았고, 누구랑 친했고, 좋아하던 운동, 놀이는 무엇이었을까? 할아버지, 할머니는 더욱 멀다. 그럼, 너 딸들은 너를 잘 아냐?



 그러니까 추석이니 설 때 대화가 잘되지 않는 거야! 사람이 대화를 안 하면 외로운 것이지, 가족도 멀어지고, 우리가 왜 친한지 알아? 거의 매일 보고 이런저런 이야기하잖아, 아마, 아내보다 우리가 더 이야기를 많이 할걸?
“평소 대화 없는 가족끼리 오랜만에 만나면, 특히나 손자손녀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해? 공부는 잘하니, 취업은 어떻게 되니? 시집, 장가는 언제 가냐? 뻔한 소리만 하잖아!



재미가 없거나 서로 공통점이 없는 거지! 그러니 어색함을 없애려고 TV를 보던지? 핸드폰을 보던지? 그리고 밥 먹을 때가 되면 식사하고...
그러니까 재미가 없지, 그래서 하루만 자고 오던지, 아니면 차 막힌다는 핑계로 서로들 집으로 가는 거야!



맞는 말이다. 모두가 관심 있는 공통점, 정치는 가족끼리도 금기어다. 할 말이 없는 것이다. 가족끼리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하면 그렇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자서전을 써야 한다. 언제 죽을 줄 모르는 나이, 지금쯤 되면 친구들 중에도 하나둘씩 가기 시작한다. 우리도 그렇다.”
그래서 인생의 중간쯤 왔다고 생각하면 자서전을 써야 한다. 어렵다고? 아무나 쓰는 것 아니라고? 카톡만 할 수 있으면 쓸 수 있는 것이다. 초등학생도 일기를 쓴다.



 가끔은 그때가 그립다. 그렇지만 지금은 쓸 수 없다. 기억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기억이 사라지는 속도가 갈수록 빨라진다. 인상 깊었던 기억이 있으나 그 당시 나의 감정이나 주변 사실들은 갈수록 희미해진다.

지금이라도 생각날 때 그때의 기억과 감정을 남겨야 한다. 자식들에게 돈으로 살 수 없는 추억을 남겨야 한다. 너희가 세상에 나왔을 때 아빠는 이러이러했다.



인생 짧다. 아내, 남편, 아들, 딸, 손자, 손녀, 며느리, 사위 등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나를 몰라준다고 투덜거릴 시간에, 외롭다고 공허하다고 생각할 시간에 글을 쓰자! 나에 대해서! 그들은 반드시 읽어보고 말을 먼저 걸어올 것이다.   
왜 자서전을 써야 하는지?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다. 그 시간은 내가 나와 함께 친구가 되어 대화하는 시간이 보너스로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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