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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틈틈이 Jun 10. 2022

“엄마여서 참 좋은데,  엄마라는 틀은 너무 갑갑해요.”

부모가 되고 부모가 궁금해졌습니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만큼 부모가 된 나도 잘 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아이’를 잘 키우라고만 할 뿐 ‘부모’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부모학 전문가’인 자람패밀리 이성아 대표를 만나게 됐고, 무작정 묻기 시작했습니다.

'요즘부모 다시보기' 시리즈에서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궁금한 게 많은 틈틈이(이하 아연)가 이성아 대표(이하 그래)에게 끊임없이 질문하고 깨우친 내용을 정리합니다.


아연: 얼마 전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는데 아이가 첫 돌이 지나 어린이집에 보내기 시작했더니 주변에서 ‘그 어린 아이를 꼭 보내야겠니?’  ‘취직했니?’라고 묻더래요. ‘아이는 엄마가 직접 돌봐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있는 거죠. 엄마도 내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쉬고, 책을 읽고, 친구를 만나며 충전하는 시간이요. 그런데 그렇게 질문을 받으니 아이에게 못할 짓을 한 것 같고, 이기적인 엄마가 된 것 같더래요.


그래: 저도 그 점이 참 아쉬워요. 부모들은 2022년을 살고 있는데 우리 사회가 부모에게 들이대는 잣대는 조선시대인 것 같을 때가 있죠. 사회가 점점 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개개인을 배려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지만 ‘엄마’를 바라보는 시선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어요.

엄마라면 아이가 태어난 순간부터 애정이 샘솟는 게 당연하고, 모유 수유를 해내는 게 당연하고, 엄마 자신보다 아이를 앞세우는 걸 당연시해요. 그렇지 않을 땐 ‘엄마라는 사람이’라는 손가락질이 따라와요. 그러니 엄마들은 사회에서 말하는 ‘엄마’라는 틀에 맞추려고 더 애쓰고, 그렇지 못할 때 더 스트레스를 받기 쉽죠.”




엄마라는 틀에 ‘퉁’쳐진 한 개인의 고유성

아연: 그 엄마라는 틀이 참 갑갑해요. 어릴 때 ‘네가 중요하다’, ‘너 답게 살아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자랐거든요. 내 이름 석자로 살아오다가 임신을 한 순간 엄마로 ‘퉁’쳐진 느낌? 제 또래 부모들은 비슷한 감정을 느낄 거예요.


그래: 상담이나 워크숍을 진행하면 제일 먼저 ‘어떻게 불러드릴까요?’ 라고 여쭤봐요. 내가 불리고 싶은 닉네임을 정하고 들여다보면 그 안에 많은 의미가 담겨 있거든요. 우산, 조이, 오월, 산들, 괜찮아, 올리브... 새로운 닉네임을 정하고 즐거워하기도 하고, 내 이름 그대로를 불러 달라는 분들도 꽤 많아요.


아연: 왜 인지 알 것 같아요. 부모가 되고 내 이름으로 불리는 일이 거의 없거든요. ‘웅이 엄마’, ‘결이 엄마’로 불리죠. 그러다 보니 웅이 엄마, 결이 엄마만 남고 나는 사라진 것 같을 때가 있어요.


그래: 아연님은 직장에서 뭐라고 불리셨어요?


아연: 직급을 부르죠. 김과장~ 이런 식으로요.


그래: 그 때도 내가 사라진 것 같았어요?


아연: 아뇨. 그러고보니 직장에서는 내 이름을 되찾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네요. 웅이 엄마로 불릴 때와 김과장으로 불릴 때. 조금 다르게 느껴져요.


그래: ‘OO의 엄마’로 불릴 때 내가 없어진다고 느끼는 건 나에 대한 인정과 존중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뜻일 거예요. 나의 고유성에 대한 존중 없이 ‘엄마라면 이 정도는~’으로 퉁 쳐질 때가 대표적이죠.


당신은 무얼 좋아하고 잘하는 부모인가요?

아연: 또래 부모들과 ‘우리가 엄마인 것도 맞고, 엄마라는 걸 부정하고 싶지도 않은데 사회에서 ‘OO의 엄마’로 불리는 건 왜 이렇게 싫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아이들이 ‘엄마~’ 부를 땐 내가 되게 큰 사람인 것 같고 엄마라는 이름이 무척 뿌듯한 반면 사회에서는 엄마라는 이름을 벗어버리고 싶을 때가 있거든요. 사회에서 ‘OO의 엄마’로 불릴 때는 한 개인으로서 나에 대한 존중이 느껴지지 않았어요.


그래: 사회가 부모를 유독 전통적인 잣대로 대하며 고정된 틀을 요구하니까요.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하고 조금씩 바뀌고 있어요. 또 부모인 우리가 나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도 있어요. 우리들 역시 부모에 대해서 알게 모르게 전통적인 기준을 가지고 판단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요. 내가 어떤 사람이고, 부모로서 무얼 좋아하고 잘하는지를 이해하고 인정해주는 게 필요해요.


아연: 전 아이들과 침대에서 뒹굴고 몸놀이하는 게 좋아요. 웅이 결이는 그 시간을 ‘장난파워’라고 하는데 11살, 9살인 지금도 잠자리에 들기 전에 꼭 ‘장난파워하자’고 해요.


그래: 아연님은 ‘장난파워를 잘 하는’ 부모네요. 아이를 바라보면 ‘오구오구 내 새끼’가 저절로 나오는 부모도, 아이가 먹는 입만 봐도 배가 부르는 부모도, 놀이터에서 최고로 잘 놀아주는 부모도, 아이 친구들 이름을 다 외우는 부모도 각각 다른 모습으로 좋은 부모예요. ‘좋은 부모’의 모습은 하나의 정답이 있는 게 아니거든요. 나부터 좋은 부모의 다양성을 발견하고 존중해 보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요? 나와 배우자부터요.



[요즘부모 다시보기] 다음편에서는 육아가 노력할수록 더 어려웠던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자람패밀리는 부모의 삶을 연구하며 부모의 성장과 연결을 돕는 사회적기업입니다. 자람캠퍼스에서는 부모를 위한 다양한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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