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틈틈이 Dec 13. 2022

과도기적 상황의 부모들, '나만의 해답'이 필요합니다.

자람패밀리는 10월 26일과 11월 2일, 양일간에 걸쳐 '요즘 부모'를 주제로 '2022 부모탐구 미니콘' 웨비나를 개최했습니다.


요즘 부모 100명과 소통하며 관계, 정답, 나, 혼란 등 네 가지로 세부 주제를 선정하고 각 주제에 대해 전문가들을 초청했는데요. 성남서초등학교 천경호 선생님, 하이토닥 아동발달상담센터 정유진 소장님, 슈타이너사상연구소 김훈태 대표님께서 이야기를 나눠주신데 이어 마지막 주제인 ‘혼란’에 대해서는 <나는 워킹맘입니다>의 저자이자 자람패밀리 콘텐츠연구원인 김아연님(이하 아연)이 경험담을 나눠주셨습니다.


아연님은 “요즘 사회가 과도기에 놓여 있다보니 부모가 되어 마주한 선택들 안에 이중적인 메시지가 담겨있어 혼란스러웠다”라고 이야기를 시작하셨습니다.



과도기적인 상황에 놓인 요즘 부모들

모유 수유를 할 지 분유 수유를 할 지, 아이가 울 때 안아줘야 할 지 기다려야 할 지, 회사를 계속 다닐 지 사표를 낼 지… 부모가 되면 크고작은 선택들이 많아집니다. 그리고 이 선택들은 나를 넘어 아이에게도 영향을 미치니 결정에 신중해집니다. 아연님은 “매순간 선택과 고민이 이어졌다”고 하셨어요.


부모들은 조금 더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해 전문가의 의견도 찾아보고 주위의 조언도 구해봅니다. 그런데 모유를 수유해야 한다는 전문가도 있고, 분유도 충분하다는 전문가도 있어요. 아이가 울 때 바로 안아주면 아이 스스로 조절하는 능력을 키우지 못한다며 꾸지람을 듣기도 하고, 그래서 지켜보고 있으면 아이는 울음으로 세상과 소통하는데 그 울음에 반응하지 않으면 애착에 손상이 생길 수도 있다고 또 꾸지람을 듣기도 합니다. 가장 좋은 선택을 하려고 더 많이 찾고 묻는데 그럴수록 더 혼란스러워지지요.


“선택을 한다고 했지만, 사실 선택지들 사이에서 ‘뭐가 더 낫지?’ 갈등할 때가 많았던 것 같아요. 그중에서도 커리어과 육아 사이에서 요즘 부모들, 특히 엄마들은 가장 큰 갈등을 겪고 있는 것 같아요.”


아연님은 임신을 했을 때는 ‘직장은 어떻게 할 거야?’, 커리어와 육아를 병행하면서는 ‘(엄마가 출근해도) 아이는 괜찮아?’ 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들었다고 하셨어요. 이런 질문은 우리 사회가 전통적인 사회에서 평등적인 사회로 변하고 있는 과도기적인 상황에 놓여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겠지요.


통계청에 따르면 1990년에는 부부 중 27.4%가 맞벌이였습니다. 2020년에는 51.3%였고요. 요즘 부모들이 태어나 자랐던 90년대에는 결혼과 출산이 통과의례였고 지금은 결혼도 출산도 선택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부모님 세대만 해도 ‘나 때는 결혼하면 사표를 내는 게 당연했는데 요즘 부모들은 선택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라고 하십니다. 맞습니다. 요즘 부모들은 선택지를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아연님은 “선택지가 있어 행복했지만 선택지가 있어 힘들기도 했다”고 말합니다. 심사숙고해 육아휴직을 했을 땐 ‘커리어가 아깝지도 않냐.’ 육아휴직을 끝내고 복직을 했을 땐 ‘아이는 어떻게 하고 출근을 했냐’, ‘요즘 엄마들은 욕심도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겁니다. 반대로 사표를 선택한 부모들은 ‘그렇게 그만두려면 대학은 왜 다닌 거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해요. 어려운 선택인 만큼 지지와 응원을 바라지만 오히려 선택에 따른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는 겁니다.



부모에게 필요한 '새로운 성장방식'

이어서 아연님은 요즘 느끼고 있는 혼란에 대해 털어놨습니다.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데 노력할수록 아이와 삐걱대고 남편과 멀어졌다고 합니다. 노력해도 안되면 더 노력하고, 목표를 재설정하고 계획을 수정하는 성장방식을 익히며 자랐는데 부모가 되니 통하지 않더라는 겁니다.


“결혼했고, 독립했으니 부모님 손 빌리지 않고 육아하려고 했는데, 혼자 다 해내면 ‘너 대단하다’하며 주변에서는 칭찬을 받았지만 어느 순간 돌아보니 남편과 점점 멀어진 게 느껴졌어요.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계획을 세워서 하나하나 하면 할 만 했는데. 육아는 계획을 세우면 아이와 틀어졌어요. 무언가 더 하려고 하면 트러블이 생겼고요. 한계에 부딪힌 것 같았어요."


노력, 목표, 계획... 기존의 성장방식은 더 많은 성취를 위한 것입니다. 우리는 성취하기 위해 육아를 하지 않습니다. 부모는 '이루는 것'이 아니라 '사는 것'입니다. 부모는 아이와 더불어 사는 사람이에요. 기존에는 더 많이 이루는 성장을 추구했다면 부모에게는 더불어 잘 살기 위한 성장이 필요합니다. 아연님은 이 상황을 축구경기에 비유하셨어요. 부모가 되기 전에는 골을 더 많이 넣어서 인정받고 경기에서 이기려고 애썼다면 부모인 지금은 같이 경기를 뛰고 있는 팀원들을 바라보며 이기는 것보다 같이 경기를 즐기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요.



'' 주어로 이야기한다는 

아연님은 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만의 해답'을 찾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이전에는 왜 혼란스러운지를 생각해보고, 상황을 이해한 뒤 '어떻게 해야 하지?' 질문을 하며 최선책을 찾아오셨다고 해요.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하지?'의 답을 전문가에게 묻고 주변에 조언을 구하는 등 외부에서 찾다보니 대부분 사회적 정답을 따르게 되더랍니다. 그래서 요즘은 '어떻게 해야 하지?' 보다 '무엇을 하고 싶어?'라고 스스로에게 묻고 있다고 하셨어요. 가령 '좋은 부모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라는 질문을 '나는 어떤 부모가 되고 싶지?' 라고 바꾸는 식으로요.


자람에서는 부모들과 워크숍을 진행할 때 ‘나’를 주어로 질문을 하고 ‘나’를 주어로 답을 합니다. 나를 주어로 이야기를 할 때 내가 원하는 답, 나에게 필요한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사회적 정답은 개인의 특수성은 고려하지 않은 '역할'에 대한 정답일 때가 많아요. 사회에서 말하는 '좋은 엄마' '좋은 직장인'에 대한 답인 거죠. 내가 주어인 답은 나와 우리 아이를 기준으로, 나와 우리 가족을 중심에 두고 있으니 '나의 해답'이 됩니다.


또 아연님은 '나만의 해답'을 찾는 게 막연하게 느껴진다면 같은 욕구를 가진 부모들과 연결되어 있는 것을 제안하셨어요. '부모탐구 미니콘' 첫번째 세션에서 천경호 선생님이 제안하신 '부모들에게는 부모 커뮤니티가 필요하다'는 메시지와 같은 맥락이었는데요. 아연님은 "좋은 부모가 되고 싶어서 육아와 관련된 책을 500권 정도 읽었는데 그러다보니 점점 '정답'을 추구하게 됐다"고 하셨어요. 정답을 많이 알게 될수록 그대로 실천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렸는데 부모들과 연결되어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이것도 좋네' '저것도 멋지네' '이렇게도 생각해볼 수 있겠구나' 하면서 "정답이 하나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았다"고 하셨어요.


정답을 찾다보면 '정답이 아니면 오답'이라는 착각에 빠지기 쉽습니다. 그런데 우리 인생에 정답이 있을까요? 정답 대신 '나의 답'이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다양한 해답이 존중받는 사회야 말로 우리가 원하는 사회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커리어와 육아 다를 같이   있는 방법 찾기

사전설문에 "커리어와 육아를 병행하는 노하우"를 묻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아연님은 "둘 다를 하겠다고 다짐한 것"이라고 답을 하셨어요.


"육아휴직을 끝내고 복직했을 때 아이의 울음 소리를 뒤로 하고 출근할 때마다 '언제까지 출근할 수 있을까?' 하는 물음표가 떴습니다. 동료들과 모이면 '내가 언제까지 회사를 다닐 수 있을지 모르겠다. 마지막 날을 알려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자주 나눴었어요. 아이에게 어떤 일이 생기고, 아이 곁을 부모가 지켜야 하는 상황이 되면 사표를 내고 돌아가야 하니까요. 내 의지로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사표를 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 때는 대부분 제가 힘들 때였어요. 그때 결심했어요. 아이를 '핑계'로 사표를 내지는 않겠다. 커리어와 육아를 병행하는 상황 안에서 방법을 찾겠다고요."


커리어와 육아를 같이 하기로 일단 선택을 하고, 그 다음에 둘을 같이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왔다는 뜻이었습니다. 부모가 된 이상 부모가 되기 전과 같을 수는 없습니다.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지금의 상황에 맞게 유연해지는 것도 중요합니다. 만약 부모가 되기 전처럼 일을 하고 부모가 되기 전과 같은 성과를 내면서 육아도 완벽하게 하려고 했다면 상당히 힘들어집니다. 실제로 적지 않은 부모들이 '부모가 되기 전의 나'와 '부모인 나'를 비교하며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좌절하세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부모가 된 지금 상황에서의 최선을 다하면 충분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 중심의 시대, 더 나다운 부모가 되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