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탐구 미니콘' 세번째 패널이셨던 슈타이너사상연구소 김훈태 대표님은 부모가 아이를 키우며 배워야 하는 것 중 하나는 '자기중심성을 극복하여 어른스러워지는 것'을 꼽으셨습니다. 부모에게 필요한 발달은 진짜 어른이 되는 것이라고 하셨어요.
자람패밀리는 부모를 아이와 더불어 살아가는 어른이라고 정의하고, 부모들이 어른으로서의 나를 돌아보고 성장하는데 도움이 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기에 김 대표님의 이야기가 반가웠습니다. 이 내용을 좀 더 깊이 나눠보고자 '부모탐구 미니콘'에 함께 하신 패널 네 분과 '좋은 부모는 어떤 어른일까요?' 라는 질문을 나눴습니다.
천경호 선생님(좌)과 정유진 소장님 @자람패밀리
같이 있으면 편안하고 무언가 해보고 싶어지는 어른
성남서초등학교 천경호 선생님은 "좋은 부모는 같이 있으면 편안하고 무언가 해보고 싶어지는 어른"이라고 하셨습니다. 아이가 부모님과 있을 때 '나는 우리 엄마 아빠랑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 '우리 엄마 아빠랑 있으면 항상 뭘 해보고 싶어져.'라고 한다면 좋은 부모라고 생각하신다는 거였어요.
또 천 선생님은 "그런 부모가 되려면 평상시에 그런 삶을 살아야 된다."며 본인이 지키고 있는 다섯 가지를 나눠주셨어요. 잘 먹기, 잘 자기, 그리고 매일 책을 읽고 매일 운동하기. 마지막으로는 다른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하신다고 해요. 특히 좋은 관계를 위해서는 "내 앞에 있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고 하셨어요.
아이들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 부모들은 바쁜 일상에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천 선생님은 그럴수록 함께 하는 시간의 '질'에 집중하자고 하셨어요. 실제로 천 선생님의 아이들은 아빠가 집에 늦게 올 때보다 함께 있는데 휴대전화를 할 때 더 서운해했다고 합니다.
또 사랑의 '흔적'을 남기자고도 제안하셨어요. 말로 사랑을 표현하는 것도 좋지만 말은 기억에서 사라지기 쉽습니다. 편지나 쪽지, 작은 선물 같이 주변에 두고 오며가며 볼 수 있는 '흔적'이 있다면 아이들이 그 흔적을 볼 때마다 '우리 아빠가 내 생각이 나서 샀다고 하셨지', '우리 엄마가 나를 이렇게 사랑하지' 떠올릴 수 있어요. 부모와 조금 멀어졌다 하더라도 그런 흔적들을 가까이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면 관계도 수월하게 회복할 수 있습니다.
위기 상황에서도 소통할 수 있는 어른
하이토닥 아동발달상담센터 정유진 소장님은 "좋은 부모는 위기 상황에서도 소통할 수 있는 어른"이라고 생각한다고 하시며 사춘기 첫째와의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중학생이 되면서 친구들과의 관계를 더 중요하게 여기고 본인의 생각도 또렷하게 표현하는데, 아이가 쓰는 단어, 언어가 걱정스러울 때가 있다고요.
문제로 느껴지면 마음이 좁아집니다. 마음이 좁아지면 내 이야기만 하기 쉬워요. 부모로서 하고 싶은 말만 하면 아이는 아이 입장에서 또 하고 싶은 말만 합니다. 정 소장님은 "서로 각자의 이야기만 하다가 결국은 싸움이 되더라"고 하시며 "아이가 자랄수록 가르치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소통이 잘 되는 어른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셨습니다.
문제가 없을 땐 아이 입장에서 생각하고, 아이를 이해하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위기 상황, 내 마음이 좁아졌을 때 '좋은 어른'으로 아이 곁에 있는 건 누구에게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 순간 '나'에게 매몰되지 않고 '너'에게 건너갈 수 있다면 좋은 어른입니다.
김훈태 대표님, 자람패밀리 이성아 대표님, 김아연 작가님(왼쪽부터) @자람패밀리
나의 상처를 스스로 치유해 나가는 어른
슈타이너사상연구 소 김훈태 대표님은 "그동안 만나본 부모들은 각자 자기만의 어려움, 상처를 가지고 있었다"고 하시며 그 어려움, 상처를 스스로 치유해 나가는 어른이 좋은 부모라고 하셨습니다.
아이를 키우다보면 '나는 누구지?' '나는 정말 행복한가?' '나는 자유로운가?'와 같은 질문이 생깁니다. 이러한 질문들을 마주하면 내가 가진 어려움, 상처를 알게 되지요. 물론 모든 부모가 이 질문들을 마주하진 않습니다. 김 대표님은 질문을 "아이가 주는 과제"라고 표현하시며 "과제를 통해서 자기를 치유해 나가는 사람이 결국은 진짜 어른이 된다. 나 역시 두 아이 육아를 하며 내 안의 상처와 트라우마를 마주했고, 나에 대해 배웠고, 자아를 성장시켜왔다"고 하셨습니다.
자기중심성을 극복하고 어른스러워지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자기중심성을 극복한다는 것을 나의 상처, 나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아닙니다. 자기중심성을 극복한다는 것은 나의 상처, 나의 한계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입니다.
멈춰야 할 때, 멈추는 힘이 있는 어른
작가이자 자람패밀리 콘텐츠연구원인 김아연님은 이 질문을 받고 "부모가 되고 내가 어떤 어른으로 성장하고 있지?"를 돌아보셨다고 해요.
아연님은 부모가 되고 처음으로 일상에 '브레이크'를 밟았다고 해요. 부모가 되기 전에는 무언가를 이루고 해내기 위해 '엑셀'을 밟는 것에 익숙합니다. 그런데 부모가 되면 마냥 엑셀을 밟을 수가 없습니다. 아연님은 "아이의 속도에 맞추려다보니 브레이크를 밟을 수 밖에 없었다. 그제서야 그동안 놓친 것들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고 하셨습니다. 부모가 되기 전에는 엑셀을 밟으며 성장을 했다면 부모인 지금은 엑셀이 필요할 땐 엑셀을, 브레이크를 밟을 땐 브레이크를 밟아가며 또 다른 방식의 성장을 하는 것입니다.
적지 않은 부모들이 부모가 되어 삶의 '멈춤' 버튼이 눌렸다고 말합니다. 정말 부모가 됐기 때문에 삶이 멈춘 것일까요? 부모가 된 덕분에 삶에 머무르며 오늘을 누릴 기회를 선물받은 건 아닐까요?
패널들과 질문을 나누는 동안 채팅방에서는 "나는 함께 할 때 도전을 하고 싶어지게 하는 어른인가? 돌아보게 된다", "우리 아이는 나를 어떤 어른으로 바라보고 있을지 생각하게 된다." 등 부모들의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그 중 "좋은 부모가 되고 싶은 마음에 아이에게 무얼 해줄까에 집중하고 있었는데, 질문 자체가 깨달음이다."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우리도 같이 생각해볼까요?
여러분은
좋은 부모는어떤 어른이라고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