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경아 Sep 09. 2024

오늘 일기와 지난 일기

오늘 밤에 느낀 삶의 한 페이지

https://youtu.be/9FoNa4l7Trc?si=51TE9zSdOP-aB_8L

현생이 불행하다고 느낄 때면 가장 좋아하는 곡을 틀고 지난 일기를 읽는다. 지난 일기는 현재의 나를 위로해 준다. 현재의 나와 비교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과거의 나밖에 없다. 특히 혼자 있는 시간에 애기를 쏟아낼 사람이 없다면 '지난 일기'를 읽는 걸 추천한다. 지금 내 인생의 희로애락을 100% 이해해 줄 사람은 오직 나밖에 없기 때문이다.



모든 일과가 끝나 누군가에게  말을 하고 싶은데

그래서 말을 건네었는데 상대방이

기다렸다는 듯이 자기 할 말만 하면 인류애에 대해 현타가 온다. 내가 너를 10번 받아줬으니

너는 한 번쯤 나를 받아줘야 하지 않느냐라고 말하기도 입 아프다. 왜 항상 인간관계는 주는 사람은 정해져 있고 받는 사람이 정해져 있는지 모르겠다. 나도 누군가에겐 받는 사람일 수 있으니 끓어오르는 화를 삭인다.


바쁜 일과 뒤에 오는 허탈감과 공허감을 차라리 글로 정리하지? 왜 사람에게 기대려 했는지 후회가 된다. 내가 누군가에게 보고 싶은 사람이 되고 만나고 싶은 사람인 즉 내가 그에게 많이 맞추고 귀 기울여줬다는 말이다. 너는 나로 인하여 인복이 있는 거고 나는 너로 인해 박복한 거다. 에휴 내 팔자야.... 나는 성격이 모가 나고 조금 이기적인데 왜 주변인들은 내게 따뜻함을 느끼고 내 조언을 듣고 싶어 하는지 모르겠다.


차리리 일기를 쓰지? 왜 연락을 해서... 혹자는 그런  마이너스 인간관계 정리를 안 하지? 하는데 애매모호해서 끊기도 어렵다. 휴 어렵다...

그나마 지난 일기를 보니 그 시절의 어려움이 지금은 극복이 됐고 현생의 내가 과거의 나보다 안정적으로 상황이 나아진 걸 느낀다.  의 행복은 바로 '안정'이다. 예전에는 설레고 즐거우면 행복이다 느꼈는데 요즘에 내가 정의한 행복은 바로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안정될 때  그렇다.


점점 살아가면서 '오직 내 인생 내 행복' 이기적으로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비록 가족이라 할지라도 적당히 내어주고 오직 내 인생에 집중해야 한다. 오늘 여동생 하고 통화를 했는데 여동생이 툴툴대면서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었다. 평소 같으면 그냥 애가 기분이 안 좋은가? 이해를 하고 넘어갔을 거다. 그런데 바로 뭐라 했다. 어제는 가족식사에서 멀리 앉아있는 나를 위해 반찬을 얹어주는 다정한 동생이지만 오늘은 전화매너가 꽝인 동생이다. 그 간극은 크지만 그래서 더 실망감이 커서 한 소리를 했다. 작은 에피소드지만 가족도 날 무시하게 내버려두면 안 된다. 최근에 가족여행을 다녀왔는데 그 안에서 뭘 느꼈냐면 더 단단해져서 내 삶을 분리시켜야겠다고 느꼈다.


가족에서의 내 위치와 의무가 점점 커지고, 즐거움은 작아진다. 어쩌면 우리가 너무 풍요에 익숙해서인지도... 차라리 부모님이 어린 우리들 먹이려고 귤상자를 늦은 밤 단칸방에 내려놓은 그 순간이, 어린 형제와 내가 그 귤 상자를 향해 작은 손들을 일제히 뻗은 그 순간이 더 행복했을지도.

현재의 부모님과는 대화거리가 집, 아파트, 결혼 이런 걸로만 흐르니 부모님과  점점 거리감이 감돈다.


작년 이맘때쯤 내가 써놓은 글 중에 이런 말이 있더라. '좋아하는 사람과 살고 좋아하는 글을 쓸 수 있다면 아파트, 차는 필요 없다'

라고 그래그래 너무 현재를 안달복달하지 말자.

내가 바라는 건 정확했으니까 그것만 생각하자. 사람은 더 많이 가지려고 하는 데 그게 안돼서 스스로를 괴롭힌다. 행복에 대해 정확한 타겟팅을

하고 그 목표를 향해 달려가면 된다. 지난 일기는 거짓말을 하지 않고 오늘의 나에게 목표를 일깨워 준다. 





매거진의 이전글 문제를 만들지 않으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