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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dy Jung 정인창 Aug 11. 2017

시애틀의 여름은 정말 끝내줬다

세 번째 이직, Philips 그리고 시애틀

가끔 사람들을 만나 내가 이직했던 경험들을 얘기하면 다들 물어보는 것이 있다. 인터뷰 볼 때 이직 많이 한 게 마이너스 요인이 되지 않나요? 왜 회사를 이직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나요?라는 질문들.

사실 난 한국에서는 꾸준히 한 회사를 다녔기 때문에 나도 이직을 자주 하는 사람보다는 한 회사에 오래 다닌 사람을 뽑는 게 좋을 거란 생각이 있던 사람이다. 하지만 정작 내가 이직을 여러 번 하다 보니 이곳 미국에서는 이직 횟수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되지 않고 기간은 분명 문제가 되긴 하겠지만 합당한 이유가 있다면 문제가 될 게 없다고 생각한다. 사실 대부분 이직 횟수보다는 경력에 오히려 관심을 받았다. 분명 Mathworks에서 10개월 정도 다닌 건 질문을 다 받았다 왜 짧게 있었는지. 난 솔직하게 대답했고 다들 이해하는 분위기였고 현재 마이크로소프트 오기까지 문제는 없었다.



아무튼 세 번째 글이다. Alpine, Mathworks 그리고 Philips 까지.


보스턴 봄이 되었을 때이다. 보스턴은 워낙 추우니 봄이 좀 늦게 시작하지만 5월쯤이었던 거 같다. 이직을 결심하고 처음은 우선 지역을 정하고 회사를 알아보기로 했다. 동부보다는 서부, 그리고 예전에 포틀랜드 방문했을 때 가보고 싶던 시애틀 이렇게 서부에 있는 회사. 그리고 IT기업. 그리고 새로 생긴 팀에서 뽑는 거면 좀 더 확률이 높을 거다라는 전략을 준비하고 알아보기 시작했다.

Mathworks에서는 각자 개인 룸에서 일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이직 준비하기가 너무 편했던 거 같다. 일하고 문 닫아놓고 전화 인터뷰를 내 자리에서 하거나 포트폴리오도 회사 컴으로 하곤 했으니. (회사에는 정말 미안한 얘기이다)


그래서 1순위는 시애틀, 포틀랜드 2–3순위는 샌프란, 엘에이 이렇게 서부 위주로만 회사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연히 발견한 필립스. 사실 난 필립스가 네덜란드 회사고 보스턴에 사무실이 있어서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사무실이 서부에도 있긴 했는데 그건 샌프란에 있었기 때문에 1순위 고려 사항이 아니었다. 근데 채용공고를 봤는데 지역이 시애틀이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Bothell 이였는데 시애틀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먼 거리도 아니고 둥그렇게 말해 시애틀이다 라고 하는 지역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Redmond에 위치하지만 다들 시애틀에 있다는 것처럼)


아 여기서 왜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지원하지 않았나요 라고 물어볼 거 같아서 얘기하자면, 아마존은 지원했지만 전화 자체가 안 왔고, 마이크로소프트는 career사이트에 들어가 지원해도 연락도 안 하고 진짜 내 resume는 보는 건가 싶을 정도로 아무 피드백이 없었다. 그래서 도대체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어떻게 들어가는 건가 아님 다 추천으로 들어가는 건가 했을 정도로. 사실 그때는 아는 사람도 없어서 referral을 받을 수도 없었고 만약 아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갑자기 연락해서 부탁하는 것도 사실 좀 그랬다. 그냥 내 포트폴리오만 믿고 해보자는 것도 있었고.


지금은 마이크로소프트를 다니고 있지만 그때서야 깨달았다 이렇게 지원해야 하는구나라고…

암튼 필립스는 시애틀에 위치하고 있었고 게다가 health tech division이었기에 내가 생각한 게 딱 들어맞았다. 개인적으로 UX미래를 보고 내 커리어를 생각해서 자동차와 health 쪽으로 UI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았다.


필립스 하이어링 프로세스로 말하면 정말 길고 느리다. 필립스 지원 사이트에서 resume를 제출하고 일주일 후 리쿠르터에게 연락이 와서 전화 스크리닝 후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근데 대기업이라서 그런지 전화 인터뷰만 6번 한 것 같다. 그리고 전화 인터뷰가 6번 중 4번은 네덜란드 본사 시니어 매니저, 디자인 디렉터, 시니어 디자이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렇게 네덜란드 본사 디자인 매니저들과 통화를 하였다. 시간대가 다르니 리쿠르터랑 시간 조율하는 것도 오래 걸리고 일정 잡고 이메일 보내면 다시 오는 게 다음날. 그러니 전화 인터뷰 하나 잡는 것만 일주일 넘게. 그리고 전화 인터뷰가 길어져서 6–7월로 넘어가니 휴가 가느라 일-이주일 넘게 기다리는 건 덤. 그렇게 총 6번 전화 인터뷰를 보고 지쳐갈 때쯤 온사이트 인터뷰가 잡혔다. 너무나 이때는 신났고 흥분되었다. 그리고 시애틀로 간다는 생각에 너무나도 신났던 거 같다.    


그때가 8월 시애틀 날씨는 최고조에 달할 때 난 시애틀에 도착했고 이때도 리쿠르터의 배려로 인터뷰 후 시애틀 투어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사실 어떻게 보면 인터뷰보다 시애틀 돌아다니면서 너무나도 좋은 날씨와 환경 분위기 그리고 커피에 반해 너무나 그 짧은 그 시간이 즐거웠었다. 그리고 정말 시애틀로 오고 싶었다.


그 길고 긴 전화 인터뷰에 반해 온사이트 인터뷰는 허무하게도 너무 쉽게 끝이 났다. 2시간의 온사이트 인터뷰 그리고 포트폴리오 리뷰하고 끝나서 사실 처음에는 걱정했다. 너무 일찍 끝난 건 내가 별로였는가 아니면 잘 못했나 하고 어리둥절했다. 그 끝내주는 시애틀 즐기기를 끝내고 보스턴으로 돌아와서는 하루하루가 너무나도 길었다. 


일주일 후 리쿠르터에게 이메일이 왔다. 사실 이메일로 팔로우업이 오면 떨어진 거나 다름없다. 왜냐하면 합격하면 대부분 전화가 와서 오퍼에 대한 얘기를 할꺼기 때문에 전화로 오지 이메일로 오지는 않는다. 이메일로 오면 분명 떨어졌습니다라고 간단하게 오기 마련이 때문에.


근데 메일을 열어보니 “I have a good news, could you call back …” 요렇게 시작해서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그리고 오퍼를 받았고 정말 너무너무 신이 나고 너무 들떠 있었다 시애틀로 가서 더 좋았던 거 같다. 필립스에서 준 오퍼는 너무나도 좋았고 리로케이션 패키지 외 이사비용까지 따로 받았다. 그리고 Mathworks 페널티까지 회사에서 커버해주었다. 사실 미국에서는 워낙 지역이 크고 이사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타주로 이사하는 경우 대부분 회사에서 리로케이션 패키지라고 지원을 해준다. 회사마다 이건 다른데 자기가 자기돈으로 이사를 하고 이사비용을 회사에 청 구하는 경우도 있고 회사에서 계약한 업체가 연락이 와서 모든 것을 코디네이트 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회사는 이사비용 외에 이사하면서 드는 비행기표나 임시거처를 이용하라고 따로 캐시를 주는 경우도 있다.


조지아주에서 캘리포니아로 이사한 Alpine경우는 그때는 학생이었고 워낙 짐이 없어서 박스 몇 개를 ups로 보내고 차량 렌트한 것이 다였기 때문에 회사에서 다커버를 해주었고, 캘리포니아에서 매사추세츠로 넘어갈 땐 Mathworks에서 계약한 이사업체가 모든 것을 다해주었다. 물론 이사비용만 커버를 해주었고 비행기표나 렌터카 관련해서는 따로 reimburse 해주는 식으로 했다.


Philips로 이 직할 때도 계약된 이사업체가 연락이 따로 와서 포장이사 포함해서 차량 2대까지 포함해서 모두 회사에서 커버해주고 따로 임시거처가 필요하거나 비행기표나 개인적으로 필요한 곳에 쓰라고 거액의 캐시까지 따로 받았다. 게다가 Mathworks를 1년 채우지 않고 이직했기 때문에 보스턴으로 왔던 이사비용을 내가 다 payback 했어야 했는데 이것까지 다 커버해주었다. 사실 그래서 나중에 Philips에서 마이크로소프트로 이 직할 때 솔직히 미안한 마음이 크긴 했다. 받은 게 너무 많아서..


그렇게 10월이 돼서야 비자 트랜스퍼가 다되고 필립스로 출근하게 되었다. 난 영주권도 없는 취업비자를 가지고 있는 외국노동자 신분이라 사실 이직하는 것도 비자 지원이 되는 회사만 가능하고 회사 이직 시 중간 텀에 다른 사람들처럼 일주일 혹은 한 달 정도 쉬고 출근하는 게 불가능하다. 전 직장에서 금요일까지 일하고 다음 주 월요일에 새로운 회사로 출근해야 하는 것이다. (영주권 없는 노동자의 비애) 비자가 트랜스퍼되는 기간에는 혹시 모르기 때문에 절대 현재 근무하는 회사에 말도 못 하고 비자 트랜스퍼가 되었다고 컨펌이 되었을 때 그만둔다고 2주 노티스를 그때야 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출근 날짜가 늦어질 수밖에...



나중에 비자 관련해서 얘기할 것이지만 첨부터 영주권이 있거나 시민권이 있는 거랑은 정말 천지차이이다. 회사 오퍼를 받는다고 해도 취업비자 트랜스퍼하는 기간도 생각해야 되고 어느 회사나 다 갈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필립스 시애틀 오피스는 personal health care 에 포커스가 되어있다. 필립스에서는 대대적으로 health tech에 투자를 하고 있고 메인 비즈니스라고 봐도 될 정도이다. 보스턴, 캠브리지, 피츠버그 그리고 클리브랜드 동부 오피스는 메디컬 비즈니스에 포커스가 되어있다면 시애틀 오피스는 personal care 그러니까 대부분 아시는 Sonicare 및 oral product 위주로 비즈니스가 이루어진다.

그리고 시애틀 오피스에는 product design (industrial design) 팀, communication design 그리고 UX 팀으로 구성되어있다. 나는 ux 팀에서 리드 비주얼 디자인을 담당했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데 참여했다. 네덜란드 디자인팀과도 많은 협업을 하고 보스턴 오피스팀과도 본사로 가서 워크숍도 하고 디자인 랭귀지 시스템 관련해서도 많은 협업을 했다. 그리고 Sonicare product 관련해서 mobile과 연동하기 위한 app 디자인 및 런치를 했고 전반적인 디자인과 인터렉션을 주도했다.

그렇게 1년 반 정도 2가지 product를 위한 콘셉트 및 실제 app 론칭을 하고 회사를 잘 다니고 있었다. 그때만 해도 난 마이크로소프트로 이직할 생각을 하지도 않았고 어떻게 가는지도 몰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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