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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dy Jung 정인창 Aug 12. 2017

마이크로소프트까지

생각지도 못한 리쿠르터의 연락

필립스를 열심히 다니고 있을 때쯤 창발 모임이란 곳을 알았다. 시애틀 지역의 IT전문가들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등 유명한 기업에 다니고 있는 분들이 모여 네트워크도 하고 세미나도 하는 모임. 그곳에 가보니 디자이너 분들도 계시고 내가 몰랐던 다양한 분야에 대단한 분들이 많이 계셨다. 사실 난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 마음 맞고 디자이너 분야에 일하시는 분들을 만나고 싶어 가게 되었고 그때 만난 동생 지훈이와도 만나 지금까지 친하게 지내게 되었다. 사실 그때까지도 이직해야겠다는 마음이 없었다. 그저 모임에 가서 사람들을 보며 마이크로소프트 다니시는 디자이너분들이구나 아마존 다니시는 ux디자이너 분들이구나 그냥 그렇게만 생각했지 별 다른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그런 모임 나가서 추천받거나 아는 사람을 만들어서 어떻게 이직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렇게 하기도 너무 싫었고 그냥 내가 스스로 해보고 싶었기 때문에. 그런데 모임 나갔을 때 생각해보니 나중에 마이크로소프트로 이직했다고 얘기할 때 분명 누군가는 누가 소개해줬나 누가 이어줬나 그런 말도 오갔을지도 모르겠다.


암튼 그렇게 창발 모임에 가끔 나가고 있는데 너무 신기했다. 9월인가 10월이었나 리크루터에게 이메일이 왔다. 난 분명 또 어디서 계약직이나 스태핑 컴패니에서 뿌려대는 이메일이겠지 하고 봤는데 마이크로소프트였다. 시작은 그냥 캐주얼한 네트워킹 관련 이메일이었는데 내 레쥬메와 포트폴리오를 공유해달라는 내용 그리고 기회가 되면 나중에 마이크로소프트에 지원해봐라 라는 내용의 그냥 간단한 이메일이었다. 그래서 난 별생각 없이 레쥬메와 포트폴리오 사이트를 간단히 공유하고 2-3일 후 전화가 한통 왔다. 현재 3개 팀에서 관심이 있으니 인터뷰를 보자는 거였다. 그동안 커리어 웹사이트에 그렇게 지원해도 묵묵부답이더니.. 


난 내 포트폴리오 사이트에 트래킹을 할 수 있는 statcounter를 설치해놓고 누가 왔다 갔는지 항상 트래킹을 하는데 그 리크루터에게 메일을 보낸 후 이틀 통 안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엄청나게 들어와서 보는 게 보였다. 그래서 이게 웬일이지 하고 왜 들어와서 보는 거지 하고 생각을 해보았는데 알고 보니 그 리크루터가 내 레쥬메와 포트폴리오 사이트를 현재 하이어링 중인 매니저들에게 보냈던 거였다. 그래서 그 해당팀에서 들어와서 보고 매니저도 보고 해서 트래픽이 증가했던 것이었다. 이 트래킹 사이트 (https://statcounter.com/)가 이 직할 때 참 많은 도움이 됐다. 인터뷰 보기 전에 어떤 포트폴리오를 많이 봤는지 그리고 어느 회사에서 관심을 가지는지 그리고 트래픽을 보고 아 언제쯤 연락이 오겠구나 하는 예측 정도가 되어 미리 준비하는데 정말 도움이 됐다.


그래서 3개의 팀이 들어와서 보느라 트래픽이 증가했던 거였고, 리크루터도 흥분해서 너 지금 3개 팀에서 관심 있는 거야 대단한 거니까 잘하라는 말까지 전했다. 나도 예상치도 않았고 인터뷰 준비도 하지 않았고 그저 포트폴리오 사이트만 업데이트 한 정도였는데 그래서 부랴부랴 준비하기 시작했다. 


3개의 팀 일정 잡는 것도 쉽지 않았다. 프로세스는 모두 동일했고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이 진행됐다.

하이어링 매니저와 전화통화 30분에서 1시간 - 그리고 informational interview 온사이트 (이건 loop인터뷰와는 다른 하이어링 매니저와 직접 만나 이런저런 질문하며 간단하게 정보를 얻는 과정) - 다음엔 최종 온사이트 인터뷰 (다른 말로 loop인터뷰라고 하더라, 포트폴리오 프레젠테이션을 시작으로 4~6명의 디자이너 또는 매니저들과 face to face interview 그리고 problem solving session) 이렇게 해서 통과하면 담당 리크루터에게 오퍼가 온다.


사실 마이크로소프트 인터뷰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몰랐기에 웹사이트에서 찾아보고 glassdoor나 quora 같은 데서 글도 읽고 준비를 했다. 포트폴리오도 좀 더 전략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했다. 사실 마이크로소프트 인터뷰 준비하면서 창발에 계신 다른 현재 마이크로소프트 디자이너분들께 물어볼 수도 있었지만 사실 그러지 않았다. 떨어질 수도 있고 그냥 내가 멘땅에 헤딩 체질이라 그런 건지 그냥 그러고 싶지 않았다. 한번 해보자는 식이였다.


이번 포트폴리오 프레젠테이션 준비는 좀 다르게 했다. 3개의 팀에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했고 그 3개의 팀이 모두 다른 팀이었기에 타깃을 좀 바꿔서 준비했다. 팀별로 프로젝트 순서를 바꾸고 스토리도 약간식 수정해서 각기 다른 3개의 포트폴리오 프레젠테이션 파일을 준비하고 그동안 프레젠테이션 경험상 1시간의 프레젠테이션이 자칫하면 지루해질 수 있기 때문에 중간중간 분위기 환전을 할 수 있는 스토리가 있는 프로젝트로 순서를 구성하였다. 예를 들어 첫 번째 프로젝트는 제일 자신 있는 거나 최근 것으로 보이고 다음 순서로 나머지 프로젝트를 나열하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지루해지거나 뻔히 다 아는 내용이기 때문에 리뷰어들이 지루해지기 쉽다. 그래서 중간중간 개인 프로젝트인데 재미있던 스토리를 꺼내 분위기 반전을 하거나 좀 다르게 접근한 프로젝트로 관심을 끄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3개의 팀을 모두 인터뷰를 했는데 처음 본팀은 그 팀에서 하이어링 하려는 디자이너와 나의 포지션이 맞질 않아 되지 않았고 2번째 팀은 당일날 구두 오퍼를 받았다. 그래서 3번째 팀을 인터뷰를 봐야 하나 정말 고민이었던 거 같다. 왜냐하면 그 다음다음날이 3번째 팀 인터뷰였는데 2번째 팀 매니저가 인터뷰 보기 전날 메일을 보내 자기팀에 왔으면 좋겠다는 메일을 보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다음 날이 인터뷰여서 취소하기도 그렇고 우선 모든 팀에 최선을 다하자라고 생각하고 3번째 팀 인터뷰를 봤는데 셋째 팀 인터뷰어들에게 2번째 팀에게 내가 오퍼 받은 사실이 알려졌는지 어느 팀을 가고 싶은지가 마지막엔 주 질문이 되었다. 그렇게 우여곡절 길고 긴 3번째 인터뷰를 마치고 이틀이 지난 월요일에 더욱더 고민은 깊어졌다. 결론은 두 팀 다 합격.

그래도 사람 마음이 2번째 팀으로 가더라 매니저가 굳이 나에게 메일 안 보내도 되는데 우리 팀에 왔으면 좋겠다고 보낸 걸 보니 나도 매니저가 중요한 걸 알기에 그렇게 결정이 되었다. 사실 3번째 팀도 괜찮아 보였지만 내가 그 팀을 가면 무엇을 할지는 사실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에 바로 2번째 팀으로 정했다. 그리고 또 외국인 노동자 신분으로 인한 길고 긴 트랜스퍼 기간을 가지게 된다.


합격은 10월 말 그리고 11월을 thanks giving 12월은 연말로 인해 나의 비자 트랜스퍼는 늘어질 만큼 늘어지고 이민국도 대부분 휴가를 갔는지 장장 거의 3개월이 다돼서 비자 트랜스퍼가 완료돼서 1월에 마이크로소프트로 출근을 하게 되었다. 

사실 그동안 이직을 해서 영주권 프로세스가 들어가려고 하면 이직해서 제대로 영주권 프로세스를 진행을 하지 못했는데 다행히 마이크로소프트는 입사와 함께 영주권 프로세스가 바로 들어가서 이번에는 곧 영주권을 받을 예정이다.


정말 그전에는 마이크로소프트는 어떻게 들어가나 싶었는데 (하이어링 프로세스가 어떻게 되는지, 정말 커리어 사이트는 작동하는 건지), 나도 정말 생각지도 않게 우연한 기회에 그리고 너무나도 감사하게 3개 팀과 인터뷰를 볼 수 있었던 게 행운이었던 거 같다. 어떻게 보면 그동안 여러회사를 다니고 여러 번 이직을 해서 커리어상 그렇게 좋지 않게 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동안 내가 이직을 하면서 얻은 경험으로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기회가 왔을 때 제대로 된 준비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취업준비를 할 때 난 항상 그 생각이 있었다. 우선 하이어링 매니저가 내 포트폴리오를 보게만 만들자, 보게 되면 최소한 연락은 올 것이다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사실 웹사이트 트래킹을 보면 입사 지원을 했을 때 하이어링 매니저가 포트폴리오를 본 이후엔 거의 연락이 왔었고 최소한의 기회는 마련되었던 거 같다. 사실 리크루터에게 연락 오는 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내가 어떻게 어필해서 리크루터가 하이어링 매니저에게 내 포트폴리오 웹사이트를 보게 레쥬메를 전달하게 만드는가가 중요한 것 같다. 최소한 봐야지 연락이 오든 안 오든 하니까.


저는 인터뷰를 볼 때 중요한 점은 내가 어떤 디자이너이고 어떤 분야에서 어떤 걸 잘한다 라고 명확히 알리려고 했다. 두리뭉실 얘기해서 무조건 하이어링 되는 것에 포커스가 아닌 내가 이런 걸 잘하는데 너희 팀에 맞다면 가고 싶다 라고 항상 얘기했다. 난 대학교에서부터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visual design에 포커스 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커리어는 UX 중에 UI 쪽으로 하고 있었고 이직을 하면서 UI만 보여주는 게 아닌 UI에서 프로토타이핑도 할 수 있는 것과 UX프로젝트 및 UX협업을 많이 어필했다. 대부분 회사 다니면서 프로젝트 관련해서 자연스럽게 Sketch도 쓰게 되고 origami나 framer, principle 그리고  aftereffect를 나 스스로 공부해서 프로젝트 발표 때 공유하고 했던 게 많은 도움이 됐다. 어떤 프로젝트가 진행되면 나 스스로 tool을 찾아서 demo로 만들어 보여준 것들이 나중에 포트폴리오에도 자산이 되고 팀 내에서도 내 작업을 효율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됐던 것 같다.


지금 이렇게 해서 미국으로 온 지 7년 만에 총 4곳의 회사와 이직 경험을 한 것 같다. 이런 경험들이 장점이 될수도 있고 단점이 될수도 있다. 하지만 다양한 경험을 해봤다는것에 나 스스로에겐 큰 자산이 된거 같다. 멘땅에 헤딩하는게 그렇게 나쁜기만 하지는 않은것 같고 하고 남보다 힘들게 돌아온거 같아 후회도 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살면서 긴인생에 이런경험을 해보는것도 뭐 나쁘진않은거 같다.


현재진형형인 미국에서 이직기? 이직 관련 경험은 현재 여기까지이고 다음글은 어떻게 포트폴리오를 준비했는지에 대해 공유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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