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권팀, 유니콘팀, 기동대팀 등 이색 팀명
-출판사와 이익 나누는 방법은 늘 고민
-종이책 서비스, 아직 궤도에 못 올라
-‘독자 스스로 만드는 오디오북’ 등 공격적 마케팅
<독서신문>이 책 구독 서비스를 통해 급성장하고 있는 도서 플랫폼 기업 ‘밀리의 서재’를 집중 탐구합니다. 두 번째로 ‘독서계의 고래’로 부상한 밀리의 서재가 내놓은 밀리 완독 지수를 들여다봤습니다.
■ 시리즈 기사 연재 순서
①밀리의 서재, 독서계의 고래가 될 것인가
②밀리 지수, 새로운 독서 지표 되나
③밀리의 서재 팀장 5명과 맞짱 토론
④'전자책 세력확장에 출판계 기대반 우려반'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2017년 10월 밀리의 서재(밀리)가 월정액 도서 서비스를 선보인 후 3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그사이 밀리 누적 회원 수는 300만명, 서비스 도서는 10만권을 돌파했다. 밀리가 성장하는 만큼 직원 수도 늘었다. 스타트업 특성상 직원이 들고나는 일은 익숙한 풍경이지만 이제는 70여명의 직원이 밀리를 구성하고 있다.
밀리는 현재 9개 팀으로 구성돼 있다. 팀명도 이색적이다. 마케팅을 담당하는 독서라이프팀을 비롯해 플랫폼 전반을 기획하는 독서플랫폼팀, 도서 큐레이션을 총괄하는 독서플랫폼팀, 오디오북과 챗북을 담당하는 유니콘팀, 콘텐츠 소싱을 담당하는 백만권팀, 앱 첫 화면 구현을 담당하는 프렌즈팀, 화면 이면의 데이터를 관리하는 백엔드팀, B2B 사업을 주관하는 기동대팀,회사 살림을 맡은 전사스태프팀이 밀리를 지탱하고 있다.
그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9개 팀중 독자와 밀접하게 맞닿은 독서라이프팀, 독서플랫폼팀, 투데이앤퓨처팀, 백만권팀, 프렌즈팀의 다섯 팀장을 만나 속내를 들어봤다. 대담은 지난 10일 서울 합정동 메세나폴리스 세아타워 16층 밀리 대회의실에서 이뤄졌다.
- 부서 소개를 부탁한다
이성호 백만권 팀장 “현재 밀리가 서비스하는 도서의 양이 십만권인데 백만권을 모으겠다는 의지로 만든 팀이다. 출판사와 제휴 계약을 맺어 콘텐츠를 공급받는 일을 맡고 있다. 출판사와 관계한 모든 일을 한다고 보면 된다.”
김태형 유니콘 팀장 “독서 콘텐츠를 기획·제작하고 서비스하는 팀이다. 오디북과 챗북을 중점적으로 만들어 서비스하고 있다.”
남기훈 프렌즈 팀장 “구독자가 보는 화면을 구현하는 팀이다. 웹·앱 뷰어 플랫폼을 담당하고 있다.”
조경환 투데이앤퓨처 팀장 “큐레이션을 통해 회원들에게 책을 추천하는 팀이다. 신규 코너 기획도 담당하고 있다.”
도영민 독서라이프 팀장 “신규 구독자를 확보해 독서가 일상에 스며들게 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대외 커뮤니케이션과 전략 제휴도 담당하고 있다.”
- 팀 이름이 톡톡 튄다.
김태형 유니콘 팀장 “각 팀에서 팀 색깔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이름을 각기 만들었다. 일례로 유니콘팀은 상상 속의 귀한 동물 유니콘만큼 유니크한 콘텐츠를 만들어보자는 뜻에서 만들게 됐다.”
- 최근 협력 출판사 수가 1,000곳을 넘었다.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을 것 같은데
이성호 백만권 팀장 “(2017년 10월) 맨 처음 출범할 때만 해도 이런 (월정액 도서) 서비스가 없었다. ‘왜 이런 걸 하느냐’고 생각하는 출판사들의 고정관념을 깨는 게 중요한 일이었다. 밀리의 사업 모델을 이해하는 분들이 적었고, 이해한다 해도 종이책과 전자책 매출이 줄어드는 걸 우려했다. 누구도 경험하지 못했던 것이니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렇기에 초기에 용기 내준 출판사가 굉장히 고맙다. 그분들은 밀리의 산증인이다. 그들이 매출이 줄지 않는다는 걸 직접 경험한 후에 주변에 입소문을 많이 내주셨다. 밀리 이용자 대다수가 기존에 책을 안 읽는 분들이었는데, 출판사 입장에서 이건 새로운 고객이 유입된 것과 마찬가지였기에 출판사에 +α의 매출이 됐다. 책 홍보에도 도움이 되고 매출이 늘어난다는 점이 출판 관계자 사이에서 입소문을 탄 게 오늘에 이르는 길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 출판사에 제공하는 정산율이 낮다는 비판도 있다
이성호 백만권 팀장 “그건 기존 판매방식과 비교해서 그렇다. 기존 출판사는 책 한권을 1만원에 판매하면 유통사와 7대 3정도로 수익을 나눴다. 하지만 월정액 모델을 기존 방식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사실 출판사분들에게 의견을 여쭤봐도 뚜렷한 답이 없다. 단순히 ‘그냥 더 많이 주라’란 주장이 많다. 사업성을 유지하는 선에서 최대한 많이 드리고 싶지만, 기준을 정하기가 쉽지 않다. 한가지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최대한 많은 꿀(‘밀리’는 꿀이 흐르는 마을이란 뜻)을 나눌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는 거다. 최대한 많은 의견을 듣고 점진적으로 수정해나가고 있다. 실제로 2018년 5월 출판사 몫을 늘리는 차원에서 공급률을 70%에서 80%로 올렸다. 챗북이나 오디오북 공급률은 그것보다 더 높다. 신간의 경우 구간보다 정산 비율을 높이는 등의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 전자책 외에 오리지널 종이책도 서비스하고 있다. 반응은 어떤가
이성호 백만권 팀장 “음... 어렵다. 목표도 높게 잡고 마케팅도 활발히 하고, 김영하 작가님과 여려 작가님들이 좋은 작품을 공급해주시기도 했는데, 역시 종이책 시장은 쉽지 않더라. 밀리 독자가 종이책을 얼마나 수용할지 궁금했는데, 아직 아쉬운 점이 많다.”
- 빵집 태극당, 자동차업체 벤츠 등과도 콜라보 마케팅을 했는데
도영민 독서라이프 팀장 “정말 할 수 있는 마케팅은 다 하고 있다. 모든 사람에게 책을 읽어야 한다는 마음이 있다고 보고 책을 읽을 계기를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년전에 『오! 한강』을 전자책으로 복간하면서 마케팅의 일환으로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인 태극당과 전시회를 열었는데 ‘신선하다’ ‘참신하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오! 한강』은 1988년 허영만 화백이 내놓은 만화책으로, 해방에서부터 6.29선언까지 격동의 현대사를 다뤘다) 그게 계기가 돼서 제휴 마케팅을 많이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소설 『개미』의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와 이원 생중계를 진행해 책 읽을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전시회를 가면 기념품을 사고 싶지 않나. 그런 계기가 있으면 책을 읽고 싶은 욕구가 생길 수 있다고 보고 콜라보 마케팅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 독서 관련 마케팅은 일반 상품 마케팅과 결이 다르다
도영민 독서라이프 팀장 “일반 마케팅과 너무 다르다. 보통 비싼 경품을 내걸면 반응이 있게 마련인데, 그러지 않는다. 한번은 독서 습관을 만드는 행동 목표를 설정하고 비싼 명품을 경품으로 내걸었는데 결과는 대실패였다. 내부적으로 다시는 이런 시도를 하지 말자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반응이 적었다. 오히려 큐레이션이나 굿즈 등 실질적으로 책하고 연결된 것들의 반응이 컸다. 책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책과 관련한 의미 있는 걸 좋아하지 단순히 비싼 명품이라고 좋아하진 않는구나’라는 걸 깨달았다.”
- 밀리 직원들은 모두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인가
남기훈 프렌즈 팀장 “대체로 그렇고, 그렇지 않아도 그렇게 된다.(웃음) 사실 난 일년에 책을 한권도 안 읽는 편이었는데, 밀리에 들어와서 많이 읽게 됐다. 정보기술(IT) 관련 서적도 많이 찾아 읽었다. 책을 가볍게 훑어보는 편인데, 지난달에만 해도 아마 수십권은 읽어봤을 거다. 물론 상당수는 개발 테스트를 위해 열어본 것이었지만, 그렇게라도 독서를 하게 돼 좋았다.”
- 직원들은 밀리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나
도영민 독서라이프팀 팀장 “(단호하게) 그렇지 않다. 우리 모두 다 돈을 내고 사용하고 있다. ‘우리가 구독 안하면 누가 하겠냐’ 그런 마인드가 있다.”
김태형 유니콘 팀장 “실제로 유료로 사용해봐야 돈 내고 사용하는 구독자의 느낌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모든 직원이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
남기훈 프렌즈 팀장 “그... 그렇다”(웃음)
- 직원은 의무적으로 밀리 서비스를 사용해야 하는 건가?
김태형 유니콘팀 팀장 “(구독하는지) 검사는 하지 않지만 다들 하고 있을 거라고...생각한다”(웃음)
- 특정 도서의 서비스가 종료되는 경우도 있던데.
이성호 백만권팀 팀장 “아마 그건 출판권 계약이 종료된 책일 거다. 실제로 서비스가 중단된 책을 찾는 전화가 많이 오는데, 그런 반응을 출판사에서 굉장히 좋아한다. 그만큼 책에 관심이 있다는 거니까. 해당 출판사가 판권을 재계약하거나 판권을 구매한 다른 출판사가 책을 공급하면 다시 서비스가 될 수 있다.”
- 책이 방대한 만큼 추천하는 큐레이션이 중요할 것 같다. 도서 큐레이션에서 중점을 두는 기준은 뭔가
조경환 투데이앤퓨처 팀장 “공정하려고 애쓴다. 1,000개 출판사와 작가 모두가 소중하다. 그래서 추천에 조심스럽게 임한다. 유명 인플루언서가 추천한다든지, ‘에디터 추천’ ‘오늘의 책’ 등의 전통적 방식도 좋지만, 새로운 책 추천 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회원들 간 추천 방식인 ‘이럴 땐 이런 책’, 시의성 있는 뉴스를 좋아하는 분들이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도록 이슈와 책을 엮은 ‘오늘의 토픽’을 선보이고 있다. 개인화 기반의 추천 서비스도 있고 완독 지수로 책 읽는 데 걸리는 시간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 큐레이션에는 일체의 외부요인이 작용하지 않는 건가. 이를테면 출판사의 청탁같은.
이성호 백만권 팀장 “밀리에는 MD(상품기획자)도 없고, 광고 계좌도 없다. 모든 게 투명하게 이뤄진다.”
- 큐레이션과 관련해 새롭게 준비하고 있는 내용은.
조경환 투데이앤퓨처 팀장 “완독 지수 항목에 따라 책을 선택할 수 있는 코너를 따로 만들었다. 완독할 확률과 완독 예상 시간을 직접 고를 수 있게 해서 선택의 폭을 넓혔다. 이를테면 완독할 확률 40~70%에 완독 예상 시간이 1시간 이내인 책을 원할 경우 취사선택이 가능하다. 목적지까지 30분이 걸린다면 30분 동안 들을 수 있는 콘텐츠를 맞춤형으로 제안받을 수도 있다.”
- 밀리 뷰어 이용 편의성이 많이 좋아졌다. 시선 추적 기능 등 유용한 기능도 눈에 띈다
남기훈 프렌즈 팀장 “구독자가 독서를 하지 못할 핑곗거리를 찾아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뷰어가 불편하다고 하면 뷰어 기능을 업그레이드하고, 비행기 기내에서 인터넷이 안 돼 못 읽는다고 하면 오프라인 모드에서도 작동하도록 손을 본다. 밤에 책을 보기 어렵다고 해서 어두운 데서도 보기 좋은 다크모드를 개발하기도 했다. 본래 외부 업체의 라이브러리(시스템을 구현하는 틀)를 사용했는데, 새로운 시도가 워낙 많다 보니 큰 공을 들여 자체 라이브러리를 직접 만들었다. 힘은 들었지만 새로운 아이디어를 마음껏 구현할 수 있게 돼 뿌듯하다.”
- 최근 오디오북이 주목받고 있다. 밀리의 ‘책이 보이는 오디오북’의 독자 관심도는 어떤가
김태형 유니콘 팀장 “2018년 7월부터 유명 셀럽과 그에 걸맞은 책을 매칭해 오디오북을 제공하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현재 1,000여권이 서비스 중인데 이용률은 20%가 넘는다. 올해는 더 많아질 것이다. 그간의 오디오북은 책 내용을 30분~1시간 분량으로 요약해 제공했는데, 3월 셋째주에는 (책 전체 내용을 읽는) 완독분 100권을 공개할 예정이다.”
- 최근 이용자가 직접 참여하는 ‘내가 만든 오디오북’ 서비스를 선보였다.
김태형 유니콘 팀장 “지난 1월에 서비스를 오픈했다. 구독자가 본인의 목소리를 활용하거나 인공지능(AI) 목소리로 오디오북을 만드는 건데 아직 프로모션을 시작하지 않았음에도 키트(제작 프로그램) 다운로드 건수가 1만2,000건을 넘었다. 제작 완료 후 발행을 요청하는 검수 신청은 300건이 넘었다. 현재 58건이 서비스되고 있으며, 이번 달에 100건이 추가 공개될 예정이다. 5월을 목표로 공모전도 준비중이다. 그간 오디오북 제작은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야 하는 탓에 출판사가 여력이 없어 관련 시장이 열리지 않았지만, 이제는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새로운 장을 밀리가 만들어 가고 있다.”
- 새 길을 여는데 스트레스도 많을 것 같다. 회사 복지는 어떤 게 있고, 만족도는 어떤가
김태형 유니콘 팀장 “자기계발지원금, 독서지원금, 건강지원금 외에 일 년에 두 차례(6월, 12월) 셧다운(전 직원 최대 10일 휴식)을 시행한다. 회식도 근무시간에서 제한다. 오후 4시에 시작해서 7시 전에 끝낸다.”
이성호 백만권 팀장 “코로나 전에는 일 년에 한 차례 해외여행도 갔다. 회사에서 경비 전액을 지원한다. 참여를 강제하지는 않는다. 자기만의 시간을 갖고 싶으면 굳이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 2019년에는 직원 절반가량이 참여했다.”
남기훈 프렌즈 팀장 “3년 근무하면 3주의 유급 휴가와 포상금이 지원된다. 얼마 전 내가 첫 케이스로 휴가를 다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