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기존 체제에 흡수되지 않겠어!'
메타버스에 대한 기사가 IT/경제 지면을 넘어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쉽게 볼 수 있게 되었다. 작년부터 서서히 분위기가 조성되더니 올해는 이에 대한 언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하여 관련 기사와 검색량이 전년과 비교해도 수십 배 증가했다. 하지만 반대로 메타버스를 실제로 즐기고 있거나 경험한 사람을 주변에서 찾기는 생각보다 어렵다. 왜냐하면 메타버스에 대한 실제 사용자가 대부분 MZ세대라 불리는 10~30대 사이, 특히 10대 중심의 Z세대에 분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제트가 개발하여 운영하고 있는 ‘제페토(ZEPETO)’는 전 세계 2억명의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10대 이용자가 80%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글로벌에서 가장 각광받고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인 ‘로블록스(Rpblox)’는 월간 사용자가 1억명이며, 이용자의 83%가 24세 이하 55%가 16세 미만이다. 단순히 Z세대의 이용자 비중이 높은 것이 아니라 메타버스에서 활동하는 시간도 늘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 뿐 아니라 정부, 교육기관 등 다양한 조직이 메타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이런 변화에 먼저 반응한 것은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다. Z세대를 가장 중요한 고객으로 보는 국내 주요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바이브(前빅히트), JYP, SM은 네이버제트에 170억을 투자했다. 제페토에서 진행한 블랙핑크의 가상 팬사인회에는 4,600만 명이 넘는 이용자가 방문했다. 기존의 현실세계(오프라인)에서는 불가능한 수치이다.
그렇다면 Z세대가 메타버스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그들이 새로운 기술 수용에 개방적이기 때문일까?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자라온 그들은 오히려 새로운 기술에 대해 기준치가 높아 선별을 잘한다. 기술적 새로움 이외에도 공감할 수 있는 서비스 의도와 철학이 없다면 수용하지 않는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메타버스는 그들이 수용을 넘어서 주도적으로 끌고 갈 수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메타버스 내에서 보이는 그들의 활동량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제페토의 경우 사용자들이 다양한 IP를 활용해 재생산한 2차 콘텐츠 수량을 10억 건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기존에도 온라인 커뮤니티, 롤플레잉 게임 등의 서비스에서 1020대가 활발한 활동을 하였지만 메타버스는 이 모든 것을 담은 광범위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Z세대와 함께 거대한 세계관을 만들고 있다. 현재 진행형이지만 이러한 Z세대의 높은 참여도와 몰입을 크게 두 가지로 해석하고 싶다.
하나는 Z세대가 이전 세대보다 현실 세계의 문제를 풀고, 성취감을 느끼는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세대라는 점이다. 경제 성장기 학업/취업/재산 증식 등에서 노력과 비례한 성취감을 얻었던 부모 세대에 비해 현재 Z세대는 물리적인 성취감을 얻기 쉽지 않다. 하지만 메타버스 내에서는 적은 비용과 본인의 노력(시간)만으로 참여자들에게 높은 평가(피드백)를 받을 수 있다. 정성적 평가 외에도 IP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과 판매로 수입을 만들 수도 있다. 현재는 비율이 적지만 참여자 규모가 커질수록 메타버스 내 활동만으로도 경제활동이 가능한 사람들이 현재 크리에이터, 인플루언서처럼 급격하게 늘어날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Z세대가 원하는 가치의 변화이다. 최근 초등학생 대상으로 하는 희망 직업 조사를 보면 크리에이터, 프로게이머, 가수, 운동선수가 꾸준히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현실적인 직업으로 바뀌지만 마음속에는 동일한 욕구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행태적인 측면을 봐도 이전 세대가 사회적 지위나 존경에 대해 욕구가 컸다면 Z세대는 인기와 환호를 더 선호한다. 가장 불안전한 직업인 것을 알고 있지만 잠깐이라도 또래의 선망을 받는 경험을 원하는 것이다. 현실 세계에서는 인기가 외모,재능,배경 등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면 메타버스에서는 그런 것들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받을 수 있다.
지금은 Z세대가 열광하지만 결국 대부분의 세대가 메타버스에 탑승할 것이다. 이전 세대가 한정된 현실 세계를 최대한 확장하며 발전해 왔다면 다음 세대는 메타버스를 통한 무한 확장의 세계를 만들 것이다. 이러한 변곡점에서 우리의 과제는 무엇일까? 상상력과 더불어 철학이 아닐까 싶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위대한 국가는 이를 지탱하는 국가적 철학과 규범이 있었다. 무한 확장이 가능하다면 우리는 무엇을 만들고 어떤 세상을 만들 것인가? 그리고 그런 세상에서는 어떤 사회적 규범과 윤리가 필요할 것인가? 새로운 세계를 어떻게 활용할 지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무한한 세계에서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인간 중심의 생각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래야 우리의 무한 상상력이 우리를 위해 바르게 쓰여질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