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학부모들은 커닝 쪽지를 자식들에게 주고픈 것이다
인도의 학부모들이 커닝 쪽지를 건네기 위해 학교 담벼락을 오르고 있다.
비록 한국인들도 자신들의 사회에 대해 관대한 편은 아니지만, 망가진 시스템에 의해 일어난 집단 광기를 제삼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우리 민족만이 교육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건 아니라는 위안도 얻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이 사회의 산물이기에 이 집단행동에 대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이 글의 취지는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는 모두 한 발짝 뒤로 서서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보자는 데에 있다.
이미 널리 알려져 진부한 관찰이지만, 한국의 ‘교육열’은 (여기서 교육이란 배움이라는 개인의 발달보다는 사회에서 자원을 ‘공정하게’ 분배하기 위해 고안된 관습에 가깝다) 무의미한 과잉경쟁의 구도를 만들어냈다. 어느 매체에서 공개했듯이 어느 지역 가구의 한 달 평균 지출 중 50%가 교육비에 사용되었다는 통계는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한국의 사교육비 현실을 잘 드러낸다. 이런 상황을 고려했을 때, 커닝 쪽지를 전달하기 위해 부모가 벽을 오르는 사회나, 한 가구의 가계가 지나치리만큼 사교육비에 치중되어있는 사회나 광기의 우열을 가리기 힘든 것 같다. 물론 이 모든 현상은 좀 더 잘 살기 위한, 더 좋은 지위와 물질적 풍요를 누리기 위한 처절함에서 나왔으리라.
경쟁이 과열되며 초점은 자연스레 목표보다는 경쟁에 집중되고, 그에 참여하는 사회 또한 무엇을 위한 경쟁이었는가를 망각하게 된다. 성적과 학위는 원래 특정 진로나 직업군을 위한 적성과 능력을 가늠하기 위한 도구이다. 하지만, 일자리의 수요는 고정적으로 증가하는 데에 비해 사교육 시장이라는 새로운 서비스업의 발달은 고학력자들의 과잉공급 현상을 낳으며 교육/취업 시스템의 기형을 불러일으킨다. (금맥이 발견되면 금을 캐러 가기보다는 그 앞에서 삽을 팔으라는 말은 정확하다!) 시스템의 기형을 바로잡을 대안을 찾기보다는 모두 좁아진 문을 통과하기 위한 경쟁에 집중함은 문제를 더 키울 뿐 만 아니라 젊은 층의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고 있다. ‘누군가는 해결하겠지,’ ‘정부 측에서 해결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은 책임의 분산 효과를 낳으며 모두 이 불공정한 게임에 참여해야 할 수밖에 없다는 무력함을 안겨준다. 교육의 본래 목적인 지적 인간의 양성은 더 이상 무의미하며, 단순한 적자생존 게임의 규칙으로 남을 뿐이다.
하지만, 현재 변화하는 진로 전망과 잡마켓의 상황은 좋은 학위와 소위 ‘취업에 유리한 전공’이 더 이상 취직의 보장이 되지 못하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의 교육/취업 시스템이 점점 더 적은 수의 ‘승자’를 생산해내면, 사람들은 현재의 시스템에 대한 대안을 찾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근의 스타트업 문화만 보아도, 회사에서 인재에 요구되는 요소는 학력보다는 능력/기술과 경험에 집중되는 걸 알 수 있다. 물론 벤처캐피털리스트, 인큐베이터, 그리고 대학 중퇴 창업자들로 이루어진 이 신생 기업 문화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할지 단정 짓기에는 이르지만, 쇠퇴해가는 대기업 위주의 자본주의 시장에서 자영업자, 창업자 위주의 분산(decentralized) 자본주의 시장은 분명 새로운 대안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공유경제로 화두가 된 우버나 에어비엔비같은 경우도 또한 우리 사회에 인지하지 못한 시스템의 균열과 틈새를 공략해서 새로운 기회/시장을 개척해낸 경우라고 볼 수 있다. 단순히 이를 불법으로 매도하기보다는 이는 우리 시스템의 불완전성과 그에 대한 대안의 제시나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는 현상으로 보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모두 다 같이 뛰어드는 경쟁에서의 승리도 값지지만 이는 이미 불공정한 게임임과 대안의 존재 가능성을 인정하는 순간, 다른 방법으로의 성공도 충분히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