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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우 May 14. 2016

자율주행 자동차가 해답이다. 하지만 문제는 무엇인가

스마트카가 살기 좋은 도시를 위한 최선책일까?

디자이너이자 어바니스트, ArupDan HillDezeen에 기고한 글을 번역했습니다. 이전에 읽은 글이지만 Hill의 질문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매일 아침 나는 트레비소 Treviso라는 작은 동네에서 파브리카Fabrica까지 출근한다가는 길은 자전거를 타고 일차로 반대방향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가는 길에 인도로 올라가기도 하고몇몇 비좁은 보행자 전용보도를 빌려 타야 하기도 한다하지만 이 도시의 무법자는 나뿐만이 아니다모두 이런 식으로 탄다오늘은 심지어 차선 반대 방향으로 달리는 경찰차도 비껴갔다이런 현실이 집단적 면책권처럼 우리의 죄책감을 덜어주는 걸 지도 모른다.


많은 오래된 이탈리아 마을들이 그래 왔듯이 이 방식은 별 탈 없이 작동해왔다모든 것이 차근차근규칙적으로느긋하게 여러 방향으로 움직인다마치 자라나는 생물체처럼모든 세세한 부분과 전체적인 활동을 인지하고 있다수백 명의 사람들이 개별적으로 활동하며 본인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채 그리고 전체적인 유기체에서의 본인의 역할을 정확히 명시하며 -  본능적으로 다른 이들의 안전과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다.


이 방식은 네덜란드 도시계획가 한스 몬데르만은 지난 몇십 년간 설파해온 공용 공간’ Shared Space 원리를 차용한 교통계획의 모습과 일맥상통한다그의 원리에 따르면 가장 안전한 교차로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보도블럭curb, 신호등그리고 교통신호를 전부 제거해야 한다고 하며이 효과는 데이터가 보증한다.                                    


나는 화요일 아침에 이 아이디어를 두바이시의 공무원들에게 전파했으며그들은 네덜란드의 공용 공간 시스템이 나오는 유튜브 영상을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중밀도의 교차로들뿌연 안개 속에서 깜빡이는 저지대의 빛 속에서 자전거자동차버스승합차그리고 보행인들이 끊임없이 퍼레이드를 이어나간다외부의 통제는 전혀 없고추돌사고 역시 적었다짜증스러운 파란불-빨간불이 깜박이는 가장 현대적인 교통계획 시스템을 가볍게 누르는 모습이었다.


교차로에 신호등을 더하면 추돌사고가 생긴다운전자들이 결정권을 소프트웨어에 맡기기 때문이다이런 면에서 현존하는 교통 설계 방식은 사람들에게 더 위험하고 더 수준 높은 도시로 교화되는 것을 막는다. (보리스 존슨은 보고 있나?). 종종 "스마트 도시" 추종자들은 이와 같이 생각 없이 기술을 남용해 폐해를 양산한다도시 계획가들은 이를 교훈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 시민들이 도시가 돌아가는 방식에 대해 능동적이길 원하는지알고리즘에게 결정권을 위임해 수동적이길 원하는지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나는 세드릭 프라이스 Cedric Price가 한 말 중에 "기술이 해답이지만문제는 무엇인가?"라는 구절을 좋아한다우리는 한걸음 물러서서 진짜 문제에 대해 고민해보지 않은 채 특정 기술에 집착하고 ― 자동차 중심의 도시계획을 주도한 기술들처럼 ― 이는 수많은 해결방안의 가능성만을 제시한다.                               


최근 구글테슬라 등의 회사들이 자율주행 자동차에 대해 발표한 내용에도 비슷한 우려가 따른다자율주행 자동차가 운전에서 '인간의 실수'를 제거함으로써  끔찍한 수의 교통사고를 줄이고 싶다고 하지만이 또한 문제를 찾고 있는 해결책인지도 모른다.     


이런 회사들은 "혁신적 변혁내세우지만 진정한 변화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자율주행 자동차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문제를 덮어버린다오히려 캘리포니아 이데올로기로 대변되는 현대의 교통문제 (장거리 출퇴근은 교외 스프롤 현상을 낳고 이는 개인주의 사회상을 반영한다)를 악화시킨다이는 완전히 보수적인 입장이다자율주행 자동차는 이 시스템을 표면적으로 변화시킬 뿐그 누구도 시스템 자체를 변화시킬 용기는 없다그들은 운전대를 잡고 있는 그 무엇그 누군가를 바꿀 뿐이지 집단 우울증, 비만 확산, 기후변화경제위기를 유발하는 그 기반 문화는 건들지 않는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더 안전할지 몰라도스탠퍼드 법대 인터넷과 사회 센터Stanford Law School Center for Internet and Society의 브라이언트 워커 스미스Bryant Walker Smith의 지적처럼 사람들이 실제로 이를 원할지는 미지수이다그는 "사람들은 로봇이 그들을 죽일 수 있다는 점을 불편하게 생각한다."라고 말한다그런 사고에 일어났을 때의 법적 결과는 복잡하다사고의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 것인가코드를 작성한 프로그래머?


우리가 관심 주제가 안전이라면내가 자전거에서 보내는 일상이나네덜란드는 훌륭한 예다심지어 아무런 신기술을 요구하지도 않는다이 시스템은 단지 개개인의 사용자들의 참여와 책임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지지자들은 이렇게 얘기할지도 모른다. "공용공간 콘셉트는 네덜란드 같은 다정다감한 사회민주주의에선 통할지 몰라도 진짜 자동차 문화가 있는 미국이나 호주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1) 나는 이탈리아에서 살고 있고 2) 자동차 중심의 도시계획이 유행하던 60년대에 자전거와 보행자 위주의 거리를 조성했던 코펜하겐의 예를 보자. 40년이 지난 오늘그들은 모두가 부러워하는 도심에서 생활한다이는 단순한 사고도문화 차이도 아닌 적극적인 선택의 결과다매해 우리는 선택을 주저한다오늘날 당면한 문화의 일부로 보지 않기 때문이고이는 진정한 변화를 늦춘다


진짜 교통사고를 막는 방법은 통제방법을 바꾸는 게 아니라 도로에 달리는 차의 수를 줄이는 거다하지만 자동차 업계가 과연 그런 방향을 제시할까자율주행 자동차는 교통을 조금 더 효율적으로 바꿀지 몰라도 그로 인해 발생한 수요는 공급 또한 증가시키고 결국에 의도한 혜택은 상쇄될 수도 있다


자동차 업계만큼이나 인명피해에 대한 강력한 면죄부를 가지고 있는 업계는 없을 거다우리가 차로 출퇴근할 수 있는 자유의 대가로 발생한 수많은 인명 재해는- 매년 1억 2400만 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그로 인한 피해자의 수는 상상할 수도 없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물며사고가 없더라도연구에 따르면 장거리 출퇴근은 수명을 단축한다고 한다 이는 비만수면장애이혼의 뒤를 있는 결과다하하..                         


또한 신기술을 해결책으로 제시하는 건 테크 회사들로서는 당연한 일이다우리는 알고리즘으로 조직된 사회의 결과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이 문제는 최근 &레이비 Dunne &Raby가 런던 디자인 뮤지엄에서 기획한 United Micro Nations exhibition에서 잘 드러난다이 전시는 알고리즘으로 구성된 유동성 중심의 사회와 그로 인해 제기되는 사회적-경제적 구조에 대한 비판적 질문들을 그려냈다.     


그리고 양쪽 분야의 교차로에 있는 테슬라가 관심을 보일 때도 엘론 머스크의 쿨하고단도직입적이고토니 스타크스러운 "음 그럼 우리도 그걸 하나 만들어보겠어아 관두지(하품)"적인 방식으로 자동차 중심 문화에 현존하는 막대한 자원낭비의 상황을 바꾸진 않는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이는 캘리포니아 이데올로기에 내제 된 보수성 사실 그 누구도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는 사회-문화 패턴을 바꾸고 싶지 않아한다 에서 출발한다그들에게 신기술이란 이 지속 불가능한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지 못하게 하는 핑계일 뿐이다그들은 두 마리 토끼를 잡고 바비큐 파티까지 열 기세다.


반면에 이런 도시를 상상해보자일과 여가와 가까운 거리에 사람들이 사는 이 도시는 보행자와 자전거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훌륭한 대중교통과 사적인 일을 위한 소수의 전기차가 갖춰져 있다. 멋들어진 구글 X의 느낌은 아니지만 이 도시는 더 낮은 탄소 발자국건강한 사람들안전한 도시사람들 간의 더 잦은 교류좋은 공기낮은 소음, 새소리가벼운 건물들실험적인 외관의 건물들이 있고그로 인한 협력인구 밀집더 풍부한 복합용도 토지개발더 높은 시민 참여도로 더 높은 경제적 성과를 올리게 될 것이다자율주행 자동차는 이런 무한한 잠재력의 미래를 보여주지 않는다.


물론자동차는 필요하다자율주행이면 더 좋을 거다그런다면 사람들이 일이나 여가를 위해 운전을 해야 하는 말도 안 되는 일로부터 해방될 수도 있다시간공간에너지생각의 낭비다훗날되돌아보면 피식 웃음(울음?)이 나올법한 인간 역사에서의 코미디다.


자동차에 대한 사람들의 로망은 끝이 없지만 대부분 차의 용도는 아우디 TT의 페달을 밟으며 돌로마이트 산자락을 감아 오르는 것보다는 아니라 숨이 턱턱 막히는 교통 체증 속을 기어가는 데 있다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에 따르면 "미국인은 연중 평균 38시간을 차 안에서 보내는 걸로 밝혀졌다그리고 자동차들은 일생의 90%를 주차된 상태로 보낸다." 일반적으로 비었거나 사용 불가능한 주차공간은 엄청난 공간 손실이다. 로스엔젤러스 중앙업무지구의 81%는 주차 용도다. 이 공간들을 실제로 사용한다면 그 경제적 효과는 대단할 거다.


자동차의 매력은(아무래 환상에 불과해도그 자체로도 중요하다그것들은 대단한 기계다그러하니만큼초점을 다시 맞춰 "주말을 위한 물건"으로 만들면 어떨까자유재미정체성그리고 여가에 관한 것으로. 


그렇게 된다면 모빌리티(교통체계)에서 소프트웨어의 진정한 잠재력에 대해 이야기해볼 수 있다카쉐어링자동차는 우리의 삶탄소공간을 낭비할 뿐만 아니라 일생의 대부분을 주차된 상태로 보낸다애초부터 넓은 지역에 걸쳐진 카쉐어링 시스템으로 차의 개수를 줄이는 편이 낫지 않을까?


우리는 그러면 필요에 의한 운송수단을 고르면 된다모빌리티는 바이크 쉐어링, 대중교통그리고 자율주행으로 운영되는 카쉐어링을 이용한 맞춤형 온디맨드 서비스로 변화할 수 있다.


피아트 Multipla를 타고 이케아 매장을 찾으면 되고병원을 찾았다가 스마트가 픽업을 해준다널찍한 제조업체 현장견학에는 BMW그리고 아우디 TT는 역시 주말 경치 드라이브를 위해 예약하면 된다아니, 1969 페라리 Daytona를 타고 싶다, 뭐 어떤가운전의 즐거움을 담고 있는 근사한 자동차 홍보물은 자동차 딜러가 아니라 자동차 섭스크립션 서비스를 통해 퍼질 것이다. Zipcar의 진화형이다.


소프트웨어로 인한 공유는 소프트웨어로 인한 운전보다 혁신적이다바이크 쉐어링 전략은 벌써 도로망의 모양을 재정립하고 있다. 공동체 텃밭이 늘고 있다. 공유 공간 전략에서 더 안전하고 사람 간의 교류를 활성화하는 교통체계를 볼 수 있다자율주행 자동차로부터는 이런 역학이 보이지 않는다단지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인터넷 시대 이전의 이데올로기를 강화할 뿐이다.


자율주행 시스템을 카쉐어링 전략의 일부분으로우리가 도시에서 더불어 사는 방법을 모색하는 데의 일부분으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그런 비전이라면 나는 찬성이다그래서 다시 묻건대, 자율주행 자동차는 어떤 문제에 대한 해결책인가


원문: "Self-driving cars are the answer. But what is the question?" (May 1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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