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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기리타 Jul 09. 2021

사람 키우기

아기와 나

사람이 사람을 키우는게 보통 일이 아니다. 도와줄 가족이 없는 타국에서 남편과 둘이 체력과 정신력을 갈아 넣고 버틴지 120일이 지났다. 아기는 너무 예쁘고 귀엽고 소중하고 사랑스럽고 매우 빡세다. 출산 후 한 달을 같이 살았던 입주 도우미가 떠난 뒤 이삼일에 한 번은 힘들어서 눈물을 찍었다. 그리고 100일이 지나자 조금 살만해졌다만 그럼에도 방심 할 수 없는 하루하루 아주 예측불가의 날들을 보내고 있다.


아기가 태어나기 전에는 엄마들이 왜 sns나 온라인 공간에 아기에게 미안해 사랑해 라는 말을 쓰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어차피 아기는 못보고 못듣는 콘텐츠인데 그런 말은 온라인에 글로 쓸게 아니라 아기에게 직접 해주고 자기 채널에는 좀 더 자기 얘기를 하면 좋지 않나 생각했다. 그치만 애가 태어나고 나니 머리는 온통 아기로 압도 당하고 뭔가를 기록 할 여유가 생길 때는 아기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만 떠오른다.


해주는게 없다고는 못하겠다. 하루를 온전히 갈아 바치고 있으니까.ㅋㅋ 그래도 해주는 만큼 잘 따라와줘서 잘 커줘서 고맙고 사실 더 해줄 수 있는데 아기 챙기는 만큼 나도 조오금 챙기느라 더 못해주는 것이 미안하다. 쪼개자는 잠 틈틈이 드는 생각은 이런 것 뿐이라 기록 할 마음도 글도 이것 뿐이다. 고맙고 미안하고 그리고 나도 자고싶다.


밤새 난동 부리다가 이제 막 잠든 예쁜 아기를 보며 오랜만에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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