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주, 샘플링, 역사 편찬까지
새로운 기술 아래에서 빛나는 인간 본연의 지성적 노동
가장 근원적인 지성적 행위: 큐레이션 창조의 오랜 역사
인공지능이 무한한 콘텐츠를 쏟아내는 지금, 우리는 창조의 본질이 '만들기'에서 '고르기'로 바뀌었다고 말합니다. 이것을 우리는 큐레이션 창조라 명명했습니다. AI 시대의 창작자는 생산자가 아니라, 알고리즘적 잠재성 속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배열하는 큐레이터입니다.
하지만 이 큐레이션 창조는 AI 시대에 갑자기 등장한 새로운 개념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는 인류가 수천 년 동안 세상에 의미를 부여해 온, 가장 근원적인 지성적 행위의 다른 이름입니다. 새로운 기술 아래에서 우리가 잠시 잊고 있던 인간 본연의 능력이 다시 빛을 발하고 있는 것입니다.
1. 콜라주와 앗상블라주: 물리적 배열의 창조성
시각 예술의 역사를 살펴보면, 물리적인 '배열'만으로 창조를 완성했던 선례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콜라주와 앗상블라주(Assemblage)가 대표적입니다.
콜라주 작가는 캔버스에 물감을 새로 칠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이미 존재하는 신문 조각, 사진, 천 등을 선택하고, 전혀 다른 맥락에 배열합니다. 파편적인 요소들 사이에 새로운 연결선을 만들고, 그 관계를 통해 사회적 메시지나 미학적 충격을 창조합니다.
이것은 물리적인 생성 없이, 오직 선택과 배열이라는 지성적 행위만으로 예술 작품이 완성될 수 있음을 증명합니다. AI가 만든 디지털 이미지 파일을 '선택'하고 '배열'하여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행위는, 디지털 시대의 콜라주와 다를 바 없습니다.
2. 샘플링과 오케스트레이션: 시간 예술의 배치
음악 예술에서는 시간과 소리의 배열이 곧 창조였습니다.
힙합의 역사는 샘플링이라는 큐레이션 창조 없이는 설명될 수 없습니다. 프로듀서는 수많은 레코드 더미 속에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드럼 브레이크나 베이스 라인을 발견하고 선택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반복하고 변형하여 새로운 비트 위에 배치합니다. 남의 소리를 가져왔지만, 그 배열과 맥락 부여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음악적 배치(Assemblage)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더 고전적인 예로 오케스트레이션이 있습니다. 지휘자나 편곡가는 작곡된 멜로디와 화성을 새로 만들지 않습니다. 대신, 어떤 악기가 어떤 타이밍에, 어떤 강약으로 연주할지를 선택하고 배분함으로써 곡의 정서적 궤적을 설계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소리 요소의 관계를 설계하는 시간 예술의 건축학입니다.
3. 역사의 편찬: 서사를 만드는 '선택의 권력'
가장 근원적인 큐레이션 창조는 서사의 구축에서 드러납니다. 역사가의 작업이 바로 그것입니다.
역사는 실제로 일어났던 무한한 사건들의 잠재성입니다. 역사가는 이 모든 사건을 기록할 수 없습니다. 그들은 특정한 목적과 질문을 가지고, 수많은 기록 중에서 특정 사건들을 선택하고, 그것들을 특정한 순서로 배열하여 인류에게 의미를 전달하는 '역사적 서사'를 만듭니다.
이 선택의 행위에는 막대한 권력과 책임이 따릅니다. 어떤 사건을 포함하고 어떤 사건을 배제하는가(부재의 구조)에 따라, 한 시대의 의미와 가치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이는 AI 시대 창작자가 자신의 작품에 담을 메시지를 선택할 때 짊어져야 할 '윤리적 책임'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인간 본연의 지성적 노동
인류는 태초부터 자연의 재료(흙, 돌, 불)를 물리적으로 다루는 동시에, 세상의 정보와 자원을 선택하고 배열하여 문명에 의미를 부여해 왔습니다. 돌을 다듬어 벽돌을 생성하는 것도 창조이지만, 그 벽돌을 선택하고 배열하여 사원이나 주택이라는 의미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 역시 창조입니다.
AI는 이제 돌을 깎고 다듬는 생성의 노동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인간은 이제 가장 본연의 역할, 즉 '무엇을 소중히 여길지', '무엇을 어떻게 연결할지'에 대한 지성적인 판단의 노동에 전념해야 합니다.
큐레이션 창조는 인간의 창조성이 사라지는 징후가 아닙니다. 그것은 오히려 기술의 진보를 통해, 우리가 가장 잘 해왔던 의미 부여와 책임 있는 선택이라는 본질적 역할로 회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