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어르신과 요양보호사
흔히, 식당이나 시장에 갔을때 그곳에서라면 무척 익숙하고 자연스럽게 들려오는 소리이다.
어르신들이 우리 요양보호사를 지칭하는 표현은 주로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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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리고 우리 요양원에서 근무하는 요양보호사들이 일과중 어르신들로부터 듣는 호칭은 이렇게 다양하다.
그중에 요양보호사라는 사실 인식에 기반한 호칭은 없는 듯하다.
여기요든 저기요든, 우리를 불러 당신의 요구를 표현하는 어르신들은 그나마 인지가 있고 의사표현도 할 수 있는 분들이다. 그런분들은 무언가를 요구하거나 의사를 표현하려할 때 어떻게 하는가.
어르신들 가까이에 우리가 있을때는 그냥 요구사항을 말씀하신다.
"바람이 들어오니까 창문 좀 닫아줘요!"
"물 좀 주세요!"
차라리 이런 경우는 서로간에 자연스럽게 소통이 된다. 문제는 주로 침상에 누워계시는 어르신이 스스로 침상에서 무언가 욕구가 있을 때,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는 요양보호사를 찾을 때이다.
그럴 때 앞서 예를 들었던 다양한 호칭으로 우리를 부른다.
뿐만아니라, 내가 일하는 4층 이곳에는 인지도 좋은 편이고 스스로 휠체어에 오르내리기도 하시면 사지의 활동성도 비교적 정상적이어서 내킬 때는 지팡이를 짚고 거실을 걷기도 하는 남자어르신 진성(가명)님이 계시다.
어느날, 그 분이 휠체어를 밀고 나와 식사를 하시고 나서 물을 더 달라며 외쳤다
간이싱크대 쪽에서 무언가 하고 있던 나는, 그 소리에 자동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이?? 정말 어이가 없네요...하는 생각을 하는 순간에도 나는 어르신께 다가가 물컵에 물을 채웠다.
혹은, 공용거실에 앉아 계시던 여자 어르신이 소리높여 나에게 요구한다.
네네....
혹은 최근들어 망상이 부쩍 심해진 92세의 여자어르신은 우리를 간호사언니들이라고 부른다.
가족을 그리워하며 말을 듣지 않는 육신때문에 인지는 아직 있으심에도 거의 침상에 누워지내는 어르신은 통증이 느껴질 때면 우리를 부른다.
어르신은 당신을 돌봐드리는 우리 요양보호사들을 간호사언니들이라고 부른다. 물론 실제로 간호조무사들이 일정시간 라운딩을 돌며 각 어르신들의 활력을 측정하는 등 여러가지 기본적인 간호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그분께 우리 근무자들은 모두 간호사로 여겨지는 것이다. 차라리 간호사언니라는 호칭은 애교스럽고 고맙기까지 하다고 할만하다.
그런 분들은 우리가 기저귀를 갈아주면 주는 대로 밥을 떠먹여드리면 드리는 대로, 간식을 먹여드리면 드리는 대로 그저 받아들일 뿐 특별한 다른 의사표현을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굳이 우리를 여기요라든지 어이라고도 부르지도 않는다.
그렇기에 상대방에 대한 호칭의 문제는 어느정도 인지가 있어서 의사소통이 될뿐 아니라 최소한의 욕구가 살아있으며, 휠체어를 스스로 밀고 다니거나 보행보조기구를 이용하거나간에 스스로 거동이 가능한 분들과의 관계에서 부각된다.
82세정도이며 신체활력은 거의 정상이나 단지 치매가 있어서 이곳에 머무르시는 남자어르신 경규(가명)님은 평상시 지극히 정상적인 활동성과 인지력을 보인다. 그래서 우리들과도 대화가 자연스레 통하는 정도이다. 그분이 언젠가 위와 같은 의사를 표현하셨다.
왜그럴까, 어르신들 하나같이 여기요저기요하며 우리를 부르실까.
어떻게 인식변화를 시도해야 할까.
나는 인지가 있고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능력이 되는 어르신들이 이처럼 모호한 호칭을 쓰는 것은, 요양원측의 의지와 노력부족이라고 생각된다. 애초 입소시점에서, 적어도 인지가 분명한 어르신들에게는 앞으로 자신을 돌보아드릴 요양보호사들을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 단도직입접적으로 알려드렸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면 충분히 인지가 있는 어르신들이라면 이해하고 기억하실 것이 아닌가.
또 그 보호자들에게도 우리의 존재에 대해 사전에 이해시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아니아니, 정 선생님 소리가 안 나온다면 요양보호사님이라고 부르면 된다. 나는 무조건 반드시 선생님이라고 불러달라고 외치는게 아니다.
이러한 노력이 없거나 부족했기 때문인지, 보호자들도 어르신을 만나러 와서 우리를 대할 때, 저기요~라고 말을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거기다 대고 "저희는 저기요가 아니고 선생님입니다, 그렇게 불러주세요", 라고 하기는 어렵지 않은가 말이다.
한편으로는 어떻게 부르면 어떠냐는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르신과 요양보호사는 함께하는 관계이므로 기본적으로 서로에 대한 존중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간혹, 선생은 무슨 선생? 남의 똥기저귀나 만지면서! 하는 생각을 갖고 있는 어르신들이 실제로 있다. 그런 경우, 그 보호자들의 인식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지난해 처음 내어머니가 계시던 요양원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 그곳에 계시던 어르신에게서 목격한 일이다. 그분은 몸은 말을 듣지 않으나 정신은 또렷하신 분이었다. 얼마 후부터 식사를 못 하시어 비위관을 꽂게 되었는데 그것을 못 견디고 어떻게든 손만 닿으면 비위관을 뽑아버리곤 했다. 그때마다 병원에 가든가 해서 비위관을 다시 삽입하는 일이 수 차례 이어지자 어쩔 수 없이 억제대를 이용해 어르신의 양손을 침대에 묶어버렸다. 그러한 조치에 어르신은 분노하며 침상에 누운 채로도 펄펄 뛰었다.
그러면서 온갖 욕설을 쏟아냈다.
그러자 그상황에 대처하던 다른 요양보호사 몇 분이 혀를 차며 이렇게 대꾸했다.
"어머나, 어르신! XXX년들이라니요! 선생님이라고 하셔야죠!"
화가 나서 사지를 발버둥을 치는 와중에도 어르신은 콧방귀를 뀌며 더욱 거칠게 쏘아붙였다.
그분이 얼마나 괴롭고 고통스러웠으면 그토록 그악스러운 욕설을 쏟아냈을 지는 충분히 짐작이 갔다.
https://youtube.com/shorts/elKIHje5u6E?si=-mGw2xr9ydrm2z44
https://youtu.be/rieUncCAZvw?si=Wi1PU-N2iVxpgIu4
그분들은 심지어, 파출부, 간병인으로 인식되고 그렇게 취급된다.
최근에는 미디어를 통한 대중의 인식변화를 위해 홍보영상을 송출하기는 하지만, 그 영상을 보고 진지하게 인식이 개선되는 확률이 얼마나될 지 의문이다.
더구나 그 영상은 일부러 그렇게 만든 것인지 모르겠으나 왠지 가볍고 경솔하게 랩인지 노랫말인지 알 수 없는 내용과 영상으로 이루어져 있다.
무슨 얘기를 하려는지는 알겠는데 그 내용이 너무나 경박해 보인다.
언뜻 요양보호사라는 직업을 조롱하는 듯한 느낌까지 받았다면, 내 삐딱한 시선 탓일지도 모르겠다.
https://youtu.be/PIvS6SChcyk?si=3Hb759eDv11FdDMm
방문요양이든 시설요양이든 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보호사들을 바라보는 보호대상자와 그 가족들의 인식의 문제점에 대해 생각하게 된 것은, 매일 최소 8~9시간동안 머무르는 일터에서의 경험때문이다.
요양보호사가 된 지는 어느새 1년이 넘었다.
중간에 부득이 몇개월 휴지기를 갖기도 했으나 다시 올해 4개월차 업무를 이어가면서 그전에는 미처 깊이 생각하지 못하고 있던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최근 아줌마소리를 몇 번 듣고 나자, 정신이 들었고 나는 사회복지사에게 내가 느낀 문제점에 대해 조심스레 의견을 제시했다. 어르신들의 인식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같다고.
그러자 그가 수긍하며 말했다.
좋은 의견주셨으니 복지팀에서 한번 고민해보겠다고.
우리가 어르신들을 할머니나 할아버지라고 부르지 않고 어르신이라는 존중과 배려를 담은 호칭을 사용하듯이 인지가 있는 어르신들도 최소한의 존중이 담긴 호칭을 사용하시도록, 미처 생각못하고 계시기 때문이라면, 바르게 알려드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https://youtu.be/1Ndhr0dphnQ?si=pwfiP9Xt_xtmJC5z
https://youtu.be/ha-WY1sH07g?si=Y7q6zDTgDQvnDqb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