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공식적인 사유는 저질체력으로 인한 근골격계 질환과 족저근막염의 극심한 통증때문이다.
나이들어가는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지난 몇년 전부터 오십견이라고 하는 증상으로 힘들었다.
수차례 정형외과를 드나들며 결국은 약물치료를 받았고 거의 회복되어갈 때 요양보호사가 되었고, 양팔뚝의 통증은 새로운 형태로 시작되었다. 다시 스테로이드제가 함유된 주사제를 그동안 몇번 더 맞았고 통증을 잊은채 주어진 일에 매진하였다.
지난 2월초, 통증은 잊었던 빚쟁이처럼 다시 찾아왔다.
어깨와 팔뚝의 통증만이 아니다.
더불어 발바닥이 엄청난 통증을 송신한다. 작년에도 조금씩 아프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그즈음 입원을 하고...일련의 과정과 넉달간의 휴식기를 갖는 동안 다행히 호전되었었다. 그런데 이번 1월에 다시 출근하여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자 발바닥 전체가 빠르게 아파오기 시작했다.
족저근막염은 발뒤꿈치가 아픈거라던데, 내 경우는 양쪽 발바닥 전체가 맨발로 가시밭을 걷는 것처럼 아프다. 너무 아파서 신발깔창을 바꿔보기도하고 마사지도구로 마사지를 이어갔다.
이제는 호전되어가는 것인지, 그 통증에 무디어진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조금씩 덜한 것처럼 생각되기는 하지만 매일매일 걸음을 내딛는 순간순간이 끔찍하다.
그즈음 하루 걸음수를 측정해보기 시작했다.
평균적으로 5~6천보를 걷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사실, 요양원에 출근하여 퇴근할 때까지 앉아서 쉬는 시간보다 서있는 시간이 많고 엄청 많이 걷는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그 정도인 줄은 몰랐었다.
평균이 5~6천보, 많을 때는 8천보 넘게 찍기도 한다.
오전7시부터 오후4시까지.
족저근막은 종골(calcaneus)이라 불리는 발뒤꿈치뼈에서 시작하여 발바닥 앞쪽으로 5개의 가지를 내어 발가락 기저 부위에 붙은 두껍고 강한 섬유띠를 말한다. 발의 아치를 유지하고 발에 전해지는 충격을 흡수하며 체중이 실린 상태에서 발을 들어 올리는 데 도움을 주어 보행시 발의 역학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족저근막이 반복적인 미세 손상을 입어 근막을 구성하는 콜라겐의 변성이 유발되고 염증이 발생한 것을 족저근막염이라 한다. 성인의 발뒤꿈치 통증의 대표적 원인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족저근막염 [plantar fasciitis]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서울대학교병원)
나는 아직 활발하게 조금 더 일할 수 있는데 어깨와 발바닥의 통증때문에, 임시방편으로 스테로이드주사나 맞아가며 하루하루 연장해 나가는 것이 과연 옳은가 생각했다.
병원에서는 말한다.
이런 사실을 실토하는 지금 나는 좀 부끄럽다...
의욕에 넘쳐서, 새로 능력을 발견한 이 분야에서 겨우 1년여만에 이렇게 맥없이 백기를 꺼내어 흔들어야만 하다니.
요양원일기도 그래서 이제 잠정 중단이 불가하다.
퇴사의사를 원장에게, 동료들에게 알렸을때 그들은 나의 통증의 원인에 대해 당연히 공감하고 이해하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그곳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 없을지 현재로서는 확신할 수 없으나, 1년여시간 함께 한 동료들은 그동안 내가 만나온 어떤 사람들보다도 의지가 되고 위안이 되는 존재들임에는 틀림이 없다.
또한 길지 않으나 내손으로 부축하고 도움을 드렸던 스쳐지나간 시간들이, 남겨질 어르신들께 좋은 기억으로 점철點綴되기를 소망해본다.
그리하여, 이것은 첫번째 에필로그.
진짜로 끝날 때까지는 아직 끝난게 아니다.
요양원일기 파트_2를 들고 돌아올 때까지,
그리고 두번째 에필로그를 끝낼 때까지 나의 글은 끝나지 않는다.
지난 1년간 요양원에서 만났던 모든 분들과,
제 글에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신 여러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