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햇살> 2024년 10월호 #알베르카뮈와르네샤르의편지
지상에 남은 편지들을 살펴보면, 참 다양한 종류의 편지가 존재합니다. 부모와 자녀들이 주고받은 편지, 연인들끼리 주고받은 편지, 스승과 제자가 주고받은 편지 등 다양한 관계의 사람들이 주고받은 편지가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제가 좋아하는 편지는 친구들끼리 주고받은 ‘우정의 편지’입니다. 아무에게나 보일 수 없는 속내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편지 속에서 글 쓴 이의 ‘진짜 모습’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강아지 똥』을 쓴 권정생 작가는 아동문학가이자 교사였던 이오덕 선생과 30년 동안 편지를 주고받았고, 소설가이자 전기작가였던 츠바이크는 정신분석가였던 프로이트를 비롯해 다양한 친구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프랑스에 살았던 소설가 알베르 카뮈 또한 시를 쓰던 르네 샤르에게 다정한 편지들을 보냈는데요, 오늘은 그 두 사람의 편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프랑스의 유명한 작가 알베르 카뮈는 ‘반항아’의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세상의 부조리에 대해 거침없이 항의하고, 잘못된 것을 지적하는 ‘쎈!’이미지의 작가입니다. 그러나 그가 시인 르네 샤르에게 보낸 편지에는 온 마음을 열고 친구에게 다가가는 다정다감한 카뮈가 있습니다.
카뮈와 샤르는 ‘동료 작가’로 처음 만났습니다. 서로의 글을 읽고 서로의 책에 발문을 써주기도 했죠. 카뮈는 샤르의 시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그가 가슴으로 시를 쓰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세상 속에서는 쎈 이미지를 가진 카뮈였지만, 카뮈의 마음은 늘 ‘사람을 향해’있었습니다. 연민과 연대를 외치던 공감력이 뛰어난 작가이기도 했죠. 카뮈는 자신과 비슷한 점이 많은 샤르와 더 친밀하게 지내고 싶어서 이사를 하기도 합니다. 가까운 곳에 살면서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자신이 쓴 글을 르네에게 가장 먼저 보여주었죠. 르네도 카뮈에게 그런 친구였습니다.
카뮈는 르네에게만은 ‘무장해제’된 사람처럼, 속내를 가감 없이 드러냅니다. 아내가 정신질환으로 힘들어 할 때도 르네에게 자신의 심정을 전했죠. 그때 르네는 카뮈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줍니다. 그리고 힘들어 하는 카뮈에게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나는 당신의 친구이자 동반이자이며, 당신은 언제든지 나를 부를 수 있고, 그럴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요. 그리고 덧붙입니다. ‘우리가 불행하다고 해서 호의의 소통을 막아서는 안 된다’고요. 삶의 무게에 짓눌려 자꾸만 작아지고 있던 카뮈를 샤르는 일으켜 세웁니다. 종이 위에 빠르게 써 내려간 편지로 말입니다.
이런 샤르의 마음을 잘 알고 있던 카뮈는 한 편지에 이렇게 고백합니다. ‘당신을 만나기 전에는 시 없이도 잘 살았지만, 이제 당신의 글을 읽을 때만 내 공허한 마음이 채워진다’고요. 저는 이 문장을 읽고 전율했습니다. ‘당신의 글을 읽을 때만 내 공허한 마음이 채워진다’는 표현은 작가에게 최고의 찬사이기 때문입니다. 나에게 삶의 의미를 부여해주고, 최고의 칭찬으로 힘을 주는 친구. 살면서 이런 친구가 한 명이라도 곁에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아직 이런 친구가 없다면, 내가 먼저 누군가에게 이런 친구가 되어보는 건 어떨까요? 나를 무장해제 시키고, 가장 연약한 모습까지 보일 수 있는 단 한 명의 친구. 그런 친구를 만나는 10월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