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현 Apr 16. 2019

세월호 5주기

우리 딸이 예쁘게 웃는다.





아침에 우리 딸이 예쁘게도 웃었다.


5년 전 나는 미혼이었다. 회사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구내식당에 뉴스가 떴다.


전원구조. 밥을 먹으며 동료들과 이야기했다. 어쩐일이냐며-


그리대수롭지 않았던 첫 기억.



그때의 그 일이 아직도 마무리가 되지 않았다니 참 허무하고 분하다.


아무상관없는 나도 그 순간에 내가 무슨일을 하고 있었는지가 아주 명확하게 기억이 난다.


그날 나는 업무를 거의 하지 못했다.


밤에 잠들지 못하고 뉴스를 봤다. 결국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실시간 중계를 본 셈이 되어버렸다.


어른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때 어른으로써 느꼈던 미안함 분노 무력감...



결혼을 할지 몰랐던 나는 결혼을 했다. 그리고 나는 한 아이의 엄마다. 이젠 고래를 보면 자꾸 눈물이 나는 주책이다. 23개월 딸을 키우며 오빠랑 꽤 많이 세월호에 대해 이야기했다. 과연 우리에게 그런일이 일어나면 어떻게 할 것인가. 20대 중반에 심장마비로 지인의 죽을을 겪은 적이 있다. 연인과 헤어진것과는 상상할수 없는 정도의 고통이었다. 정말 가슴이 아팠다. 마음이라는것이 실제로 존재하는것인지. 정말 아팠다. 그리고 그 허무한 죽음에 나도 역시 허무했다. 모든것이 회의적이 되었다.



"이렇게 열심히 살면 뭐해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마인드랄까?



그때 알았다. 나는 고통을 견디는 부분이 부족한 사람이라는걸. 나는 오빠한테 매번 이야기했다. 나에게 혹은 우리에게 그런일이 생기면 나는 그냥 관련자 다 죽이고 나도 죽을꺼라고 했다. 오빠는 우리엄마랑 가족들좀 데리고 대피해달라고 했다. 잡아가려고 할테니 거지같은 정부에서-


오빠는 자기도 같이 하자고 했다. 우습지만 진짜 우린 이런 이야기를 했다.



가족을 잃는건, 친구를 잃는건 가슴아픈일이다. 그냥도 분하고 슬픈일이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이 억울함이 명확하게 조차 밝혀지지않고 있다.


너무 화가 난다. 그리고 가슴이 아프고 여전이 미안하다.



그렇게 5주기가 되었구나. 벚꽃이 참 예쁜 이번주 인데. 하고 생각한다.



오늘도 나의 일상은 시작되었다. 그리고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누군가는 가슴이 메어지는 하루일 것이다.


피해자의 한명은 아니지만 멀리서 같이 슬퍼하고 기억하는 한 사람이 있어요. 하고 알려주고싶다.


그들만의 일이 아니라고 믿는다고. - 말해주고싶다.




4월, 벛꽃이 지고 있다.


우리아이들은, 그 배에 타서 아이들이 아니라 애도받지 못하는 어른들은 선생님들은


커다란 고래의 등을 타고 훨훨 편한 곳으로 갔길-


억울하지 말고, 슬프지 말고, 분하지 말길,



내가 대신 억울해하고 슬퍼하고 분해해줄테니....






매거진의 이전글 서른다섯 그를 만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