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집사가 되고싶다 Jul 12. 2022

[Ep.1] 육아휴직 급여 112만원? 그래도..

육아휴직을 고민하는 아빠들에게.


아내를 위해, 아이를 위해 그리고 나를 위해 육아휴직에 도전하겠다고 자신있게 외쳤지만

머릿속으로는 인터넷으로 확인한 육아휴직급여 예상 수령액이 떠나질 않았다.



지급 상한선은 월 150만원.


외벌이 상황에서 아이 둘을 키우며 월 고정비를 커버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었는데, 저 액수에서 매월 약 38만원의 급여는 복직 후 일괄 지급된다고 했다.

 

사실상 월 수령액은 112만 5천원.


잘할 수 있을까.

해낼 수 있을까.


금전적으로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알찬 육아휴직이 가능할까?

아내와 여러 번의 회의 끝에, 이렇게 저렇게 돈을 끌어 모으면 최대 4개월 동안은 '어떻게든 해볼 수 있겠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현실적으로 돈이 가장 큰 문제였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육아휴직을 할 수 있다는 현실과, 일 안 하고 쉬면서도 월 112만 5천원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


솔직히 월 112만원도 감사하고 긍정적인 부분이었다.


작년에 끊어 둔 에버랜드 연간 이용권,

집 주변에 위치한 커다란 공원,

그리고

타운하우스에 살기 때문에 집 자체가 하나의 놀이터.



이런 부분들 또한 육아휴직을 결심할 수 있게 도움을 준 요소들이었다.


이렇게 말하면 재수 없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4개월 동안 우리 가족은 (걱정했던 것보다는) 금전적으로 부족하지 않게 즐기며 살았다.

(아내의 생각은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랬다.)


어떤 날은 외출을 하지 않고 집에서만 놀았기 때문에 지출이 없는 경우도 있었고, 어떤 날은 네 식구가 외출해서 수십만 원의 지출을 한 적도 있다.


결과적으로, 그동안 아내가 차곡차곡 모아둔 돈과 신용카드에 의지하며 "잘 먹고 잘 놀았다."라고 정의할 수 있을 만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지금 글을 적으며 문득 든 생각>

어쩌면 나는 재정관리를 거의 하지 않는 숫자 바보 남편이기 때문에 지난 4개월간 금전적인 압박 없이 보냈다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마 아내가 느꼈을 부담감이나 부족함은 나와 다를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하니 내가 모자란 남편이 된 기분이다.




이 글을 클릭하고 읽고 있을 분들께 감히 한 마디 적어보자면,




육아휴직을 고민하고 있는 아빠들이 계시다면 꼭 한번 도전해보시길 추천합니다.


(고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처럼 금전적인 부담을 안고서라도 시도해 볼 수 있는 상황이라는 가정하에)


다만 그 이유가 '일 하기 싫어서', '회사일 좀 쉬고 싶어서'가 아니라, 정말 오롯이 내 아이, 내 아내, 내 가족을 위해서일 때, 소중한 육아휴직을 사용하길 추천합니다.


그런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육아휴직이 끝날 때 즈음, 또는 복직 후 깨닫게 됩니다. (적어도 저는 그랬습니다.)


육아휴직은 나를 위한 것이었다는 걸.

내 마음과 내 머릿속에 평생 두 번 다시 경험하기 힘든 소중한 추억과 기억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는 걸 알게 될 것입니다. 그것들은 절대 수백, 수천 만원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었습니다. 반대로 누가 나에게 그만큼의 돈을 준다고 해도 절대 팔고 싶지 않은 경험입니다.



물론 하루 종일 개인 시간 없이 육아와 집안일에만 몰두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가족 간의 불화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아니 무조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추천합니다.

하루 종일 함께 붙어 있으면서 때로는 다투고 때로는 사랑하며 가족 구성원 간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갖게 된다는 것도, 육아휴직이기 때문에 가능한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제가 될지 모를 나의 두 번째 육아휴직을 기다리며..

매거진의 이전글 [프롤로그] 130일간의 아빠 육아휴직을 마치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