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마흔, 이젠 내 안에 소리를 들어라

by 엄태형


“소명은 내가 추구해야 할 목표를 의미하지 않는다.

소명은 내가 들어야 할 내면의 부름이다.

내가 살아가면서 이루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말하기에 앞서,

내가 어떤 존재인지를 말해 주는 내 인생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만 한다.

나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일러 주는 진리와 가치에 귀 기울여야만 한다.

마지못해 따르는 삶의 기준이 아니라,

진정한 내 인생을 살기 위해 따르지 않을 수 없는 그런 기준 말이다.”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파커 J. 파머 -





정말 이대로 괜찮은 걸까? 지금까지 잘해왔다고 생각했는데, 마음속에서 일어난 소란을 잠재우기 힘들었다. 어디서 부터 잘못된 걸까? 내 안에서 일어난 의문들은 마음속 작은 균열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어쩌면 마흔이 힘든 건, 이제는 내 안의 소리에 답해야 하기 때문인지 모른다. 외적인 것에 치우쳐 살아온 날들을 꾸짖듯, 마흔의 열병은 집요하게 나를 뒤흔든다.

나는 언제까지 내면의 소리를 외면한 채 희생을 강요할 수 있을까? 어쩌면 나는 자신을 견고한 감옥 안에 가뒀는지도 모른다. 현재의 모습이 원하던 모습이 아니란 걸 깨달았을 때, 나는 스스로에게 분노했다.


마흔은 그동안 억눌린 내 안의 외침을 무시할 수 없는 나이다. 지금껏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 당당한 척 살아왔다면 그 시간에 비례해 솟구치는 내면의 목소리는 강렬해진다. 마흔은 우리에게 진실과 마주 설 것을 요구한다. 더는 숨길 수도, 도망갈 곳도 없는 벼랑 끝에 우리를 몰아넣고 무엇이 옳은 길인지 알려준다.


내 안의 목소리는 내게 주문한다. 깨어나라. 그리고 네 신성한 의무를 다하라. 그것은 당신이 진정으로 인생을 통해 이루고 싶은 소망이나, 이뤄야 할 소명일 수 있다. 언제까지나 그 목소리를 무시하고 마음에 없는 길을 가고 있다면, 결국 당신은 스스로를 읺게 될 것이다. 그 소리는 희망이니, 끈질기게 당신에게 외치는 그 소리에 귀 기울여라. 다행히 그 소리가 희미하게라도 들린다면 그 등불이 꺼지지 않도록 돌봐야 한다. 나는 의심하게 됐다. 내면에서 들리는 그 소리는 신의 소리가 아닐까. 내게 강요하진 않지만, 결국 나중엔 무거운 대가를 치르게 하는 냉험한 목소리 말이다.



마흔이여, 이제 우리가 답할 때다.

우리의 내면은 무슨 말을 하고 있는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마흔에 가장 믿어야 할 건 자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