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 가지 않은 길 (The Road Not Taken) -
마흔이 될 때까지 무수한 갈림길이 있었다. 그때마다 나는 최선의 길을 선택했다고 믿었다. 누군가의 조언에 따라, 세상의 보편적인 기준에 따라서 안전해 보이는 길을 택해 인생의 항로를 결정했다.
그렇게 평범한 직장에 취직했고, 결혼해서 아이도 낳아 키웠다. 직장에서는 더 높은 자리를 위해 견디고, 내 욕망을 포기하는 시간이었다. 좋은 성과를 위해 자발적으로 야근하고 주말까지 반납해 가면서 나 자신을 갈아 넣었다. 그것이 누구나 말하는 성공의 지름길이었다.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하는데 내 인생이야 별것 있겠는가. 나는 이렇게 자신을 위로해 가며 열심히 달렸다.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아이들은 잘 자라주었다. 물론 여기에는 아내의 헌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흔을 넘긴 어느 시점부터 열정이 생기지 않았다. 지금처럼만 하면된다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이 자꾸만 나를 멈춰세웠다. 더 이상 승진하겠다는 생각도, 무언가를 증명해 내고 싶다는 의지도 예전처럼 솟아나지 않았다.
"지금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거지?”
어느 날 밤, 잠들기 전 혼자 앉아 예전에 쓴 일기장을 펼쳐보았다. 스무 살, 성인이 된 나는 어떤 꿈을 꾸고 있었을까? 마흔이 될 때까지, 그 페이지 사이에서 잊고 있던 순수한 기억들이 되살아났다. 많은 나라를 여행하며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고 싶었던 나, 바닷가에 작은 집을 짓고 아이들과 뛰어놀고 싶었던 나, 좋아하는 글을 쓰며 조용한 삶을 꿈꾸던 나. 오랫동안 외면해 왔던 꿈들과 마주하는 순간 슬픈 감정이 밀려왔다.
그래, 그것은 나의 길이 아니라, 평범한 길이었다. 요기 베라(Yogi Berra)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고 있다면, 결국 가고 싶지 않은 곳으로 간다"고 했던가. 결국 내가 갈 길을 찾아야 한다. 마흔은 그런 자각의 시기다. 더 늦기 전에 찾지 않으면, 지금처럼 살아갈 것이다. 나는 다짐한다. 이제부터라도 내 안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길을 찾아가겠다고. 평범함 속에서도 나만의 비범함을 발견해 나만의 속도에 맞춰 내 길을 걸어가겠다고 말이다.
마흔, 이제는 반드시 자신의 길을 찾아야 할 때다.
지금, 당신 안의 목소리는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