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마흔에는 나를 위해 공부하라

by 엄태형


“공부는 살아가는 것 그 자체입니다. 우리는 살아가기 위해서 공부해야 합니다. 세계는 내가 살아가는 터전이고 나 또한 세계 속의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공부란 세계와 나 자신에 대한 공부입니다. 자연, 사회, 역사를 알아야 하고 나 자신을 알아야 합니다. 공부란 인간과 세계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키우는 것입니다. 세계 인식과 자기 성찰이 공부입니다.”

-『담론』, 신영복 -





내 마음속 영원한 스승, 故 심영복 선생께선 공부를 ‘세계를 제대로 이해하고, 자신을 성찰하는 일’이라 정의하셨다. 이와 비슷한 말을 한 분이 또 있는데, 『공부란 무엇인가』의 저자 김영민 교수는 “공부는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자, 나를 이해하는 방식”이라고 말한다.


이들의 말은 우리가 흔히 생각해 온 ‘공부’의 개념과는 사뭇 다르다. 우리는 오랫동안 공부를 입시를 위한 도구로, 좋은 대학과 안정적인 직장을 위한 수단으로 여겨왔다. 살아가기 위한 기술을 익히고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는 방편으로 생각해 온 것이다. 그러나 신영복 선생과 김영민 교수의 말은 공부를 향한 인식을 바꿔놓는다. 밖으로 향했던 시선을 안으로 돌리고, 성취가 아닌 성찰을 공부의 중심에 놓게 한다.


그렇다. 마흔의 공부는 방향이 다르다. 우리는 더 이상 공부를 통해 무언가를 증명해 보일 필요가 없다. 마흔의 공부는 성적표도, 졸업장도 없다. 더는 남의 시선이나 사회적 기준에 맞출 필요도 없다. 오직 세상을 더 넓게 바라보고, 내 마음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을 찾아 배워야 한다.


나는 책을 많이 읽는 편이다. 글을 쓰는 사람이니, 독서량이 많은 것은 어쩌면 당연할 수 있지만, 나는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나를 잃지 않기 위해서도 책을 읽는다. 안타깝게도 기술의 발전은 우리에게 편리함을 주었지만, 생각할 시간을 빼앗아 갔다. 그런 면에서 책은 세상의 소음에서 한 발짝 물러나, 내 안의 목소리에 조용히 귀 기울이게 하는 은신처가 되어준다. 책을 읽다 내 마음에 화두를 던져주는 좋은 문장을 만날 때 나는 환호한다. 좋은 책은 독자의 마음 한가운데 질문을 건넨다. 그 질문은 조용히 스며들어, 우리의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하고 스스로를 묻게 만든다.


마흔의 공부는 그래서 느리고 조용하지만, 그만큼 깊다. 그 속에서 자신과의 대화를 회복해 가는 것이 마흔의 공부다. 이것은 진짜 ‘나’로 살아가기 위한 배움이다. 어제보다 오늘의 내가 조금 더 마음에 든다는 것, 그 만족을 위해 나는 오늘도 공부한다.

결국, 마흔에는 나를 위해 공부해야 한다. 그것이 내 삶에 건네는 가장 값진 선물이자, 남은 인생을 더 풍요롭게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된다. 단연코 마흔은 ‘나’라는 존재를 탐구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다. 마흔의 공부가 깊어질수록 삶은 더 자유로워지고 나의 세계는 점차 넓어진다.


나이가 들어도 계속 학생으로 남을 수 있는 이 시대의 마흔이 넘쳐나길 희망한다.

당신의 배움은 어디로 향해 있는가?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