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이숨 Dec 10. 2016

[세얼간이] 두려워하지 말고 너의 길을 가

무력감과 우울감에 힘들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관계의 어려움과, 제 자신의 부족함을 보며 잠깐 동안이지만 땅굴에 빠져있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TV를 통해 우연히 보게 된 영화의 한 장면에서 저는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그 장면을 설명드리기 전, 먼저 영화 <세얼간이>의 주인공 란초를 소개합니다.

파르한, 라주 그리고 란초 : 세얼간이

매년 40만 명의 지원자가 모여드는 인도 최고의 일류 명문대, 임페리얼 공과 대학의 좁은 기숙사. 그곳에서, 세 사람은 만납니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걱정근심 많은 '힌두교쟁이' 라주, 아버지가 '정해준' 꿈을 위해 공대에 들어온 파르한, 그리고 어쩐지 제멋대로의 문제아처럼 보이는 란초.

우리의 주인공 란초는 입학 첫날부터 기합을 주는 선배를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골탕 먹이고, 총장의 연설시간에 토를 달아 웃음거리로 만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냥 괴짜가 아닙니다. 1등만을 향한 경쟁을 부추기는 주입식 체제의 학교를 재치있게 지적하기도 하고, 실력도 뛰어납니다. "알 이즈 웰" (ALL IS WELL)을 외치며 엉뚱해 보이지만 어쩐지 미워할 수 없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뿜고 다니는 란초. 

그런데 1등을 놓치지 않는 '천재' 란초에 비해, 라주와 파르한의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술에 거하게 취한 어느 날 밤, 정신이 하나도 없는 채로 세 사람은 학교 계단에 옹기종기 모여 어느 날과 같이 떠들어댑니다. 같이 사고를 치고 다니는데, 왜 우리만 성적이 좋지 않은지 모르겠다고 한탄하는 두 사람에게 란초는 자신만의 해답을 이야기해줍니다.

란초의 해결책 1 : 너의 길을 가

파르한은 사실, 야생동물 사진사를 꿈꾸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무려 파르한이 태어나기 전부터... 아들이 엔지니어가 되기를 원하는 아버지의 뜻대로 그는 좋아하지도 않는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사진사에게 보낼 편지를 매일 품고 다니지만 선뜻 도전하지 못하죠. 그런 파르한의 오랜 소망을 알고 있었던 란초는 그에게 말합니다. 너의 길을 가라고. 아버지를 설득하라고.


란초의 해결책 2 : 두려워하지 마

세 친구들 중 가장 가난한 라주의 집. 심지어 아버지는 병까지 앓고 있습니다. 누나는 시집도 가야 합니다. 얼른 성공해서 가정을 일으켜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뿌리박힌 건 어쩔 수 없을 것입니다. 그 부담감에 사로잡혀 라주는 온갖 부적을 소지하고 모든 손가락에는 반지를 끼고 다닙니다.

"내 마누라는 공학이 확실한데 왜 나는 이 모양인가 친구?" 말하는 라주에게 란초는 말합니다. "너의 문제는 두려움이야!"

성공하지 못하면 어쩌지라는 강박관념. 라주에게는, 실패해도 괜찮아. 그 생각이 필요합니다.

란초의 해결책 3 : 사랑

그날 밤 술에 취해 또 한 번의 치기 어린 장난을 치고 만 란초, 파르한, 라주. 라주는 바이러스 총장에게 그것을 들켜, 란초를 배신할 것인지 아니면 퇴학을 선택할 것인지 선택을 강요받습니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 나만 바라보는 가족들, 명문 대학, 대기업... 그리고 언제나 힘들 때 자신을 도와준 친구 란초. 궁지에 몰려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었던 라주는, 결국 총장의 방에서 뛰어내립니다.

라주를 살리기 위해 달리고 또 달리는 란초. 그 장면이 저를 울렸습니다.

란초가 해준 말은 어쩌면 우리가 숱하게 들어온 말입니다. 그러나 친구들을 위해 해준 이 조언에는, 스크린 너머 강하게 느껴질 정도로 힘이 있었습니다. 그의 말은 그냥 술김에 답답해서 아무렇게나 한 말이 아니라 정말로, 사랑이 담겨있었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라주가 다시 일어난 후, 두 사람은 꿈을 이루기 위해 나아갑니다. 란초의 말대로,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사랑이 부족한 저는 가족에게도, 친한 친구에게도... 힘들 때, 지쳤을 때, 귀찮을 때, 그들의 어려움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아니 보이더라도, 나를 챙기기 바쁩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생각했습니다. 나는 란초 같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이 영화를 본 후 신기하게 우울감이 사라졌습니다. (물론 지금도 종종 찾아오지만요) 너무나 감사하게도 세 얼간이들처럼-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에게 내가 줄 수 있는 사랑을 주어야겠다고 생각하니 힘이 나더라구요.

무한 경쟁을 외치는 이 임페리얼 공대 같은 사회. 이 사회를 싫어하지만 어느새 그러한 분위기에 익숙해져, 나의 유익 때문에 소중한 친구들을 돌아보는 게 어려울 때. 란초를 생각해야겠습니다.

하고 싶었던 일을 다시금 꺼내든 저에게 란초의 진심 어린 조언이 더더욱 와 닿는 밤입니다. 저도 누군가에게 그러한 친구가 될 수 있기를.




https://www.youtube.com/watch?v=p9FLWZMF_V4 

제 마음을 울렸던 장면이 유투브에 올라와 있길래 첨부합니다. <세얼간이> 영화를 아직 보지 않으신 분이라면, 이 영상을 보지 마시고 영화를 먼저 보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부족한 리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작가의 이전글 [좋아하면 울리는] 진심은 무엇을 울릴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