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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숨 Dec 29. 2016

일할 때 진짜 중요한 것

아르바이트로 근무하고 있는 곳에서 처음 일할 때, 무척 힘들었다. 전 아르바이트 근로자가 실력이 매우 좋은 분이었고, 그분을 따라가지 못하는 내 모습 때문에 마음이 많이 조급했다. 빨리빨리 일을 진행하고 싶은데 내 마음대로 안되고, 얼마나 답답했던지. 지금도 능숙하게, 빠르게, 일처리를 잘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처음에는 진짜 머리가 팽팽 돌았다. 물론 정직원만큼의 실제적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는 아니다. 그럴지라도 내게 주어진 자리였다. 

나는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많다. 아니, 관계에 대한 두려움이 많다. 특별히 일을 하게 될 때 맺는 관계가 더 버겁고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일에 대한 압박감이 곧 관계에 대한 압박감이었다. 일을 못하는 것=인정받지 못하는 것=관계가 깨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일을 처음 하던 당시 내 머릿속을 차지하고 있던 건, "빨리해야 되는데" "전에 일하던 분만큼은 해야 되는데" "내가 잘못하는 거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들이었다. 윗분들의 표정과 말투를 살폈다. 나를 채용해준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할 것 같다는 두려움이었다.

비슷한 시기. 원하던 곳의 인턴으로 일하게 된 친구에게 나의 이런 마음을 이야기했을 때 친구는 내가 생각하지 못 했던 부분을 이야기해주었다. 그것은 바로 '본질'을 생각하라는 것.

"너는 영상을 만들러 그 회사에 간 거잖아. 다른 사람의 눈에 들지 말지 생각하는 게 두려움을 만드는 거야. 어떻게 하면 안 혼날까. 어떻게 하면 인정받을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좋은 영상을 만들어야지. 이곳에 도움이 되어야지.' 생각해야 되는 거야."

본질, 내가 아주 많이 놓치는 것. 내가 지금 있는 자리에서 일을 하는 이유는 내가 가진 능력으로 이 회사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다. 사람들에게 인정받기 위함이 아니라. 

본질을 생각하는 것은 쉽지 않다. 사람의 시선에 민감한 내게 그 시선을 치워버리기란 참으로 낭떠러지에 서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애증의 관계다. 그래도 될까? 하는 불안감이 몰려온다. 하지만, 본질을 생각하고 방향성을 잡고- 걸어가야 한다.

지금도 솔직히 잘하고 있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여전히 내가 뭔가 실수할까 봐 쩔쩔매지만, 정신을 차리고 내가 이곳에서 작게나마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면 막연한 조급함과는 다른 에너지가 생겨난다. 신기한 일이다. 본질만을 생각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어느 자리에 있든 잊지 않았으면 한다. 매 순간 정신을 바짝 잡고 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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