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밀조밀 작고 단순한 스케치. 화려하지 않은 색깔. <여중생A>는 눈에 띄지 않는 웹툰이었다. 큰 기대 없이 클릭했던 이 작품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가 되었다.
<여중생A>는 주인공 '미래'의 시점으로 그려진다. 미래는 아주 내성적인 성격이다. 현실에서보다 온라인 세상 속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위안을 얻는 미래. 학교라는 공간은 미래에게 '지옥'이다. 또래 친구들과의 관계는 너무 어렵고 버거운 것이기 때문이다.
'호사다마'가 좌우명인 미래는 좋은 일이 있어도 크게 기뻐하지 않는다. 이런 성격 뒤에는 어두운 가정의 모습이 존재한다. 시도 때도 없이 엄마와 미래를 때리는 알콜중독의 아빠. 미래는 아빠는 물론, 엄마 역시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믿고 있다. 그녀에게 가장 위안이 되는 것은 게임 '원더링 월드'와 친구들.
가난한 집, 위안을 얻을 수 없는 부모님. 음침하고 답답하다고 무시하는 같은 반 아이들.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마음 놓을 수 없는 미래에게 이 가상세계는 가장 따뜻한 공간이다. (현실 세계는 컬러가 별로 없는 데에 비해, 원더링 월드는 아기자기 화려한 색깔로 차있다.)
미래에게 힘을 주는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글'. 술에 취한 아빠가 난동을 부릴 때 미래가 피할 수 있었던 도피처, 책 속의 세계. 덕분에 미래는 국어 성적과 글쓰기 실력이 좋다. 하지만 교내 대회에는 나가지 않고 외부 기관의 대회에만 참가한다. 아이들의 눈에 띄는 게 싫기 때문이다.
미래가 익명으로 비밀스럽게 투고한 글을 읽은 같은 반 '백합'은 충격을 받는다. 자신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생각이라며 놀라워하지만 미래에게 그 글은 '현실'이다. 잘 쓰려고 노력한 글이 아닌 미래 자신의 결핍과 아픔을 담아낸 것뿐이다. 미래의 아픔이 누군가에게는 놀라움을 주는 글이 된다는 것은 아이러니하고 슬픈 일이다.
게임 캐쉬에 쓸 문화상품권을 타기 위해 글을 쓰던 미래는 이제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글을 쓴다. 인터넷 소설 공모전을 계기로 꾸준히 글을 쓰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제 친구들도 생겼다. 자신의 말을 들어주는 평범한 친구들이. 죽음을 생각한 소녀에게 이것은 구원과 같다. 작지만 소중한 것들에 힘입어 이제 미래는 조금씩 한 발짝 내디딜 수 있게 되었다.
모든 여중생A를 위하여
<여중생A> 밑에는 "미래야 행복해져야 해"와 같은 댓글들이 많이 달린다. 웹툰 속 이야기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미래는 우리 주변에도 있다는 것을. 가정과 학교 속에서 위안을 얻지 못하고 무너져 내리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을까? 그 모든 어려움 속에서 아이들이 자신의 가치를 잊어버리지 않았으면 한다. 그 자체만으로 아름다운 존재들이니까. 정말 모든 미래가 행복해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것을 위해 먼저는 나부터, 아주 작은 것이라도 행해야 할 것이다.
허5파6님의 작품 <여중생A>는 이곳에서 볼 수 있어요!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