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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숨 Jan 11. 2017

얼마를 벌어야 행복할까

1. 아르바이트로 일하고 있는 곳에서 정말 감사하게도 정직원 제의를 받았다. 나를 좋게 봐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당장 하고 싶은 그림이나 애니메이션 일은 아니지만 이 일을 통해 다른 많은 걸 배울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림을 놓지 않는다면 이곳에서의 경험 또한 쓰일 거라는 믿음과, 어디서 어느 일을 하던 겸손히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는 생각. 그리고 나를 필요로 해주신 것에 대한 감사와 이 회사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
 
2. 아직 확정이 난 것은 아니고 임원 분들과 이야기를 해봐야 한다고 하신다. 될지 안될지는 모르지만 하여간 이야기해주신 것에 감사했다.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3. 근데 이 기다림의 시간 동안 나의 부끄러운 모습을 본다. 이곳에서 최선을 다해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겠다던 나의 결심은 어디 가고, 만약 이 회사에 들어간다면 내가 받을 월급과- 지금보다 풍족해질, 안정적일 나의 삶을 기대하고 있었다. 물론 풍족한 생활도 나쁜 건 아니고... 기대하는 게 나쁜 건 아닌데, 문제는 내가 행복의 척도를 '돈'에 두는 것에 있다. 안정적으로 월급도 받고 하면, 지금보다 좀 더 많은 걸 할 수 있고, 그러면 행복해지겠지? 하는 생각.
 
4. 나는 돈 때문에 살아가는 게 아닌데. 그것에 집착하는 내 모습이 너무 부끄러웠다.

5. 어린 시절부터 내 결핍의 중심에는 항상 '돈'이 있었다. 나는 돈이 없어서 못해. 우리 집은 돈이 없으니까 나는 안돼. 그 '틀'에 사로잡혀있었다.

6. 가난한 것이 무척 힘들고 불편한 것은 맞다. 그러나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더 달려야 할지라도 나는 '할 수 있는' 존재였는데, 돈이 없다고 원망하며 나 자신을 포기했던 때가 많았다.

7. 지금은 그런 환경에 대한 원망은 많이 사라졌지만, 불쑥 불쑥 올라올 때가 있다. 유럽으로 어학연수를 가는 후배, 다니고 싶은 학원을 다니는 친구, 용돈으로 몇십만 원씩 쇼핑하는 친구들을 볼 때.

8. 근데 그거야, 생각해보면 별거 아니다. 내가 앞으로 돈 벌어서 사고 싶은 옷 사면 되는 거고, 뭐 애들보다 오래 걸리더라도 내가 돈 벌어서 나중에라도 유럽 여행 한번 가보면 되는 거고, 공부하고 싶은 거 요즘 유튜브에 정보도 많고.

9. 돈에 가치를 두지 말자. 돈이 없어도 나의 삶은 하나님이 주신 소중한 삶이다.

10. 돈보다 더 큰 가치를 보고 싶다. 돈이 없더라도, 안정적인 회사가 없더라도, 앞으로 내 삶에 슬프고 힘든 순간들이 있더라도. 지금 내가 가진 것과 주어진 자리에 '감사'하고, '기쁨'으로 최선을 다해 살아나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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